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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세트 - 전3권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헝거게임 보고왔습니다.

아 요새 강동원 배우에 치여서 진짜 일상존중이 안됨 와 진짜 뭘먹고 이렇게 잘생긴 거지 사람 얼굴에 큰 감흥 없는 편인줄 알았는데 그 기럭지로 막 움직이는게 그냥 막.. 사제복이 막 이케 펄럭펄럭하는데 와 기럭지가 안끝나.. 군도랑 전우치 형사 다 챙겨보고있고... 근데 영화들이 음.. 오..아예..

※ 헝거게임 보고온거 맞습니다

1. 헝거게임 더 파이널입니다. 4편짜리로 분할한 3부작 소설의 마지막 완결편. 원래도 스타트라인에서 끝까지 가기 어려운 것이 사람섭리인만큼 재미없지 않을까/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어요.
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원작소설을 열번정도 읽었던 사람이고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이해못할 것같기는 합니다. 극은 3부작 최종권의 중간에서부터 시작하고 이 시점에서 인물들의 역학관계는 사실상 완결까지 달려갈 뿐 전부 정해져있거든요. 영화는 제니퍼 로렌스파워를 믿은 건지 중간부터 잘라놓고 시작해도 아무 문제없었던 반지의 제왕의 계보를 이어 시작과 동시에 목졸린 제니퍼 로렌스가 콜록거리고 있습니다.

2. 전편을 보시던가 소설을 보시는 거 추천합니다 캐피톨이 무엇이고 반란이 무엇이며 모킹제이가 왜 모킹제이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어요. 가끔 마블시리즈가 뒤로 갈 수록 신규 팬 유입에 너무 각박하다고 불평한 제가 너무 친절주의자가 아니었나 싶어집니다. 이렇게도 개봉하는데 그래 뭐 쫄쫄이 입은 애들 한둘 이름 안 말해주고 시작한들 별 문제있겠어요. ㅇㅅ<

4. 농담이고 영화는 놀랍게도 세세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캐지 않아도 소재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늘려야 3부작의 최종권 절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한편짜리 영화로 만들 수 있나 했는데 전편에서 프로파간다와 모킹제이에 관해 집중하더니 최종편에서는 쌈박하게 캐피톨 침투작전을 공들여 묘사합니다. 캣니스 애버딘이 캐피톨에 가질 수 있는 증오, 코인 대통령의 뒷공작에 대한 설명을 풀어주고 시작한 이후에는 기괴하게 아름다운 도시 캐피톨에서 벌어지는 각종 함정들을 빠져나가는 캣니스의 스노우 대통령 암살작전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5. 다양한 팟들의 구현, 미래 하이테크놀로지에 기반했으되 고전적인 건물들, 여전히 튀어서 눈에 꽂혀들어오는 하이패션, 불과 함정과 총과 전투. `마지막 헝거게임에 온 걸 환영해`라던 대사처럼 이야기는 늘어지지 않고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아줍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우울한 듯 무표정한 캣니스 애버딘- 제니퍼 로렌스의 묵직한 연기가 영화의 중심이 되어주고요.

6. 미국 전역 여자아이들 손에 활을 들려준 것은 캣니스 애버딘일지 모르지만 인정해야합니다. 캣니스 애버딘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은 제니퍼 로렌스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그냥 트와일라잇 아포칼립스판이었을거라구요. 프로파간다에 이용당하는 소녀의 발버둥, 단순한 충동과 진실이 낳는 큰 파동, 연설문도 조작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소녀. 내부에는 전쟁과 살육으로 망가지는 소녀. 제니퍼 로렌스는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와 불안한 표정만으로 이 무뚝뚝한 소녀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만들어낸다구요. 이제와 고백하면 제니퍼 로렌스를 보기 위해 극장에갔습니다 ㅇㅅㅇ)9

