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간이일기.

1. 네모난 창 너머로 조롱조롱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달려서는 저마다 어느 순간은 울고 어느 순간은 웃고 어느 순간은 기쁘고 빙글빙글 도는 바람개비처럼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바삐 사느라고 덜컹덜컹 흔들리는데 그 풍경이 어떻게나 먼지. 창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도 괜히 슬퍼졌습니다.

2. 가을타나봅니다. 일기장에 키티라고 이름이라도 붙일까.

3. 책 = 도서관이던 시절을 넘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었더니 책값으로 찔끔찔끔 돈 나가는 것에 무감각해졌습니다. 백번정도 읽을 책이면 사도 돼->에서 읽고 싶은 책은 사면 되지 않을까?(연서복) 이런 느낌. 일단 책장이나 치우고서 말하시지... 근데 만화책 사놓은 것도 안 읽은지 꽤 되는 게 많아요. 직장인에게 시간을 주세요

4. v.c 앤드루스의 책은 읽으면서 진짜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다리를 못써서 집에서만 살았다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옳다꾸나 그랬던 것이었구나.. 했숩니다. 묘하게 폐쇄적이고 일그러진 냄새가 나는데 기본적으로는 인형처럼 예뻐요. 다락방의 꽃들 다시 읽고 싶습니다. 대학 도서관에는 있었는데.

5. 책같이 남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나름대로 마이너한 취미를 가진 장점은 경쟁률이 적다는 건가봅니다. 물론 이영도나 이영도나 이영도같은 작가는 제외합니다..(피마새 박스판을 손에 넣기위해 했던 광클은 god콘서트 못지 않았음) 도서관에 신청하면 대체로 들어오거든요.

6. 책냄새에 파묻혀서 주말 내내 책이나 읽었으면. 코넬 울리치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읽었습니다. 둘다 몇번씩 봤던 책이라서 체력 소모는 얼마 크지 않았어요.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는 어어어엄청 뛰어나거나 색다르거나 화사하진 않은데 문장이 던져주는 이미지가 가끔 별처럼 반짝거려요. 오렌지색 모자, 별이 빛나는 거리, 깨지는 스테인글래스의 천개의 조각들.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7. 추리소설 작가로는 어어엄청 좋아라하는 작가는 아닌데 어릴 때 지이이인짜 재미있게 봤던 소설이 이 분 거였어요. 제목 또까먹었는데 주인공이 정신을 차려보니 몇년간의 기억상실에서 회복된 직후였고 기억을 잃었던 때의 자신은 살인범으로 몰려있어서 기억과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스토리였습니다. 늙은 노인과 어린 소년이 주인공을 믿어주던게 인상깊었는데 차례차례 진상에 접근해가는게 지금 생각하면 `환상의 여인`과 비슷했구나 싶어요.

8. 보고싶은 영화가 쌓였습니다. 사도, 마션, 메이즈러너2. 내일은 영화표나 예매할까봐요. 알라딘에사 지른 어떻게 좀 안될까요 9도 올거고, 무명기 2도 올거고, 만화보고 영화보고 책이나 읽었으면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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