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번역총서 5
아쓰지 데쓰지 지음, 류민화 옮김 / 소명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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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문화권인 대표 3국의 사람들이 모인다면 한자로 잘 교류할 수 있을까요? 자기 소개하는 자리에서 중국인과 만날 때마다 통성명이 불편하다고 저자는 밝히네요. 저자의 성, 아쓰지에 쓰인 한자가 중국 사람들은 알아 보지 못하는 한자여서 대개의 일본 사람들의 소개때보다 자신은 최저 5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만 쓰는 한자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소개때 불편한 경우를 들으니 한자 문화권 안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궁금해집니다.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의 번역총서 중 다섯 번째 책인 <한자 이야기>는 한자학과 중국문화사에 밝은 아쓰지 데쓰지라는 일본 학자가 저술한 책입니다. 


어떤 글자 체계를 몰라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픽토그램처럼 한자의 유용성에 대해서 저자는 설파합니다. 한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배운 적이 있다면 저자의 생각에 어느 정도 수긍하리라 생각합니다. 3000년이 넘은 세계에서 오래된 문자인 한자에 대한 태동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문자의 흥망성쇠와 중국 내 여러 나라의 출몰에 따른 한자에 대한 정책 등 수용에 대한 부분이  책의 앞을 차지합니다. 중국을 넘어 일본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일본 문자와 교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일본인 학자의 시각으로 책의 중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한자에 대하여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한자의 문을 이루는 한 방법인 형성에 대한 부분 등 여러 한자 이야기로 읽는 재미가 조금 늘어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현대에 들어서 이 한자에 대하여 저자가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복잡한 한자를 그대로 쓰지 않고 간소화 하고 발음도 알파벳으로 병기하는 중국의 언어생활처럼 일본 역시 한자의 사용을 축소하자는  주장이 일었고 실제로 1946년에 현대 일본어의 표현을 위하여 총 1,850종의 한자만 사용하자는 정책이 생겼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교육시찰단의 무제한으로 한자 사용하는 일본어 학습에 대한 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역시 한자어 사용에 대한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제가 교과서를 보던 때와 다르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한자 사용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한자 문화권의 일본이 기술의 발전으로  전보, 컴퓨터 등 기기에 입력하는 한자 사용 입장의 변화가 무척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저자가 밝히는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는 한자수에 총 3,000자 정도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노학자 저자는 기계의 힘을 빌리지 말고 직접 쓰는 한자 사용을 독려합니다. 


일본어 공부하는 분, 한자를 좋아하는 분, 문자의 태동에 대해 궁금한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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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이정모 지음 / 정은문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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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은 과학관, 과학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알, 현재 과천국립과학관장인 이정모 관장의 (아두면) (모 있을 수 있는) (비한) (학 잡지)입니다. 앞 책날개의 저자 소개도 알쓸신과 같은 느낌의 재미있어요. 몇 해전에 아이와 어느 특강에서 뵌 적이 있는데, 강연 중 제 아이를 향하여 엄마가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하면 잘 될 거야 하던 ^^ ,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하던, 재치 번뜩이는 그런 소개 글입니다.


이 책의 서두는 과학에 대한 화두가 아니라 질문에 대한 화두로 시작해요. 열살 무렵까지는 아이들의 질문의 폭포는 거침없이 흐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서 가정, 학교 안팎의 분위기로 질문보다는 잘 듣고 따라가는 공부를 하게 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감안한다면, 질문에 대한 화두로 시작한 관장님, 우리 관장님의 서문은 충분 이해가 갑니다. 인간, 동,식물, 생활 속 신기한 것들, 미시 혹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것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네 장에 분류되어 담겨 있어요.


