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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쇼의 새 ㅣ 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평점 :
1. 마을의 나무에서 아이가 든 열매가 맺히고 요마와 요수가 있는 나라. 신선이 되는 관리들과 불사의 수명을 누리는 왕. 그 왕을 택하고 보좌하는 금빛 기린. 왕이 도를 거스르면 재보 기린은 병들고 기린이 죽으면 왕도 죽는다. 그리고 나라는 다시 태어난 기린이 왕을 고를 때까지는 계속되는 재헤를 겪으며 왕이 서면 천지는 안정되고 지변은 멈춘다. 이 나라 열둘이 모여있는 곳.
2. 십이국기 시리즈를 처음 읽은건 중학교 1학년때였습니다. 화서의 꿈이 나왔을 때가 고등학생이었나. 독특한 세계관이 어지간히 매략적이라 한창 푹빠져서 읽었는데 도통 뒷권이 나오지않아서 얼마나 동공지진을 시전했는지. 시리즈별로 독립된 이야기이긴하지만 타이키가 삐-----했다구요?! 교소우가 삐------했다구요?! 유국 위태롭대매!!!! 쇼케이네 고향땅 기린 쓸려갔대매!!!!! 떡밥을 산처럼 던져놓고 무슨짓이야!!!!!ㅠㅠㅡ
3. 소설계의 유리가면인가 싶었는데 나왔습니다 신작 연재한답니다 장편. 번역된댑니다 뒷권!!!!!! 울음을 터트리며 야광봉을 휘두르며 책을 기다리기 시작, 요시와 게이키와 고야의 이름이 압박이 아니라면 뻥이지만 그래도 번역도 좋고 판형도 예쁘고!!!(책표지 벗기면 고서풍으로 속지 디자인하신분 짱이에여 대박예뻐요!!!!!!!!!)
4. 그리고 5권으로 신작 히쇼의 새가 나왔습니다. 화서지몽처럼 단편을 묶은 단편집인데 특징이라면 직접적으로 왕이나 기린이 등장하는게 아니라 글의 가장 바깥줄기에 있을 것같은 소박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흐른다는 점이었어요.
5. 경국의 축하연을 다루는 어느 관리, 연왕 즉위 초반의 수목사, 기울어가는 유국의 법관, 경국의 어린 소녀. 이름이 있지만 없다해도 상관없을만큼 등장인물들과 먼 관계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왕이 선다는 건, 나라에 산다는 건 이런 기분이겠구나-하고 얼핏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에요.
6. 예전 조은세상판 1부(달의 그림자 그림자 바다)를 읽을 때 작가 코멘트에서 경국의 전쟁을 이야기하며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삶이 있었겠지만 전쟁에서 그들이 어땠는지 모두 묘사하지는 못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어요. 이런 식으로 십이국의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구나.. 했습니다.
7. 예전에 오노 후유미 데뷔작이었던 17세의 봄을 읽고 생각보다 문장이나 글이 가벼운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히쇼의 새는 그 반대로 십이국 시리즈가 나오지 않는 동안 오노쥬상의 필력이 단단해지고 섬세해졌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배꽃나무같은 새의 묘사는 가슴이 철렁하게 예뻤어요.
8. 세계관을 세밀하게 후비파는(단위규격에서 교육체계, 국가별 특산물, 지리적생태, 행정구역에서 법규정까지 다 설정짜서 넣는 작가 많지않을걸요!) 작가님의 장기는 여전히 활활 날아다니고 있어서 그 부분도 즐겁게 읽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 분의 글에사 가장 좋은 선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순간들이에요 항상. 손이 곱아가며 겨울길을 달리고, 선의가 이어지고 왕에게 닿아 세상이 변하는 순간의 아름다움. 달력을 위해 매미허물을 모으고 동물을 살피던 천진한 사람들이 제비새끼의 숫자를 보고 안도하고 소녀가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의 감동.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감정이 흔들리게 만드는 순간들이 좋아요.
9. 하지만 단편과 설정짜기는 장편을 한방에 쓸 기력이 모이지 않을 때 쓰기 더없이 좋으며 핵심등장인물이.아니라 시각 바꾸기로 외부인의 시점에서 적는 글은 쉽사리 인물을 움직일 기력이 안들때 쓰기 딱 좋은 걸 아는 바 단편도 감사하지만 장편 꼭!!!!!!!! 적어달라고 정화수를 떠놓고 빌고있습니다.
요는 안돌려서 돌직구로 말하면 히쇼의 새 감사합니다 주상 하지만 화서지몽 이후로도 몇년을 기다렸으니 이번에야말로 (장편)신작주세요!!!!! <- 매우 솔직한 감상 되겠습니다.
10.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