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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살아있다 -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인의 모든 것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2017년은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 책의 편집자 민윤기를 비롯한 시인을 사랑하는 문인들은 그해 12월에 현해탄을 건너서 후쿠오카 형무소와 화장터 등 시인의 족적을 쫒으며 기도와 시 낭송으로 애도와 추모를 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민 편집자는 시인의 가족과 문인 등 그에 대한 글들을 <윤종주 살아있다>에 모으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어린 시절 혹은 그런 감성이 그리워지는 어느 삭막해진 일상 중에서 그의 시를 조우한 이라면 이렇게 묵직하게 만나는 책이 불러올 다른 감동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시인이 직접 겪었던 우울하고 어두웠던 시대상에 요즘의 우리가 삭막하고 음울하다고 떠올리는 그 어떠한 날을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의 가장 절망스러운 날에 그의 시를 만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용기 내어 말한다. 이 책으로 그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된 덕택으로.
몇 해전, 연희전문에 다니며 서울에 머물렀던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는 도심 산책을 한 적이 있다. 북간도 출신인 그가 서울에 유학오게 된 자세한 상황을 알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이제서야 시인의 족적을 따라가며 수긍이 간다. 그가 바라던 '이상'의 한 조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1998년에 송우혜 작가의 <윤동주 평전> 등 시인에 대한 여러 책이 선보이긴 했지만 이 책의 차별점은 일본과 연변에서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이 윤동주 시인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그 논문의 일부 발췌를 보며 쓸쓸한 반가움을 느꼈고 이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의 시평을 종합 선물처럼 두둑히 챙겨 받는 독자의 즐거움을 누렸다. 개인 윤동주와 시인 윤동주를 향한 여러 다양한 시점의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선 말기에 북간도로 이주한 한 가족의 후손, 기독교 신앙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나눔과 더불어 일제 시대 압제의 상황에서 우리 정신, 글을 지키며 시를 쓰는 한 젊은이로서, 윤동주를 다른 장소와 시기에 만났던 이들의 다수 일화들이 얼기설기 엮이며, 막연히 선망하던 시인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구체화된다.
그를 기억하는 책 속 모든 화자의 증언, 글들이 각각 소중하지만 몇 편의 글이 유독 마음에 끌린다. 그의 막내 동생 윤광주와 아버지 윤영석에 대한 한국전 이후 상황은 분단된 나라의 아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현재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연구> "그의 시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을 중심으로" 라는 박사 학위 논문을 일부 지면으로 만난 것도 반갑다. 집안 어른의 사랑을 받고 큰 어린 윤동주가 접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시인 백석, 정지용, 이상에 대한 팬심을 엿보며 아직 접하지 못했던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관심이 일었다. 시인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에 대한 동생들과 지인들의 증언은 시인이 키에르케고르, 지드, 도스토예프스키 등 외국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그가 얼마나 문학 청년다운 면모를 가졌을지 가늠케 하는 일화를 알아 갈수록 일찍 세상과 작별한 그가 안타깝고 그리워진다.
시인 윤동주를 통하여 시와 더불어 우리의 역사를 깊고 다른 시각으로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