7. 전투신에서 절규장면까지 극 전체의 중심을 잡으며 1인극으로 끌고나가는 캣니스의 존재감에 비해 두 남자배우의 존재감은 진짜 미미합니다. 인신공격이지만 페타 너무 작아요. 왜소하다고요. 포옹신에서 클로즈업샷밖에 찍을 수 없는 단신 남자배우라니 이건 사기야. 리암 헴스워스-게일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역시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연기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캣니스와의 이별신은 얼마든지 더 고통스럽고 괴로워질 수 있었는데 그냥 여왕 앞에서 침통하게 고개 숙인채 통보를 받아들이는 병사같았어요. ˝그게 무슨 소용있겠어. 너는 나를 볼 때마다 호버크래프트와 네 여동생을 떠올릴텐데.˝ 이 대사 대체 왜 뺀거에요? 게일의 핵심같은 거였는데.

8. 좋은 이야기 실컷썼는데(정말?), 이 영화는 좋은 전개와 흥미로운 연출로 영화의 90%를 채운다음 마지막 10%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립니다. 엔딩신 찍을 때 뭐 감독님 이하 전 스텝이 죄다 일주일쯤 철야하고서 일단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자는 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안일하고 쌈마이한 에필로그 안찍었을 거야.. 음...

9. 모킹제이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캐피톨이나 다른 구역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캣니스의 이야기입니다. 프로파간다에 휘말린 소녀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택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에요. 불꽃과 전쟁 속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았고, 기어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재 속에 남겨지고, 그 비극 후에 자신이 사랑할수 있었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들, 땅에 발을 붙이고 자라는 민들레같은 평온을 찾아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거에요. 프림로즈가 불타오르면서 헝거게임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던 캣니스의 삶은 완전히 끝납니다. 지키고 싶었던 최초의 것을 결국 잃었으니까요. 그 이후는 그녀가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림의 고양이를 만나고 처음으로 눈물을 터트려요. 사냥도 나가고요. 그리고 비극이나 역사가 아니라 소박한 꽃으로 프림을 기억해주는 피타의 다정함 앞에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림같은 평화 가운데 앉아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거에요. 여전히 악몽은 찾아오고 미소는 완전히 순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보다 더 나쁜 게임도 해왔으니까.

10. 9번에 길게 쓴 내용은 사실 영화의 주제 의식인데 영화에서 티가 나진 않습니다. 애초에 피타의 다정한 평화와 게일의 불타던 복수는 모킹제이에게 눌려서 사라졌거든요. 피타는 그냥 정서불안장애를 앓는 환자같고 게일은 그냥 솔져역할에 맛들린 전쟁광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 연기만 보면 그래요. 운명에 순응하고 희생하는 전사보다 `나 아직 죽기 싫어 결혼한지 얼마안됐어`같았던 피닉의 `캣니스으으으!!`를 포함해서.. 감독님 솔직히 말해봐요 제니퍼 로렌스 찍는데 맛들려서 그거 중심으로 두고 나머지다 치웠죠...

11. 영화는 코인의 교활함과 스노우의 잔혹함 사이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본편 중에서는 저런 캣니스의 내면에 대한 부족한 묘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같은데 캣니스가 모킹제이로서의 자신을 끝내고 `캣니스 애버딘`으로서의 삶을 고민해야하는 후기에 오니 갑자기 영화가 미친듯이 흔들립니다. 떡밥, 안깔아놨거든요! 제니퍼의 연기가 하드캐리하기는 하는데 정신나간 제국과 프로파간다로 채웠던 이야기 끝에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구겨넣는 걸 온몸으로 어색해하고 있는 영화화면을 구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원래도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 다이제스트 풍이라 만들기 어려웠을테지만 무기력하게 누워있다가 여동생의 고양이를 보고, 헝거게임 나가기 이전 그 시절처럼 다시 사냥을 시작하고, 피타를 만나고, 함께 잠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면 이거보다는 잘했어야죠. 바닥이 무너지는 팟을 달리는 연출 절반만큼만 섬세하게 해줬어도!

12. 마지막 차라리 나레이션으로 끝내지 어린 아기에게 말거는 엔딩이라니 진짜 촌스러웠어요..............

