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 보고왔습니다.

아주아주아주 고퀼의 2차창작.....

1. 유명한 대중영화만 보는 싸구려 입맛의 평범한 관객인 저에게는 딱히 감독님의 스타일을 짚어내는 능력이 없습니다. 봉준호 영화면 뭔가 찰지고 씁쓸하고 쓴맛이 도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부조리를 한큐에 쓸어모아서 푹푹 끓여낸 것같은 진한 맛이 우러난다는 거라든가 박찬욱 영화면 신경을 칼로 갈라 끌어내서는 한땀한땀 저며내는 것같은 피맛이 난다던가 류승완 영화면 영화가 가볍고 존내 빠르고 터프한데 슬로우 모션이 그렇게 빨라보이는 신기한 영화라든가.. 든가든가 정도. 하물며 이준익 영화는 <왕의 남자> 하고 <사도> 이거 딱 두편 봐서(중간에 사극영화 본것도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나요) 뭐라 평할 능력은 진짜 거하게 떨어집니다


2. 아주아주아주 고퀼의 2차...... 2222222

3. 아니 그도 그럴게 서사나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없단 말이에요. 2차스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니들 이거 다 알거라는 거 전제로 깔고` 자기 좋아하는 장면만 겁나 개멋있게 연출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영화가 딱 거기에 맞아 떨어진단 말입니다. 영조가 무수리의 자식이고 숙종 독살설이 돌았던 건 다 알고 있어야 하고 사도세자의 자식이 정조이며 영조도 정조도 존내 세기에 남을 먼치킨이고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썼고 사도 세자는 광증으로 궁인들을 죽이고 다녔고 어릴 때는 총명했는데 아버지 편집증과 등쌀에 억눌리다가 돌아버렸고 종래에는 옷입는 것도 싫어해서 하루에도 수십벌씩 옷을 해바쳐야했다던가. 니들 다 알지? 아니까 나 좋을 대로 연출한다!! <--- 딱 이거.

4. 그러니까 사실 영화는 아아아아아무런 부연설명도 안해줍니다. 사도세자의 아버지가 영조라는 것조차 안나와요. 아들이 정조인 것도 안 나오고. 그거야 그럴 수 있죠 굳이 전체 설명을 깔고 가야할 필요는 없으니까? 근데 귀주에 집어넣어지기까지의 행적들을 부분부분 잘라가면서 묘사하는데 그게 진짜로 토막만 던져주고 홀케이크는 알아서 찾아보셈 `ㅅ` 수준이거든요. 2차 창작계에서 잘하는 딱 그 짓이에요.

5. 아니 뭐 굳이 나쁜 건 아니고 저도 국사를 빡시게 배운 한국인+만화로 배우는 조선왕조실록+아주 살짝 역사덕후까지는 아니라도 야사 찾아보는 거 좋아함 = 그럭저럭 배경에 익숙한 인간이다 보니 거슬리는 거 하나 없이 잘 보기는 했는데 별로 영화가 기승전결보다는 순간의 장면에 주력하다보니까 나중에는 뭔가 좀 안씻고 나온 기분이더라고요. 시오노 나나미 책 보는 기분이야 엄청 재밌고 구미가 당기기는 하는데 이걸 정사로 볼수는 없고 그렇다고 정사를 빼고 이야기만으로 생각하기에는 남는 게 없어...

6.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에 주력하면서 이야기를 다뤄갑니다. 문제는 주력은 하는데 이게 기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비춰주는 데에서 시작하다가 끝나고, 승에서는 일방적인 영조의 지랄(;;) 인거라 인물이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갈등은 없고, 전.. 전은 모르겠다 전은 초반부터 집어던져놓은 `귀주`이기 때문에 전이 사실상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결은.. 사도 세자의 결이라면 세손의 목소리를 듣는 그 장면일 거고 이야기의 결이라면 정조의 손에서 활시위처럼 춤추던 그 부채일진대 둘다 거어어어어업나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에 이 극 전체에서 인물끼리의 갈등이라던가 입체적인 묘사는 사실 전무합니다. 극중에서 가장 살벌하게 부딪히는 씬이 영조와 사도의 대화장면인데 그 상태에서 이미 사도세자는 뗏장 쌓인 귀주 안에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둘이 마주치지도 않아요. 극중 가장 격렬하게 사람과 사람의 감정이 부딪히는 씬이 독백극이라고요. 무라카미 하루키냐?

