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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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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읽은 스티븐 킹은 '캐리' 혹은 '그린 마일' 혹은 '돌로레스 클레이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때였으니까 최소 12~14년 전쯤이었을 거고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어지는 세상과 매끄럽게 쏟아져나오는 목소리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책장을 넘겼던 게 기억이 나요. 그러면서 메인주를 알게 되었고 스티븐 킹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스카치 소다, 1960년대의 사람들, 생생한 목소리, 아이들의 야구카드, 피에로, 오버룩 호텔에 이르기까지.


2. 그러다가 처음 으엇 하고 놀랐던 게 '닥터 슬립'이었어요. 오버룩의 꼬마소년 댄 토런스가 성장한 중년이 되었다는 것보다, 그 대니가 도와주는 소녀-아브라였나요?-가 자신의 '샤이닝'을 가지고서 만들어낸 환상이 "왕좌의 게임 대너리스"였거든요. 어 이럴수가 맙소사, 킹, 살아있었군요! 


3. 고전 책을 읽어버릇하다보면 작가가 동년의 타임라인에서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게 그렇게 낯설게 느껴질 수가 없는 것같아요. 저는 킹을 좋아하고, '캐리'에서부터 '롱 워크'까지 이 작가가 거듭해서 써본 이야기들을 읽었습니다. 새월이 흐르면서 노련해지는 부분도 있고 예리해지는 부분도 있고, 그런 작가의 인생을 글에서 읽어낼 수 있다는 건 나름대로 특별한 경험인 것같아요. 작가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원숙해진다는 걸 느낀다는 게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형제가 게이이고 파트너가 있다는 점에서 동성결혼에 관대해진 미국의 시각을 쬐끔 읽어냈습니다. 킹은 약간 그 소재들에 대해 낯설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요.(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컴퓨터나 벤츠의 전자 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돕는 누군가에게 그러한 조사를 맡긴다는 점에서 낯선 분야에 대해 숨을 가다듬는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면 좀 과잉해석일까요)


4. 리바이벌은 가족을 사고로 잃은 뒤 광기에 사로잡혀 사후세계를 들여다보려는 목사와 그를 어린시절부터 알아왔던 소년의 이야기로, 밀어닥치는 혼란과 공포는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을 연상시킵니다. 근래에 쓰여진 것들 중에 가장 호러에 가깝지요. 킹의 최신작이지만 이야기의 끝은 2017년(혹은 2016년)이되, 주인공이 살아왔던 이야기의 첫번째 흐름은 여전히 그에게 있어 소년기를 보냈을, 혹을 가장 익숙한 시대로부터 시작합니다. 개척 교회의 목사가 새로 부임하고 사고가 일어났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1960년대의 그런 장소에서요. 전기를 유난히 사랑했던 젊은 목사는 사고로 부인과 자식을 잃은 이후 교단 위에서 소리높여 외칩니다. "신은 없어!" 


5. 현대의 한국인에게는 그게 왜 그렇게까지 소름 돋는 일인지 얼핏 이해가 안갈 수도 있지만 '초원의 집'같은 미국사에 관련된 소설들을 읽으면, 그리고 그 시대를 생각하면 그게 어떤 충격이었을지 이해하게 됩니다. 신앙의 자유가 있는 미국은 대통령이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신앙을 찾아 떠난 청교도들이 중심이 되어서 세운 개척지였잖아요. 초원의 집의 어린 소녀 로라 잉갤스에게도 교회 목사님 앞에서 모두 같이 성서 문구를 외우는 나날이 있는데, 그런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교회 가운데에서 목사가 신을 부정하는 그 순간은 대체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충격으로 다가왔었을까요.