13. 음 진짜 졸려서 안되겠다. 이만 자고 다음에 또.. 거의 다 썼지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면 피타가 더 컸으면 좋았을뻔했습니다.

14. 새벽 네시까진가 쓰고 잠들었다가 조금더 살붙여서 마무리. 아 맞다, 글의 첫부분이 강동원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강동원 배우 관련으로 찾아보다가 새벽 네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ㅇㅅa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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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보고왔... 검은 사제들 보고왔습니다

모든 사람과 똑같은 한줄 감상
1. 강동원이 사제복 입고나온다=잘생긴거+잘생긴 거=☆핵☆잘생긴 거☆
2. 강동원에게 반팔 사제복을 박제해주세요

이하 덕적인 감상.


1. 강동원때문에 보러갔냐는 말에 아니라고 할만큼 순결하지는 않습니다만(당당) 강동원의 핵잘생김을 빼놓고도 맛있게 좋은 영화였습니다.

2. 오컬트 엑소시즘영화에요. 엑소시스트만큼 경건하고 악에 치중하지는 않고 미드 슈퍼내추럴이나 소설 퇴마록처럼 캐릭터가 살아있고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자신을 따르던 소녀가 빙의되자 고군분투하는 아웃사이더 `꼴통`중년 사제, 아무것도 모르는듯하지만 미음안에 어둠을 감추고있는 청년 부사제. 어디서든 많이 보았을 법한 드라마같은 캐릭터 설정과 부딪히고 방황하던 둘이 마음을 다잡고 콤비가 되는 과정은 만화나 드라마의 제 1권같습니다.

2. 하지만 이런 소재를 가지고 한국에서 영화가 나왔는데 촌스럽거나 만화같은게 아니라 세련되고 디테일이 살아있다는게 이 영화의 크나큰 강점이에요. 설정들을 구태여 세세하게 끌어내지는 않지만 중세시절부터 간지구현을 이룩해온 가톨릭에 기반하여 기도서에서 예식까지 퇴마과정을 스타일리시하게 묘사하고 결과 퇴마는 세기말을 앞두고 탐미적인 오컬트 취향에 빠져봤던 사람들이라면 짜릿할 만한 섬세한 묘사로 화면에 나타납니다.

덕후 근성 자극한다는 소리에요 빨리 2편주세요

3. 서사를 만들기에 앞서 고증을 많이 쎄비팠다는 걸 느꼈는데 신학교의 7학년 멘트라던가 신부님에 관한 묘사부터 시작해서 바흐와 성가같은 지식적인 부분도 그러했고 성당에 대한 묘사도 자연스럽게 맞아들어가서 좋았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술담배고기 ok(하지만 여자와는 인연이없는) 사제라던가 합창단 지망하는 영신이나 성모님한테 인사하고 나서는 부분같은 거요. 무당을 배척하지 않는 부분부터 가톨릭병원 교수님까지(...) 신앙적인 존경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부분들이 눈에 깊었습니다.

4. 맞다 내가 가톨릭대생+천주교인인게 엄청 기뻤어요 보이나 명동성당! 보이나 성심교정!!!!! (으쓱으쓱)
솔직히 종교를 기반으로 퇴마영화를 만든다는 게 신앙인에게 아주 엄청 환영할 일은 아닐 텐데 그걸 허락해주는 내 종교의 대인배심이 뿌듯했습니다

5. 씨지나 이야기의 개연성(특히 어린 자신-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도망가지 않기로 결심하는 부제님장면이오)을 우아하게 막힘없이 배치한 것도 좋았어요. 등장인물의 행동에 의구심을 느끼지않게하는 호흡조절이었습니다. 오프닝 시퀸스에서 문장들이 수단의 로만칼라로 수렴되는 부분에서부터 와 스타일리쉬하다 ㅇㅅㅇ)b했어요.

6. 그리고 소리덕후이자 목소리덕후로서 우아한 중국어 독일어 영어 발음을 다 살려준게 존좋이었어요!!! 무얼 숨기랴 암살볼 때 일본어 발음이 제일 아쉬웠단 말이에요.