7. 생각해보면 왕의 남자에서도 가상캐릭터인 공길에 장생을 등장시켜서 극을 끌고 나갔는데도 뭔가 여백을 읽게 만드는 밋밋함이 있었거든요. 패왕별희마냥 손가락 자르는 신에서부터 마지막 검날에 이르기까지 전생애를 묘사하라는 건 아니지만 공길의 과거도 현재도 (심지어 궁에 들어온 이후의 행보에서까지도) 암시적인 묘사는 있는데 그게 구체적인 이야기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섬세하게 파편처럼 묘사되었었구나, 생각하니까 이게 이분 스타일인가 싶어서. 사도에서는, 아예 `모두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에 깔고 들어온 이 극에서는 그냥.. 존나 니들은 다 아는 거다 난 그냥 만든다급의 패기를 보여줍니다. 혹시 누구라도 외국인이 보는 거면 어쩔뻔 했냐.

8. 이렇게 말하면 엄청 싫어하는 것처럼 써놨는데 전혀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재밌었어요. 첫번째로 연기가 미쳤습니다. 송강호에 유아인이야. 광인 연기의 신 타이틀을 획득하고 싶은지 온몸으로 미침을 발산하는 유아인 사도세자인데 상대가 연기의 신 타이틀을 발로 굴리면서 이미 있는 거라 또 필요없어 허허 할 수 있는 송강호 영조입니다. 극이 아주 그냥 전체적으로 묵직합니다. 영조가 편집증을 온몸으로 발산하면서 아들 몰아세울 때는 물론이고 마지막 `나는 자식을 죽인 애비로, 너는 역모를 꾸민 죄인이 아니라 <미쳐서 애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남을 것이다` 에서는 그냥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대사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저 부분에 왜 <> 표시 넣었는지 보고 온 분이면 아실 듯. 아역에서부터 조연 한명에 이르기까지 전체의 연기가 미친듯이 반짝입니다. 묵직하고 아름답고.

9. 장면의 묘사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미장센이라고 하나요. 어려운 용어는 모르지만 종묘를 원경으로 넓게 잡은 풍경에 그림처럼 드리워진 천들, 근정전 넓은 마루 위에 그림처럼 쌓이는 눈과 사도 세자. (그 몸 위에 쌓인 눈은 절대로 계산해서 배치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흰 옷입고 달려나가는 사람들 위로 깔리는 음악. 비오는 날 사도세자의 관 위로 미끄러지는 꿩깃털, 영조의 가마 끝으로 걸리는 색색의 장식들. 단호하게 아름다웠고 잔혹하게 예뻤습니다. 마지막 염하는 장면이 그러했고.

10. 보고 즐겁게 나와서 전혀 아쉽지는 않은데 동인지 보는 마음으로 가뿐하게 보고 나왔더니 계속 드문드문 묘사는 되었는데 스쳐 사라져간 것들이 아쉬웠습니다. 혜경궁 홍씨라든가 화완옹주라던가. 화완옹주는 영조가 조오오오오온내 편애하면서 예뻐했던 두 공주중 한명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분 자식 편애가 쩔어서 싫어하는 자식은 보지도 않고 예뻐하는 자식은 결혼시키고도 옆에 끼고 살았다더랍니다) `아버지가 내 말은 듣는다니까`라는 장면을 넣어주고 연희궁으로 옮기게했으면 영조가 진짜 예뻐했는지 아닌지는 넣어줬어야죠. 그리고 무수리 천하다는 말에 기겁하는 신을 넣을 거면 암시 말고 묘사도 좀 해줘도 되지 않았을까여 영조도 평생 독살설+출신성분 콤플랙스로 헤메다가 편집증으로 돌아버린 인간일텐데..

