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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성스러운 도둑 -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일단 잘못된 방향으로 걸음을 디디기 시작하면 되돌아서서 제 길을 다시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법이다. (p.176)
-흔히 죄인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자 온갖 종류의 베일을 다 생각해내는 법이니 말이다. (p.195)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기적적인 일로 바뀌는 현상이 내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거든요. 만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설명 가능한 것이라면, 그걸 왜 기적이라 부르겠어요?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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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책. 19권에서는 전작들을 읽었다면 익히 기억할 성 위니프리드의 성골함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다. 여전히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폐허가 된 램지 수도원에서 두 수도사가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방문한다. 그들은 헤를루인 부원장과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견습 수사 투일로다. 마침 큰비가 내려 수도원이 침수될 위기에 처한다. 정신없는 사이 성 위니프리드의 성골함이 사라지고, 도둑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살해되고 만다.
「성스러운 도둑」(원제도 「The Holy Thief」다)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성스럽다는 단어와 도둑이라는 단어가 서로 어울릴 수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다만 그것이 욕심 없이 그저 신실한 마음에서 행한 일이라고 해도 그게 절도가 아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남는다. 도둑의 의도를 온전히 알아차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명하고 너그러운 캐드펠 수사는 이번 책에서도 상대의 진심을 간파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장면은 수도사들이 신의 계시를 이용해 죄를 밝히려고 하는 장면이다. ‘소르테스 비블리카’라고 불리는 신탁인데, 복음서를 펼치고 어느 한 구절을 손가락으로 짚어 앞날의 일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신비롭고 다소 비과학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는 잘 어울렸다. 오히려 정말 신의 뜻처럼 느껴져 흥미를 증가시키는 요소였다. 물론 슈루즈베리에 있는 성 위니프리드에는 사실 숨겨진 비밀이 있지만... 그 일을 아는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가 뭔가를 공모하듯 굴 때면 그게 참 재밌는 부분이었다.
사건은 도둑을 밝혀내고도 살인범을 또 찾아내며 반전을 거듭한다. 캐드펠 수사답게 이번에도 온화하게 사건을 해결하고야 만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을 때 종종 사랑에 미친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당한 로맨스가 따뜻한 결말로 이끄는 것을 볼 때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인 것 같다. 그래서 성스러운 도둑을 매력적인 악당이자 호감 가는 청년이었다고 캐드펠이 회고하는 듯하다. 그의 순수한 마음을 생각하는 캐드펠 수사에게서 오늘도 인류애를 충전하는 기분이다. 이번 책도 재밌게 읽었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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