7. 도중에 토테미즘 수업시간에 강동원이 보는 만화로 엑소시스트 아기토 나와서 빵터졌습니다. 오컬트 만화(설정 쎄비파는 것)으로는 나루시마 유리를 빼놓을 수 없져 감독님 뭘좀 아시네요 엉엉(야광봉)

8. 강동원으로시작하지만 자체로도 힘있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그니까 빨리 2편주세요 빨리 급함 ㅇㅅ˝ㅇ

9. 아 이거 빼먹을뻔했다 강동원 빼고도 좋은 영화지만 찬송+십자가+수단+향로 강동원씬의 파괴력은 마치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신을 방불케하는 전심전력 마지혼키였습니다

미친스크린에 대천사 강림하는 줄 알았음

자매만화 : 엑소시스트 아기토, 소년마법사
자매영화 : 엑소시스트
자매드라마 : 슈퍼내추럴(1~2시즌)
자매강동원핵멋짐: 군도(한복)

근데 강동원씨는 진짜 만화같은 각본 좋아하시나봐요 초능력자부터 시작해서 일관성있는 심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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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집 1 펭귄클래식 25
이디스 워튼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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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집

이사벨 아옌데 연작 시리즈랑 착각해서 빌려온데다 다 읽고나서야 예전에도 읽은 책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도 4년전에 읽었을 때보다 훠어어어얼씬 이해도가 올라가서 뿌듯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모두 고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결한 것은 아름답습니다. 릴리 바트는 고결한 결말을 맞았어요. 주홍글씨도 생각났고 부활도 생각났고. 몽고메리도 생각났고.

콧대높은 사교계와 불문율을 스치듯이 풀어내여가는 손짓은 유려하고 세속적이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차례대로 나락으로 걸어가지만 현실과 타협하되 속되고 추한 것들(그녀 자신이 별로 고결한 사람이 아니었음에더 불구하고)에 휘말리면서도 결코 내부의 무언가를 내려놓지는 않습니다. 몇번이나 그럴 기회도 능력도 있었는데도요. 마지막에 철철 울었어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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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마션을 보고왔습니다.

해프닝 : 1) 영화시간 착각해서 40분 일찍감 2) 일찍 간 김에 결제 포인트로 다시하려고 시도 3) 전산 오류로 자리 날아감 4) 복구 불가 5) 울먹울먹울먹 6) 4D로 자리 다시 잡아주심 5) 할렐루야!

1.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 알라딘의 원작소설 프로모션이 아니었다면 개봉하는지도 몰랐을 테지만 이래저래 기다렸습니다. 원래 과학자가 쓴 SF소설이라는 데에서 흥미를 느꼈고 알게모르게 쌓인 편견아닌 편견으로 부우우우운명히 덕후일 거야 라고 믿었는데 맞았어요 오예 엘론드 회의.

2.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미국이 구하는 사나이였던 맷 데이먼은 이제 세계의 구원을 받습니다(으쓱으쓱) ...이 아니라. 화성에 혼자 남겨진 동료 우주비행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이며, `과학자 소설가`가 쓴 소설이 원작인만큼 충실한 계산과 계획화와 구조화가 잘 드러나있어요.

3. <그래피티>도 비슷하게 광활하고 공허한 우주에서 살아남아 돌아가는 이야기였지요. 그 영화가 조난-구조라는 클리셰안에 우주의 적막함과 아름다움을 영상미로 쏟아냈다면 이 영화는 조난-구조라는 과정 안에 과학자의 수식을 남아냅니다. 어떻게 식량이 남았고, 어떻게 구조를 계획하고, 어떻게 궤도를 계산하고, 어떻게 수리하고.

4.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그 모든 것이 정말로, 정말로 미치도록 아름다워요.

5. 가끔 위키에 들어가서 이야기들을 무작정 읽어내려가는 걸 좋아합니다. 예전에 블로그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링크를 타고 블로그에 기어들어가 거기 올려져있는 모든 글을 읽곤했어요. 위키를 뒤지는 것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거미줄같은 선을 타고 흘러가면 거기에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이야기들이 걸려있어요. 역사, 문학, 사람, 학문, 과학, 요리, 우주... 우주.

