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5
박지영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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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 박지영


-나 같은 것도, 아니 어쩌면 나 같은 거라서, 오히려 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p.38)


-그러니 인생 빨리 망하고 싶으면 누군가를 죽도록 좋아하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망할 인생이라면 가장 좋은 건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해서 망하는 것이다. (p.60)


-버리는 것, 잘 버리는 것이 때로는 잘 간직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특히 소중히 잘 간직했던 것일수록 제때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한때의 진심에 대한 예의다. (p.78)


-평생 이모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김지은은 알고 있었다. 이모들의 삶이 어떻게 지워져 왔는지, 이모들의 미래가 어떻게 버려졌는지. 그것이 김지은이 결코 누구의 이모도 되지 않을 거라고 결심한 이유였다. (p.143)


-절망은 쉽고 낙관은 어렵다. 그러나 세상의 시간은 절망의 속도가 아니라 낙관의 속도로 움직인다. 아마도 용맹한 박자로, 경솔한 리듬으로.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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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덕후 복미영이 버리기 아티스트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팬클럽을 만든다는 소설의 줄거리를 듣자마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평생 덕질만 해온 복미영이 자기 자신을 덕질한다는 게 마음에 들어왔다.


56세의 복미영은 최애(배우 w)가 대형 사고를 쳐서 탈덕한다. 굿즈를 중고 판매하려던 복미영에게 w의 팬인 ‘멍든 하늘’이 그런다. 네까짓 것도 팬이냐고. 복미영은 네까짓 것에서 ‘네’를 버리기로 한다. 까짓것 나도 팬클럽 한 번 만들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복미영이 만든 팬클럽의 1호 팬은 김지은이다. 복미영 팬클럽은 팬이 복미영의 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복미영이 직접 자신의 팬을 선택하는 구조다.


김지은은 어머니와 이모를 돌봐야 하는 처지에 처해 있다. 누군가는 돌봐야 하는 이모들, 누군가를 돌보기만 했던 이모들, 그럼에도 이름이나 명함 하나 남기지 못했던 이모들. 이 사회에서 아이나 노인을 돌보는 일은 대부분의 ‘이모’들이 하고 있다. 가전제품에 이모를 붙이는 기괴한 언어 표현도 이 소설에서 다뤄진다. 왜 돌봄 노동을 하는 주체는 기계조차도 이모여야 했을까. 실제 수많은 이모들이 당연하게 희생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복미영 역시 조카의 아이를 돌보는 직업을 택했지만 조카사위는 복미영 이모에게 용돈이나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미영은 제 인생에서 자신을 구속하던 불필요한 짐을 전부 버리기로 결심한다. 


읽기 전에는 단순히 덕후 복미영의 웃지 못할 탈덕기와 그로 인한 자기 돌봄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는데, 돌봄 노동 같은 현실적 문제들이 촘촘하게 자리 잡힌 소설이었다. 사랑해서 누군가를 돌보지만 그것이 노동이 될 때 어떤 감정의 고난을 겪게 되는지 생각해 볼만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팬이 되었던 복미영을 통해서, 버리는 것도 잘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멍든 하늘에게 역조공을 하러 가는 복미영과 김지은의 로드 무비 같은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벌써 책이 끝나 있다. 이 책이 더 좋았던 건 무겁지 않은 분위기와 유머 덕분이다. 복미영의 망한 사랑, 즉 덕질 이야기도 재밌었고 열린 엔딩 닫기 북클럽도 유쾌했다. 돌봄의 문제는 당장 해결되지 않지만 우선은 나 자신부터 돌보기로 한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일단은 계속 가보고 싶다. 복미영처럼, 용맹하고 경솔하게.


-이 게시물은 현대문학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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