11. 묘사를 최대한 간결하게 넣었으므로 극중에서는 뭔가 나쁜 사람이 없는 것같지만 영조는 자식 잡아먹은 애비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분에 대한 불안과 정적들과 정당성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찜쪄먹을만했던 총명함. 시시때때로 공부하고 또 책을 읽던 편집적인 완벽주의자. 자신에게 닥쳐오는 불안들을 총명과 슬기로 막아낼 수 있었기에 제 자식도 그러리라 믿었을 거고, 편집적인 애정이 가끔 폭발하듯이 매도하고 잡을 듯이 예뻐하는데 어떤 애가 안 망가지겠어요. 역사 기록에 궁 밖에 있을 때는 사도세자의 불안증세가 사그러들었다던 대목을 보고나면 아 그냥.. 참.... 싶습니다. 세손 정조가 미칠듯한 먼치킨이 아니었다면 폐세자했을망정 죽이지는 않았을텐데, 영조의 강박증에 사도세자의 광증(+살인)이 겹치고 세손이라는 대체재가 워낙 완전무결했으니 무탈하게 정통성을 이어주기 위해 아들을 죽였던 아버지.

12. 그냥 역사적 사실만으로 사실 진짜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내용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었죠. 부채 활용법은 좀 과하게 덧칠했다싶어 아쉬웠지만 그냥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것이 좋았습니다. 좋은 연기와 좋은 장면이 있던 영화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버스 타고 간이일기.

1. 네모난 창 너머로 조롱조롱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달려서는 저마다 어느 순간은 울고 어느 순간은 웃고 어느 순간은 기쁘고 빙글빙글 도는 바람개비처럼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바삐 사느라고 덜컹덜컹 흔들리는데 그 풍경이 어떻게나 먼지. 창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도 괜히 슬퍼졌습니다.

2. 가을타나봅니다. 일기장에 키티라고 이름이라도 붙일까.

3. 책 = 도서관이던 시절을 넘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었더니 책값으로 찔끔찔끔 돈 나가는 것에 무감각해졌습니다. 백번정도 읽을 책이면 사도 돼->에서 읽고 싶은 책은 사면 되지 않을까?(연서복) 이런 느낌. 일단 책장이나 치우고서 말하시지... 근데 만화책 사놓은 것도 안 읽은지 꽤 되는 게 많아요. 직장인에게 시간을 주세요

4. v.c 앤드루스의 책은 읽으면서 진짜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다리를 못써서 집에서만 살았다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옳다꾸나 그랬던 것이었구나.. 했숩니다. 묘하게 폐쇄적이고 일그러진 냄새가 나는데 기본적으로는 인형처럼 예뻐요. 다락방의 꽃들 다시 읽고 싶습니다. 대학 도서관에는 있었는데.

5. 책같이 남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나름대로 마이너한 취미를 가진 장점은 경쟁률이 적다는 건가봅니다. 물론 이영도나 이영도나 이영도같은 작가는 제외합니다..(피마새 박스판을 손에 넣기위해 했던 광클은 god콘서트 못지 않았음) 도서관에 신청하면 대체로 들어오거든요.

6. 책냄새에 파묻혀서 주말 내내 책이나 읽었으면. 코넬 울리치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읽었습니다. 둘다 몇번씩 봤던 책이라서 체력 소모는 얼마 크지 않았어요.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는 어어어엄청 뛰어나거나 색다르거나 화사하진 않은데 문장이 던져주는 이미지가 가끔 별처럼 반짝거려요. 오렌지색 모자, 별이 빛나는 거리, 깨지는 스테인글래스의 천개의 조각들.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7. 추리소설 작가로는 어어엄청 좋아라하는 작가는 아닌데 어릴 때 지이이인짜 재미있게 봤던 소설이 이 분 거였어요. 제목 또까먹었는데 주인공이 정신을 차려보니 몇년간의 기억상실에서 회복된 직후였고 기억을 잃었던 때의 자신은 살인범으로 몰려있어서 기억과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스토리였습니다. 늙은 노인과 어린 소년이 주인공을 믿어주던게 인상깊었는데 차례차례 진상에 접근해가는게 지금 생각하면 `환상의 여인`과 비슷했구나 싶어요.