6. 아폴로 계획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참동안 읽었었어요. 소련과 미국의 경쟁에서 시작되었던 그 원대한 계획들은 읽으면 읽을 수록 순수했습니다. 저 우주로 가기 위한 계획들이요. 궤도 계산, 사고, 귀환과정, 계산..

7. 학문은 순수해요. 과학은 특히 더. 물론 현실에는 로비가 있고 정치가 있지만 적어도 과학은 1+1이 2가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 분야잖아요.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야. 도와야해.` 그런 대사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성실함이 웃음이 나왔고 또 사랑스러웠어요. 아무런 조건도 타산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있어야할 것이 있는 것처럼.

8. 반드시 오류는 발생하고 또 오차는 나타나지만 그 빈 공간을 메꾸는 것은 또 사람입니다. 의자의 줄을 풀고 손을 뻗어서, 금발해적에서 아이언맨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내는 거에요. 그 과정에 단 하나의 의구심도 없이, 비참함도 없이 이야기는 순수하게 사람을 믿고 또 좋은 모습들만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또 믿을 수 있는 거에요. 어떻게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9. 엘론드 회의에 참석한 국장님이 `엘론드 회의라고 할 거면 내 코드네임은 글로르핀델로 해줘 ㅡㅡ` 하는 가운데 저는 숀빈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습니다. 보로미르도 있으니 뭐 나쁠 거 없잖아요(영화관에서 미친듯이 빵터졌는데 저만 터지더라는..)

10. 영상미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데이빗이 에일리언의 유산에 접촉하는 것같은 화면을 기대했는데 퍽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어요. 화성의 메마른 땅이 주무대라서 그저 그랜드 캐니언을 보는 기분이... 그래도 아무 것도 없는 그 땅을 가로질러가는 로버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11. 자매영화 <그래피티(우주의 조난과 구조와 적막함에 대해서)> <인터스텔라(우주선 도킹과 궤도계산이라는 점에서)> <킹덤 오브 헤븐(적막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독도 같고요.. 같던가?)>
자매소설 <마션(원작이에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인류를 긍정한다는 점에서, SF이기도 하고요)> <로빈슨 크루소(조난 생존을 위해서는 노동과 식사제한과 궁리가 필요합니다)>
자매만화 <문 라이트 마일(우주는 아름답고 사람은 눈부시고 또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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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0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9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30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 사도 보고왔습니다.

아주아주아주 고퀼의 2차창작.....

1. 유명한 대중영화만 보는 싸구려 입맛의 평범한 관객인 저에게는 딱히 감독님의 스타일을 짚어내는 능력이 없습니다. 봉준호 영화면 뭔가 찰지고 씁쓸하고 쓴맛이 도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부조리를 한큐에 쓸어모아서 푹푹 끓여낸 것같은 진한 맛이 우러난다는 거라든가 박찬욱 영화면 신경을 칼로 갈라 끌어내서는 한땀한땀 저며내는 것같은 피맛이 난다던가 류승완 영화면 영화가 가볍고 존내 빠르고 터프한데 슬로우 모션이 그렇게 빨라보이는 신기한 영화라든가.. 든가든가 정도. 하물며 이준익 영화는 <왕의 남자> 하고 <사도> 이거 딱 두편 봐서(중간에 사극영화 본것도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나요) 뭐라 평할 능력은 진짜 거하게 떨어집니다


2. 아주아주아주 고퀼의 2차...... 2222222

3. 아니 그도 그럴게 서사나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없단 말이에요. 2차스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니들 이거 다 알거라는 거 전제로 깔고` 자기 좋아하는 장면만 겁나 개멋있게 연출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영화가 딱 거기에 맞아 떨어진단 말입니다. 영조가 무수리의 자식이고 숙종 독살설이 돌았던 건 다 알고 있어야 하고 사도세자의 자식이 정조이며 영조도 정조도 존내 세기에 남을 먼치킨이고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썼고 사도 세자는 광증으로 궁인들을 죽이고 다녔고 어릴 때는 총명했는데 아버지 편집증과 등쌀에 억눌리다가 돌아버렸고 종래에는 옷입는 것도 싫어해서 하루에도 수십벌씩 옷을 해바쳐야했다던가. 니들 다 알지? 아니까 나 좋을 대로 연출한다!! <--- 딱 이거.