요즘 제가 읽는 이어령 선생 책 속에도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어른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혔던 어령 어린이가 나오는데, 이 책을 교차해 가며 읽는데 독서의 재미가 더 쏠쏠했어요. 4장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등 시의성 있는 질문도 보이네요. 그리고 과학자가 답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잡네요. 목차만 보고 있어도(실제로 관장이 온,오프라인에서 받은 질문을 바탕으로 했다는데 다양한 질문을 가진 전국의 질문자들에게) 웃음이 돌기도 해요. 질문 많은 아이를 키우는 터라 늘 대화할 거리가 많아서 좋은데 이 책이 아이의 호기심을 푸는 데에도 일조할 듯싶어요. 과학관에서 과학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뿐 아니라 과학관을 나서며 새로운 질문을 품고 가라는 배움의 기본 태도에 대하여도 멋진 조언을 얻었으니, 코로나가 얼른 물러나길 더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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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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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과격한 제목의 신간 정치 에세이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에 손길이 간 것은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이다. 좌파도 싫고 우파도 싫은 국민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부제처럼 나 역시 양쪽 모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두 후보가 싫어도 사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도 있다. 가까이는 미성년자이나 곧 선거권을 가진 아이 또한 그러하다. 대선을 앞둔 시의성 있는 책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이관호 저자의 약력을 믿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사학과 철학을 공부한 저자가 우리 정치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관점이 무척 궁금했다.

묵직한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이기에 혹시나 어렵게 말을 건네서 눈길 끄는 책 제목과 달리 책 읽는 재미가 반감 되면 어떻게 하나 살짝 우려했지만, 저자를 마주 하고 사담 나누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시작 할 수 있었다. 때때로 그런 어조가 조금 가볍다 여겨졌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빠져 들며 흥미롭게 들었다. 박쥐로 자청하는 저자는 자신처럼 독자에게 우리 개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박쥐가 될 것을 적극 권한다. 어느 진영을 택하지 않고서도 우리 세상은 박쥐들의 뜻이 모여서 현명한 민주주의 사회를 꾸려 갈 수 있다고 박쥐들을 독려한다. 그 처방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에 기대어 중용의 미덕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박쥐가 갖춰야 할 중용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하여 여러 정책과 사회적 쟁점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저자의 식견 덕분에 고전과 인물에 대한 관심도 배가됐다. 요즘 관심 있게 읽었던 <윤동주 살아있다>와 <파친코> 등으로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나는 친일하지 않고 살아낼 뚝심이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이 책에서도 마주 하게 된다. 오래 전 교과서에서 짧게 만난 윤치호라는 인물을 이 책을 통하여 깊게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 우익 친일파가 많은 것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견해를 정리하며 거론한 윤치호의 일기를 통하여 우리가 그를 비난하고 추모하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서 윤치호를 평가해자고 제안한다. 발췌된 일기만으로도 그 격랑의 시기에 고심 했을 한 지식인의 아픔이 느껴진다.

이제 백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두고 더욱 시끌벅적해진다. 이 책에는 현재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선택을 앞 둔 이 때에 내 선거권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도움서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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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 - 사회적 교육정책을 위한 경험적 소론
박성수 지음 / 공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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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는 교육학 배경의 교육부 공무원이었던 박성수 저자가 그동안 교육부와 이후 여러 대학의 사무국장으로 일 하면서 쌓은 식견을 담은 책이다. 교육 정책의 사회적 가치를 절감하는 저자는 양극화된 현재 교육 풍토에 우려를 나타내며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의 교육을 지향하기 위하여 오늘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고민을 우리의 현재 입시 정책의 모형이 되는 미국 교육과 현재 우리 교육의 틀과 가치를 이룬 교육사의 얼개를 풀어내며 앞으로의 교육의 방향을 소신있게 밝힌다. 저자는 경쟁은 하되 의미있는 지적 경쟁을 좇고 그런 경쟁이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교육 정책’을 꿈꾸며, 그 담론을 이 책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개천의 용이 없는 현 실태를 우려하는 여러 목소리에 동의하는 저자는 책 도입에 바다의 용이라는 개념으로 포문을 연다. 소수인 바다의 용이 우리 사회내 주요 분야에서 제패하는 현상을 우려하며 우리 교육 문제의 대표격인 대학입시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처럼 몇몇 대학 입학에 목표를 둔 과열된 입시 경쟁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하여 저자는 수능 성적의 지역별 계층별 결과의 공개를 요구한다.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게 되면 정부는 특정 대학에 가려는 쏠림이 더 극에 달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과 계층에 따른 교육격차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공개되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며 정부 또한 더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 본다.