8. 보고싶은 영화가 쌓였습니다. 사도, 마션, 메이즈러너2. 내일은 영화표나 예매할까봐요. 알라딘에사 지른 어떻게 좀 안될까요 9도 올거고, 무명기 2도 올거고, 만화보고 영화보고 책이나 읽었으면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읽은 책 : 브리짓 존스의 일기, 브리짓 존스의 애인
*이 글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대한 리뷰인척하지만 사실은 보다 본질적으로 책이 추구한 가치, 목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려하는 리뷰입니다.

-> 콜린 퍼스 이야기를 할 거란 소립니다.

나름 스포일러방지(책은 나온지 20년에 더 가깝고 콜린 퍼스가 쩐다는건 다 아는 건데 굳이 필요한가싶지만)



1. 브리짓존스의 일기는 감히 현대판 오만과 편견이라고 하겠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만과 편견에 대한 싱글족의 현대판 오마쥬일지도 모릅니다. 스노비즘에 찌든 교양예찬론자들 가운데서 우아하고 똑똑한 엘리자베스 베넷은 더이상 특이하게 매력적이지않고 현대판 노처녀 브리짓은 훠어어어얼씬 덜떨어지고 무식하고 뚱뚱하고 정리정돈도 못하고 남자에 목숨걸고 언제나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여자가 생각하기에 공감이 가는, 친구가 될수있는 여자입니다. 그런 브리짓이 연애에 실패하고 노골적으로 연애를 울부짖다가 오만하고 편견으로 꽉 차서 무시했던 마크 다아시와 맺어지는 코미컬한 스토리는 오만과 편견의 플롯을 그대로 가져왔고 훨씬 가볍고 현대적이고 웃음이 터지게 바꾸었을 뿐입니다.

2. 1번 안 읽으셔도 돼요 어쨌든 중요한 건 콜린 퍼스니까.

3. 콜린 퍼스니까. 중요하니 두번 말합니다.
세번도 말할게요. 콜린 퍼스니까.

4. 이 가공할 헛소리를 이해하시려면 당장 달려가서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고와야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십중팔구 영국식 억양을 쓰며 수트를 빼입고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라는 대사를 치는 남자한테 빠질텐데 그게 핵심이에요. 콜린 퍼스라는 소리입니다.

5. 킹스맨으로 세간에 상사병자들과 거대한 팬덤을 만들어낸 배우 콜린 퍼스는 약 이십년 전에도 비슷한 짓을 했었는데 BBC판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 미스터 다아시로 출현했고 동시에 영국 여성들의 영원한 왕자님으로 등극했습니다. 작중 오리지널인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신은 조각으로 만들어졌더던가요. 이후 2005년판 오만과 편견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우아한 베넷양을 보여주었지만 절대다수는 <미스터 다아시가 콜린 퍼스에 못미쳐(왜 콜린 퍼스가 아닌거야?)>라고 평했다던가뭐라던가.

그 드라마 저도 봤는데 그 유명한 호수신을 본 감상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으아 물 더러워보여 부옇고... 저기 들어가야하나 우아...(들어감) 아...어... 뭐지 물이 좀 뿌옇다고 대수야 콜린 퍼스가 들어갔는데... 와..우아.. 맑아보이네... 아니다 샤이닝한데...와.. 콜린.. 콜린퍼스... 와....콜린 퍼스...>

6. 말했잖아요 중요한건 콜린 퍼스라고. 비비씨 오만과 편견 꼭 보세요 지금의 나이스 미들이 그냥 퍼팩트 맨입니다 그냥 아주 와..와...

7. 아니 이게 아니라.

