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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평점 :
다소 과격한 제목의 신간 정치 에세이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에 손길이 간 것은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이다. 좌파도 싫고 우파도 싫은 국민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부제처럼 나 역시 양쪽 모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두 후보가 싫어도 사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도 있다. 가까이는 미성년자이나 곧 선거권을 가진 아이 또한 그러하다. 대선을 앞둔 시의성 있는 책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이관호 저자의 약력을 믿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사학과 철학을 공부한 저자가 우리 정치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관점이 무척 궁금했다.
묵직한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이기에 혹시나 어렵게 말을 건네서 눈길 끄는 책 제목과 달리 책 읽는 재미가 반감 되면 어떻게 하나 살짝 우려했지만, 저자를 마주 하고 사담 나누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시작 할 수 있었다. 때때로 그런 어조가 조금 가볍다 여겨졌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묘하게 빠져 들며 흥미롭게 들었다. 박쥐로 자청하는 저자는 자신처럼 독자에게 우리 개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박쥐가 될 것을 적극 권한다. 어느 진영을 택하지 않고서도 우리 세상은 박쥐들의 뜻이 모여서 현명한 민주주의 사회를 꾸려 갈 수 있다고 박쥐들을 독려한다. 그 처방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에 기대어 중용의 미덕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박쥐가 갖춰야 할 중용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하여 여러 정책과 사회적 쟁점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저자의 식견 덕분에 고전과 인물에 대한 관심도 배가됐다. 요즘 관심 있게 읽었던 <윤동주 살아있다>와 <파친코> 등으로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나는 친일하지 않고 살아낼 뚝심이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이 책에서도 마주 하게 된다. 오래 전 교과서에서 짧게 만난 윤치호라는 인물을 이 책을 통하여 깊게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 우익 친일파가 많은 것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견해를 정리하며 거론한 윤치호의 일기를 통하여 우리가 그를 비난하고 추모하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서 윤치호를 평가해자고 제안한다. 발췌된 일기만으로도 그 격랑의 시기에 고심 했을 한 지식인의 아픔이 느껴진다.
이제 백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두고 더욱 시끌벅적해진다. 이 책에는 현재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선택을 앞 둔 이 때에 내 선거권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도움서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