6. 이야기는 물흐르듯이 흘러가 난잡한 주인공의 생활 속에서 그는 다시 목사를 만납니다. 그는 사이비 전자사진에서부터 시작해 좋아하던 전기를 근원으로 삼아 일을 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에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수상쩍은 신흥 사이비종교에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꺼림칙함을 참지 못하고 그를 찾아 걸음을 옮기고 또 정보를 찾아보면서.. 그 목사가 아주 위험한 탐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7. 러브 크래프트에서도 흔히 나오는(흔히 나온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코즈믹 호러적인 결말은 사실 킹의 책에서 이런 류의 공포를 본 게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낯설면서도 새로웠어요. 드림캐쳐가 이런 느낌이었나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모파상의 고딕 소설에서, 포우의 환상문학에서 죽음 건너에 있는 것은 평안이 아니라 공포로 묘사되지요. 그런 호러를 이야기하기에 킹의 문체만큼 박력있는 글도 드물다고 생각했습니다. 


8. 읽으면서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조금 생각났어요. 죽음의 선의 경계에서 무언가를 탐색하려고 하지만 나타나는 건 비극과 죽음이고 거기에 휘말려가는 사람들은 조금씩 미쳐가는 것. 처음 책을 집어들어 내려놓을 때까지 숨가쁘게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 작가가 여전히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기쁘니, 저는 폴 셀던의 애니 윌크스만큼은 아니어도 킹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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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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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셰프와 요리의 한 해였습니다. 최현석 셰프님 애정합니다. 이 책은 한국에 불어닥친 미식 열풍을 확장 계승 발전해주는 책입니다. (※뻥입니다)
미미 여사님의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특유의 정감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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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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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글쓰는 타입이 다르다고 합니다. 여자는 감성과 묘사에 집중하는 반면 남자는 설정과 서사에 집중한다고 하던가요. 그렇게 비교하면 문과와 이과의 글쓰기도 퍽 다른 듯합니다. 문과는 묘사를 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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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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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고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사고 후에 가장 위로받은 건 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규제가 생기고 건물 점검이 이루어졌습니다. 다른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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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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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

˝자유! 자유! 자유!˝

1. 시간도 사람이 가장 청승을 떠는 새벽 두시, 일기를 쓰자니 얼마전에도 썼길래 이럭저럭 읽은 책 감상입니다. 목요일 아침 출근 시간 버스에서 읽기 시작해서 다 읽고도 20분은 잘 수 있었던 건 분량이 짧아서라기보다는 속도감이 장난 없어서였다고 하겠습니다.

2. 대화체 소설입니다. 제 책 취향은 편협할 정도로 소설에 맞춰져있고 그만큼 읽은 책 또 읽고 또 읽는 그런 애인데 제 책목록에서 비슷한 류의 책은 별로 못봤어요. ˝콘트라베이스˝, ˝거미여인의 키스˝ 정도일래나.

3. 아침나절, 비행기가 연착되어있는 공항 대기실에서 앉아있는 남자에게 다른 한 명이 말을 겁니다. 편집적이고 이상한, 일단 상대하기 시작하면 질리지도 않고 궤변을 늘어놓고 또 늘어놓으면서 상대를 몰아가는 미친놈이지요. 찰거머리같은 남자를 떼어낼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듣기 시작한 남자에게 이 미친 사내는 불연듯 이상한 말을 꺼냅니다. ˝20년 전쯤에 내가 한 여자를 죽였는데...˝

4. 악의와 폭력과 살인은 당하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작용을 일으킵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거요. 짜릿하고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정신없이 쫓아가다가 페이지 끝에서 번지는 잔혹한 엔딩까지 우르르 뛰어가게 되는 거에요. 지금도 이런데 발표되었던 당시에는 더 하지 않았을까요.

5. 이야기의 충격적인 결말보다도 노래하는 것같은 문장, 대화, 흐름이 소설의 속력을 만들어냅니다. 연극같아요. 유려하고 음악같고 조금은 자극적이고.

6. 글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묘사는 과격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놓은 잔인함은 없습니다. 궤변과 묘사들이 오히려 눈에 와서 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장광설같은 문장에 취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7. 책 읽고나면 저 문장은 진짜 기억에 남을 걸요.

자매 연극 : 사의 찬미
자매 소설 : 콘트라베이스, 직소(이쪽이 훨씬 취한 느낌이지만요)
자매 영화 : 추천이 스포일러감이라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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