8. 그리하여 영국 문학사에 남기는 족적만큼이나 거대하게 90년대 영국여성들의 심장을 쏘는 살인무기가 된 오만과 편견(이라고 쓰고 콜린 퍼스라고 읽는다)이 당시 여성들을 어떻게 휩쓸었는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는 정확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9. 당장 브리짓은 마크 다아시가 붙임성없는 모습을 보고 <이름이 다아시라고 자기가 미스터 다아시라도 되는 줄알아>라며 모두까기를 시전하고 오만과 편견 이야기가 나오고 우울하고 슬퍼진 브리짓을 위로하기 위해 게드와 샤론은 엄청난 양의 단 것과 오만과 편견 비디오 테이프를 가져와 브리짓을 위해 ˝콜린 퍼스가 젖은 셔츠를 입고 걸어나오는 호수신˝을 찾아 끊임없이 틀어줍니다(...)
아예 작중에는 대놓고 콜린 퍼스를 언급하며 후속작인 <브리짓 존스의 애인>에서는 콜린 퍼스가 실제로 나오기까지해요. 브리짓은 그를 인터뷰하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 맙소서 미스터 콜린 당신 진짜 미스터 다아시랑 똑같이 생겼어요!> 되시겠습니다.

10. 아 까먹었다. 이 소설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누가 (작가의 열화같은 요청으로) 마크 다아시를 맡았게요?
당연히 너무도 명백하고 확고하게 The man입니다.

콜린 퍼스라고요 ㅇㅇ

11. 이런 당시 영국을 휩쓸었던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인기를 이해하고 나서 책장을 들여다보면 이 깨는 언니의 연애소설은 겁나 재미있어집니다. 여주인공 브리짓은 어렵고 잘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브리짓의 일기를 읽으면 어려운 말이나 잘난척하는 묘사없이 그냥 그 시대가 보입니다. 그 순간, 거기 살았던, 스트레스 쌓이면 초콜릿 퍼먹고 매일매일 칼로리 계산하고 회사에 지각도 하는, 하지만 솔직하고 미워할 수 없는 여자의 시각으로 본 90년대 영국이 눈에 들어오는 거에요.콜린 퍼스라던가. 콜린 퍼스같은.

12.후속편에서는 세기의 사건이었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죽음도 묘사되면서 그 현실감은 더 생생해집니다. 다이애나의 죽음은 한국사람에게도 낯선 일이 아니니까요. 꽃대신 담배와 초콜릿과 복권을 가지고 버킹엄궁 앞을 찾는 브리짓을 통해 대중을 휩쓸었던 시대상이 전해져왔습니다. 다이애나. 스 시대의 여성들이 사랑한 프린세스. 물론 프린스도 있습니다. 찰스 말고 콜린 퍼스요.

13. 사실 콜린 퍼스를 빼고도 이 책의 브리짓이 멍청하지만 사랑스러운 괴짜이며 마크가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브리짓의 바보같은 실수들이 얼마나 공감가고 귀여운지 구녀 앞에서 잘난척하던 전형적으로 이기적인 멍청이 다니엘이 얼마나 얄팍한 인간인지 길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처럼 된 이 이야기가 어떤 영향을 받았고 끼쳤는지 오만과 편견과 이 책의 플롯이 어떻게 닮았으며 다른 부분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아마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14. 어떤 의미를 부여해도 브리짓은 미워할 수 없는 철딱서니고 그녀가 행복해지는 것에 기뻐지는 주인공이니까요. 그냥 그대로 웃으며 읽는게 좋아요.

15. 물론 콜린 퍼스도 중요하고.

자매작품: 킹스맨 오만과편견 드라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 영화판.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식중에서 `철의 여인` 수상소감을 말하는 메릴스트립 클립)
왜 추천목록이 이지경인지 궁금하면 위로 가서 3번 항목 다시 읽고 오시기를 추천합니다.ㅇ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쇼의 새 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마을의 나무에서 아이가 든 열매가 맺히고 요마와 요수가 있는 나라. 신선이 되는 관리들과 불사의 수명을 누리는 왕. 그 왕을 택하고 보좌하는 금빛 기린. 왕이 도를 거스르면 재보 기린은 병들고 기린이 죽으면 왕도 죽는다. 그리고 나라는 다시 태어난 기린이 왕을 고를 때까지는 계속되는 재헤를 겪으며 왕이 서면 천지는 안정되고 지변은 멈춘다. 이 나라 열둘이 모여있는 곳.