4. 그러니까 사실 영화는 아아아아아무런 부연설명도 안해줍니다. 사도세자의 아버지가 영조라는 것조차 안나와요. 아들이 정조인 것도 안 나오고. 그거야 그럴 수 있죠 굳이 전체 설명을 깔고 가야할 필요는 없으니까? 근데 귀주에 집어넣어지기까지의 행적들을 부분부분 잘라가면서 묘사하는데 그게 진짜로 토막만 던져주고 홀케이크는 알아서 찾아보셈 `ㅅ` 수준이거든요. 2차 창작계에서 잘하는 딱 그 짓이에요.

5. 아니 뭐 굳이 나쁜 건 아니고 저도 국사를 빡시게 배운 한국인+만화로 배우는 조선왕조실록+아주 살짝 역사덕후까지는 아니라도 야사 찾아보는 거 좋아함 = 그럭저럭 배경에 익숙한 인간이다 보니 거슬리는 거 하나 없이 잘 보기는 했는데 별로 영화가 기승전결보다는 순간의 장면에 주력하다보니까 나중에는 뭔가 좀 안씻고 나온 기분이더라고요. 시오노 나나미 책 보는 기분이야 엄청 재밌고 구미가 당기기는 하는데 이걸 정사로 볼수는 없고 그렇다고 정사를 빼고 이야기만으로 생각하기에는 남는 게 없어...

6.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에 주력하면서 이야기를 다뤄갑니다. 문제는 주력은 하는데 이게 기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비춰주는 데에서 시작하다가 끝나고, 승에서는 일방적인 영조의 지랄(;;) 인거라 인물이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갈등은 없고, 전.. 전은 모르겠다 전은 초반부터 집어던져놓은 `귀주`이기 때문에 전이 사실상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결은.. 사도 세자의 결이라면 세손의 목소리를 듣는 그 장면일 거고 이야기의 결이라면 정조의 손에서 활시위처럼 춤추던 그 부채일진대 둘다 거어어어어업나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에 이 극 전체에서 인물끼리의 갈등이라던가 입체적인 묘사는 사실 전무합니다. 극중에서 가장 살벌하게 부딪히는 씬이 영조와 사도의 대화장면인데 그 상태에서 이미 사도세자는 뗏장 쌓인 귀주 안에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둘이 마주치지도 않아요. 극중 가장 격렬하게 사람과 사람의 감정이 부딪히는 씬이 독백극이라고요. 무라카미 하루키냐?

7. 생각해보면 왕의 남자에서도 가상캐릭터인 공길에 장생을 등장시켜서 극을 끌고 나갔는데도 뭔가 여백을 읽게 만드는 밋밋함이 있었거든요. 패왕별희마냥 손가락 자르는 신에서부터 마지막 검날에 이르기까지 전생애를 묘사하라는 건 아니지만 공길의 과거도 현재도 (심지어 궁에 들어온 이후의 행보에서까지도) 암시적인 묘사는 있는데 그게 구체적인 이야기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섬세하게 파편처럼 묘사되었었구나, 생각하니까 이게 이분 스타일인가 싶어서. 사도에서는, 아예 `모두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에 깔고 들어온 이 극에서는 그냥.. 존나 니들은 다 아는 거다 난 그냥 만든다급의 패기를 보여줍니다. 혹시 누구라도 외국인이 보는 거면 어쩔뻔 했냐.

