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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리커버) ㅣ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 박서련
-그건 마치 마법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p.33)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소녀들은 무조건 착할 수 없고 착할 필요도 없다. 이건 만화가 아니니까. 사랑과 희망, 선의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어떤 마법세계에서 온 존재들과 맞서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쳐가면서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p.118)
-간절한 희망은 마법소녀를 각성시킨다. 한순간 가장 무력해진 존재에게 우주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부여하는 힘, 그게 마법소녀의 능력이라고 했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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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빚만 남은 스물아홉 살의 백수인 내가 어느 날 마법소녀가 되다? 죽으려고 결심한 주인공의 앞에 나타난 예언의 마법소녀 아로아. 알고 보니 ‘나’는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인 시간의 마법소녀라는데.
흥미롭고 두근거리는 도입부다. 카드 빚을 진 마법소녀가 있는 세계가 무척 재밌다. 박서련 작가님의 소설은 항상 여성 서사가 좋고 인물들이 현실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특히 더 좋다. 그래서 주인공이 마법소녀가 되어 현재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해 갈지 궁금했다.
마법소녀 세계관은 아주 본격적이고 진지하고 촘촘하다. 전마협(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전세계의 마법소녀들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능력으로 열심히 싸운다. 지금 그들에게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후 변화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기후 위기를 막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의 마법소녀가 필요하다. 시계를 좋아하고 금은방 손녀인 주인공에게 정말 딱 맞는 마법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마구(무려 신용카드다)와 변신 주문까지 만들어 각성하는 것만을 남겨 두고 있던 주인공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친다. 그건 바로 아로아의 예언이 잘못됐다는 것. 시간의 마법소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 소녀는 가정 학대를 당하다가 마법소녀로 각성한 이미래. 진짜 시간의 마법소녀는 인류를 없애고자 하고, 전마협은 이미래를 저지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마법소녀로 각성하게 된다.
결국 마법소녀는 세계를 지켜냈다. 중요한 건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선량한 마음이었다. 아로아, 마법소녀들, 그리고 지구를 지킨 주인공이 정작 아르바이트에 늦어 잘리는 것까지 완벽한 현대 예술적인 마무리였다. 선량한 다수의 힘을 모아 기후 재난에 맞설 수도 있을 거란 아로아의 대사는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제목에서 이미 스포하듯 주인공은 마법소녀가 되자마자 은퇴하는 결말이다.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서다. 스물아홉 살은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니니까. 실제로 마법소녀가 되기에 늦은 나이란 건 없다고 한다! 언제든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는 깜찍하고 발랄한 이 세계관이 너무 좋았다. 누구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녀들이 곧 마법소녀들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아닐까.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마법소녀은퇴합니다 #박서련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