2. 십이국기 시리즈를 처음 읽은건 중학교 1학년때였습니다. 화서의 꿈이 나왔을 때가 고등학생이었나. 독특한 세계관이 어지간히 매략적이라 한창 푹빠져서 읽었는데 도통 뒷권이 나오지않아서 얼마나 동공지진을 시전했는지. 시리즈별로 독립된 이야기이긴하지만 타이키가 삐-----했다구요?! 교소우가 삐------했다구요?! 유국 위태롭대매!!!! 쇼케이네 고향땅 기린 쓸려갔대매!!!!! 떡밥을 산처럼 던져놓고 무슨짓이야!!!!!ㅠㅠㅡ

3. 소설계의 유리가면인가 싶었는데 나왔습니다 신작 연재한답니다 장편. 번역된댑니다 뒷권!!!!!! 울음을 터트리며 야광봉을 휘두르며 책을 기다리기 시작, 요시와 게이키와 고야의 이름이 압박이 아니라면 뻥이지만 그래도 번역도 좋고 판형도 예쁘고!!!(책표지 벗기면 고서풍으로 속지 디자인하신분 짱이에여 대박예뻐요!!!!!!!!!)

4. 그리고 5권으로 신작 히쇼의 새가 나왔습니다. 화서지몽처럼 단편을 묶은 단편집인데 특징이라면 직접적으로 왕이나 기린이 등장하는게 아니라 글의 가장 바깥줄기에 있을 것같은 소박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흐른다는 점이었어요.

5. 경국의 축하연을 다루는 어느 관리, 연왕 즉위 초반의 수목사, 기울어가는 유국의 법관, 경국의 어린 소녀. 이름이 있지만 없다해도 상관없을만큼 등장인물들과 먼 관계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왕이 선다는 건, 나라에 산다는 건 이런 기분이겠구나-하고 얼핏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에요.

6. 예전 조은세상판 1부(달의 그림자 그림자 바다)를 읽을 때 작가 코멘트에서 경국의 전쟁을 이야기하며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삶이 있었겠지만 전쟁에서 그들이 어땠는지 모두 묘사하지는 못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어요. 이런 식으로 십이국의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구나.. 했습니다.

7. 예전에 오노 후유미 데뷔작이었던 17세의 봄을 읽고 생각보다 문장이나 글이 가벼운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히쇼의 새는 그 반대로 십이국 시리즈가 나오지 않는 동안 오노쥬상의 필력이 단단해지고 섬세해졌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배꽃나무같은 새의 묘사는 가슴이 철렁하게 예뻤어요.

8. 세계관을 세밀하게 후비파는(단위규격에서 교육체계, 국가별 특산물, 지리적생태, 행정구역에서 법규정까지 다 설정짜서 넣는 작가 많지않을걸요!) 작가님의 장기는 여전히 활활 날아다니고 있어서 그 부분도 즐겁게 읽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 분의 글에사 가장 좋은 선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순간들이에요 항상. 손이 곱아가며 겨울길을 달리고, 선의가 이어지고 왕에게 닿아 세상이 변하는 순간의 아름다움. 달력을 위해 매미허물을 모으고 동물을 살피던 천진한 사람들이 제비새끼의 숫자를 보고 안도하고 소녀가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의 감동.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감정이 흔들리게 만드는 순간들이 좋아요.

9. 하지만 단편과 설정짜기는 장편을 한방에 쓸 기력이 모이지 않을 때 쓰기 더없이 좋으며 핵심등장인물이.아니라 시각 바꾸기로 외부인의 시점에서 적는 글은 쉽사리 인물을 움직일 기력이 안들때 쓰기 딱 좋은 걸 아는 바 단편도 감사하지만 장편 꼭!!!!!!!! 적어달라고 정화수를 떠놓고 빌고있습니다.
요는 안돌려서 돌직구로 말하면 히쇼의 새 감사합니다 주상 하지만 화서지몽 이후로도 몇년을 기다렸으니 이번에야말로 (장편)신작주세요!!!!! <- 매우 솔직한 감상 되겠습니다.

10.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이닝을 다읽고 오버룩과 댄 토런스에 대해 뱅글뱅글 돌고있는 김에 닥터 슬립(그러니까 샤이닝 후속작, 30년 후에 쓰여진)까지 읽고 감상.
킹의 영향을 받아 몹시 힙스터스러운 말투로 쓰여졌습니다.