공정한 시험 제도에 대한 다수 국민의 요구로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에 반하는 현재의 수능에 고착되어 있다. 저자는 과거 교육부에서 진로 교육을 맡아온 경험을 토대로 진로적성 중심 대입제도를 제안한다. 더불어 유의미한 지적 경쟁을 위한 지성 중심, 사회적 가치를 좇는 사회적 가치 중심의 틀을 포함한 사회적 입시제도이다. 현재 교육부가 준비 중인 고교학점제의 도입과 정착은 대학 교육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 국민의 ‘학습에 대한 열기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역사적으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다양한 명분으로 강조되었지만 21세기 또한 강조될 수 밖에 없는 배경에 저자는 좋은 교육을 통한 미래 세대의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이다. 사회적 교육 정책 아래에서 성장한 미래 세대의 앞날이 부모 세대의 안정적인 노후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능이 21세기에 어울리는 교육 평가인지 여러 매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내년에 수험생이 되는 아이를 지켜보는 나는 공정한 시험으로 여겨지는 수능을 저자가 제안하는 지성 중심이나 진로적성 중심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 저자의 제안 같은 대안적인 교육 모형을 알아가는 것은 즐거우나 우리 아이들의 현 교육은 느리게 바뀌고 있기에 안타까움이 가슴 한 켠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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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살아있다 -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인의 모든 것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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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 책의 편집자 민윤기를 비롯한 시인을 사랑하는 문인들은 그해 12월에 현해탄을 건너서 후쿠오카 형무소와 화장터 등 시인의 족적을 쫒으며 기도와 시 낭송으로 애도와 추모를 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민 편집자는 시인의 가족과 문인 등 그에 대한 글들을 <윤종주 살아있다>에 모으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어린 시절 혹은 그런 감성이 그리워지는 어느 삭막해진 일상 중에서 그의 시를 조우한 이라면 이렇게 묵직하게 만나는 책이 불러올 다른 감동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시인이 직접 겪었던 우울하고 어두웠던 시대상에 요즘의 우리가 삭막하고 음울하다고 떠올리는 그 어떠한 날을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의 가장 절망스러운 날에 그의 시를 만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용기 내어 말한다. 이 책으로 그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된 덕택으로.

몇 해전, 연희전문에 다니며 서울에 머물렀던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는 도심 산책을 한 적이 있다. 북간도 출신인 그가 서울에 유학오게 된 자세한 상황을 알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이제서야 시인의 족적을 따라가며 수긍이 간다. 그가 바라던 '이상'의 한 조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1998년에 송우혜 작가의 <윤동주 평전> 등 시인에 대한 여러 책이 선보이긴 했지만 이 책의 차별점은 일본과 연변에서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이 윤동주 시인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그 논문의 일부 발췌를 보며 쓸쓸한 반가움을 느꼈고 이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의 시평을 종합 선물처럼 두둑히 챙겨 받는 독자의 즐거움을 누렸다. 개인 윤동주와 시인 윤동주를 향한 여러 다양한 시점의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선 말기에 북간도로 이주한 한 가족의 후손, 기독교 신앙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나눔과 더불어 일제 시대 압제의 상황에서 우리 정신, 글을 지키며 시를 쓰는 한 젊은이로서, 윤동주를 다른 장소와 시기에 만났던 이들의 다수 일화들이 얼기설기 엮이며, 막연히 선망하던 시인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구체화된다.

그를 기억하는 책 속 모든 화자의 증언, 글들이 각각 소중하지만 몇 편의 글이 유독 마음에 끌린다. 그의 막내 동생 윤광주와 아버지 윤영석에 대한 한국전 이후 상황은 분단된 나라의 아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현재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연구> "그의 시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을 중심으로" 라는 박사 학위 논문을 일부 지면으로 만난 것도 반갑다. 집안 어른의 사랑을 받고 큰 어린 윤동주가 접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시인 백석, 정지용, 이상에 대한 팬심을 엿보며 아직 접하지 못했던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관심이 일었다. 시인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에 대한 동생들과 지인들의 증언은 시인이 키에르케고르, 지드, 도스토예프스키 등 외국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그가 얼마나 문학 청년다운 면모를 가졌을지 가늠케 하는 일화를 알아 갈수록 일찍 세상과 작별한 그가 안타깝고 그리워진다.

시인 윤동주를 통하여 시와 더불어 우리의 역사를 깊고 다른 시각으로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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