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위트 솔티 - 황모과


-길을 잃은 날조차 언제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다. 애초에 나의 도시가 아니었던 곳. 이 도시의 오메라시로. (p.34)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


-나는 내 시대에 공백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p.60)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고향은 뒤에 두고 온 곳이 아니라 앞으로 당도하게 될 곳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p.71) <스위트 솔티>


-꽃답지 않은 여성은 동정받지 못하고 사료의 가치조차 되지 못하던 시절, 시대착오적 관점 속에 놓인 여성들은 목소리 자체가 없다고 여겨졌다. (p.117)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


-벨카야, 넌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디에든 속할 수 있는 아이로구나. (p.191) <나의 새로운 바다로>


-소녀들은 퇴출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이야기 밖으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직접 만든 이야기 속 주인공에 빙의해, 각자의 해방으로 향하려 했다. (p.246) <브라이덜 하이스쿨>


-

황모과 작가님의 디아스포라식 SF 단편 여덟 가지가 실린 소설집. 당연하게도 항상 차례부터 먼저 읽는데, 첫 번째 수록 작품인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제목부터 눈에 띄었다.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오마주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전체 소설집의 방향이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이방인이거나 난민이다.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살아가는 피폭 3세고, 아랫집 할머니는 오키나와라는 일본 특수 편입 지역의 사람이다. <스위트 솔티>는 배에서 태어난 무티아라가 주인공이다.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시대 지체자와 순애보 준코 역시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나의 새로운 바다로>에서 일반 벨루가들과 다른 ‘벨카’와 <브라이덜 하이스쿨>의 수빈도 그러하다.


특히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은 지금 시기에 꼭 읽어 봐야 할 소설이었다. 현재 상황에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소름이 돋았다. 가까운 미래에서 시대 지체자들이 이 시대와 불화하지 않도록 돕는 지원 업무가 사실은 왜곡된 역사를 만들고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빼앗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가 평범한 무력함을 깨닫는 순간 나는 미래로 끌려가 시대 지체자가 되어 이 시대의 일원이 되기를 종용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나’가 내 시대의 공백을 만들지 않기로 다짐하는 순간이 좋았다. 지금도 평범한 모두가 모여 시대의 공백을 채워 가고 있다. 이 사람들의 선택이 모여 더 나은 현재를 만들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나의 새로운 바다로>다. 정말이지 이 소설은 너무 좋아서 너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벨루가 로봇에 인간의 의식을 결합해 다시 태어난 ‘벨카’가 진짜 벨루가 친구들과 교감하는 이야기가 사랑스러웠다. 벨루가들은 벨카가 조금 이상한 것을 알지만 배척하지 않는다. 벨루가 집단은 혈연이 아니더라도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합심한다고 한다. 벨루가의 세계를 보면서 인간이 배워야 할 집단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다. 벨루가 세상에는 이방인도 난민도 없다. 그리고 벨카와 앵지가 귀엽고 뭉클해요...


<브라이덜 하이스쿨>을 읽는 순간 나는 황모과 작가님을 영원히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니 이렇게 혼재된 장르가 있다고? 하면서 읽었는데 단순히 위트만 있는 게 아니고 엄청난 사회풍자극이자 고발극과도 같았다. 모든 소녀가 <브라이덜 하이스쿨>을 읽었으면 좋겠다. 브라이드로 길러진 여성들이 해방되고, 그 해방된 여성이 또 다른 소녀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소설집인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역사도 다시 한번 새기게 하는 시의적절한 책이다. 표제작 <스위트 솔티>도 아름답고 슬프다. 제목처럼 여덟 편의 단편 역시 읽는 동안 달고 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좋은 소설집이라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한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스위트솔티 #황모과 #스위트솔티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