1. 가끔 기묘하게 연계되서 덩어리로 기억되는 시기가 있다. <500일의 썸머>와 <50/50>과 <미스테리어스 스킨>을 보고 나서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라이징>을 봤었는데 당연하게도 공통점은 모두다 조셉 고든 레빗이었고 이 일이 재밌었던 건 내가 조셉 고든 레빗을 보기 위해 저 영화들을 틀지 않았었다는 거다. 비슷한 일이 책에서도 있다. <거미 여인의 키스>와 <채링크로스 48번지>와 <키다리 아저씨>와 <속 키다리 아저씨>를 읽어치웠는데 당연하게도 이 것들은 편지글이거나 대화체 소설이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괴기물 시리즈˝도 있다. 백기도 연대와 혼조 후카가와 시리즈와 샤바케와 오츠 이치를 읽은 날같은 거.
그런 식으로 분류하자면 이번 주는 스티븐 킹 주간인가보다.

2. 힙스터 스타일로 쓰기 위해 첫문장을 열심히 멋부렸는데 슬슬 질렸다. 귀찮다. 그냥 쓸란다.

3. 예전에도 이 책을 읽고서 감상을 썼었더랬다. ˝오버룩의 토니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그 아이의 일평생을 따라다니는 악몽이 오버룩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게 썩 기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읽고 덧붙인다. ˝지금의 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댄의 이야기도 좋을 거에요.˝

4. 코카인인지 알코올인지 모르겠지만 스티븐 킹은 중독자였고-˝작가˝를 좋아하는 단계에 들어서고보면 싫든 좋은 작가에 대해 많이 캐내게 되는게 썩 기쁜 일은 아니기는 하다. 남의 민감한 사생활이 적힌 페이지에 고개를 박고 있는 느낌에다 다른 사람의 치부를 드러내서 이거 네 거지? 하고 흔들어대는 기분이 든다- 그 중독에 관한 경험을 작가가 작품에 어떻에 녹여내었는지 더듬어가면 논문 하나쯤은 나올 것같다. <폴 셸던>이 중독에서 발버둥치던 때의 그라면, <잭 토런스>는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때의 그였고, <댄 토런스>는 중독을 벗어난 이후 그 경험을 곱씹어보면서 극복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의 그다. 와 나 이 표현 마음에 들어.

5. 킹의 시각은 따뜻해졌다고 썼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그랬다. 어린 소녀에 대한 다정한 시선, 아브라, 호스피스, 왕좌의 게임 대너리스에 대한 묘사같은 건 여전히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두움? 두려움?을 마주하고서 다루는 방식이 어찌나 유해졌는지. 거의 치유물같다. 날것으로 쏟아져내리면서 여기저기를 아프게 긁어내리던 시기와 비교하면 참 편안하다.

6. 중독, 호스피스, 소통, 아프라와 댄, 가족관계, 그리고 트루 낫, 로즈와 앤디가 가지는 `광포한 여성`의 이미지, 아브라가 보여주는 놀랍도록 차가운 일면, 죄책감으로 남은 아기와 어린 어머니의 기억들, 그리고 여전히, 어린 대니에게는 최고의 아빠였던 잭 토런스. 찰나의 순간 아들을 놓아줄 수 있었을만큼은 꼬마를 사랑했었고 그리고 나중에도 한번의 도움은 줄 수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런 것치고 이 아버지 아내에게는 전혀 다정한 남편이 아니었는데 어째 킹의 책에서는 부부의 관계는 별로 묘사가 안된다는 느낌이다. 너무 완벽하게 평온하고 완전한 걸 갖고 있어서 글로 표현할만큼 흥미롭지 않았나)

7. 음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이래저래 귀찮아졌다. 침대에 누워서 팔을 뻗으면 킹의 책을 집어서 읽어내릴 수 있다는 건 꽤 멋지다. 마감하는 와중에 오버룩의 풍경이나 빨간 칙칙폭폭같은 게 떠오르는 건 썩 도움은 안되는데.. 으 이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책을 읽는 건 기쁘다.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