8. 이렇게 말하면 엄청 싫어하는 것처럼 써놨는데 전혀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재밌었어요. 첫번째로 연기가 미쳤습니다. 송강호에 유아인이야. 광인 연기의 신 타이틀을 획득하고 싶은지 온몸으로 미침을 발산하는 유아인 사도세자인데 상대가 연기의 신 타이틀을 발로 굴리면서 이미 있는 거라 또 필요없어 허허 할 수 있는 송강호 영조입니다. 극이 아주 그냥 전체적으로 묵직합니다. 영조가 편집증을 온몸으로 발산하면서 아들 몰아세울 때는 물론이고 마지막 `나는 자식을 죽인 애비로, 너는 역모를 꾸민 죄인이 아니라 <미쳐서 애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남을 것이다` 에서는 그냥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대사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저 부분에 왜 <> 표시 넣었는지 보고 온 분이면 아실 듯. 아역에서부터 조연 한명에 이르기까지 전체의 연기가 미친듯이 반짝입니다. 묵직하고 아름답고.

9. 장면의 묘사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미장센이라고 하나요. 어려운 용어는 모르지만 종묘를 원경으로 넓게 잡은 풍경에 그림처럼 드리워진 천들, 근정전 넓은 마루 위에 그림처럼 쌓이는 눈과 사도 세자. (그 몸 위에 쌓인 눈은 절대로 계산해서 배치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흰 옷입고 달려나가는 사람들 위로 깔리는 음악. 비오는 날 사도세자의 관 위로 미끄러지는 꿩깃털, 영조의 가마 끝으로 걸리는 색색의 장식들. 단호하게 아름다웠고 잔혹하게 예뻤습니다. 마지막 염하는 장면이 그러했고.

10. 보고 즐겁게 나와서 전혀 아쉽지는 않은데 동인지 보는 마음으로 가뿐하게 보고 나왔더니 계속 드문드문 묘사는 되었는데 스쳐 사라져간 것들이 아쉬웠습니다. 혜경궁 홍씨라든가 화완옹주라던가. 화완옹주는 영조가 조오오오오온내 편애하면서 예뻐했던 두 공주중 한명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분 자식 편애가 쩔어서 싫어하는 자식은 보지도 않고 예뻐하는 자식은 결혼시키고도 옆에 끼고 살았다더랍니다) `아버지가 내 말은 듣는다니까`라는 장면을 넣어주고 연희궁으로 옮기게했으면 영조가 진짜 예뻐했는지 아닌지는 넣어줬어야죠. 그리고 무수리 천하다는 말에 기겁하는 신을 넣을 거면 암시 말고 묘사도 좀 해줘도 되지 않았을까여 영조도 평생 독살설+출신성분 콤플랙스로 헤메다가 편집증으로 돌아버린 인간일텐데..

11. 묘사를 최대한 간결하게 넣었으므로 극중에서는 뭔가 나쁜 사람이 없는 것같지만 영조는 자식 잡아먹은 애비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분에 대한 불안과 정적들과 정당성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찜쪄먹을만했던 총명함. 시시때때로 공부하고 또 책을 읽던 편집적인 완벽주의자. 자신에게 닥쳐오는 불안들을 총명과 슬기로 막아낼 수 있었기에 제 자식도 그러리라 믿었을 거고, 편집적인 애정이 가끔 폭발하듯이 매도하고 잡을 듯이 예뻐하는데 어떤 애가 안 망가지겠어요. 역사 기록에 궁 밖에 있을 때는 사도세자의 불안증세가 사그러들었다던 대목을 보고나면 아 그냥.. 참.... 싶습니다. 세손 정조가 미칠듯한 먼치킨이 아니었다면 폐세자했을망정 죽이지는 않았을텐데, 영조의 강박증에 사도세자의 광증(+살인)이 겹치고 세손이라는 대체재가 워낙 완전무결했으니 무탈하게 정통성을 이어주기 위해 아들을 죽였던 아버지.

12. 그냥 역사적 사실만으로 사실 진짜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내용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었죠. 부채 활용법은 좀 과하게 덧칠했다싶어 아쉬웠지만 그냥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것이 좋았습니다. 좋은 연기와 좋은 장면이 있던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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