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유언장
봅 가르시아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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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처음으로 읽은 추리소설은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그래서 그런지 셜록 홈즈는 나에게 좀 특별하다.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 낸 셜록 홈즈 시리즈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다. 셜록키언(혹은 홈지언)이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니, 홈즈의 팬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셜록 홈즈 시리즈는 수많은 패러디와 패스티슈를 낳았다. 

  <셜록 홈즈의 유언장>은 봅 가르시아가 쓴 홈즈 패스티슈이다. 시대가 흘러흘러 저만치 흘러갔고, 작가도 다르니까 셜록 홈즈가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도일의 셜록 홈즈가 살던 런던이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였다면 가르시아의 셜록 홈즈는 음울하고, 그가 있는 런던은 음침하다. 그가 다루는 사건도 훨씬 끔찍하다. 

  소설 속에서 셜록 홈즈가 맞닥뜨린 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이다. 차례로 죽어나가는 사람들, 게다가 그들의 죽음은 악마숭배자의 행위처럼 알 수 없는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 알고보니 그들의 죽음은 3년 전에 판타스티카 매거진이라는 잡지에 실렸던 내용과 똑같은데, 그게 사건의 진상을 더욱 기괴해보이게 한다.

  소설 속의 셜록 홈즈는 마약 중독자다. 그의 날카로운 지성이 '다 죽었다' 싶을 정도로 실패를 거듭한다. 왓슨은 실망한다. 둘의 콤비플레이는 삐꺽거리고, 셜록은 사건 해결에 실패하고 잠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유언장이 왓슨 박사 앞으로 배달되어 온다. 그래서 제목이 '셜록 홈즈의 유언장'이다.

  사건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읽다 보면 살짝 오싹한 느낌도 든다. 게다가 홈즈가 실패할 거라는 예감은 왕년의 명탐정을 떠오르게 하며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유언장과 함께 반전이 시작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꾸물꾸물한 회색 기운은 이 반전을 위해서였던가 싶다. 거친 부분이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로웠다.

  단지, 작가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봅 가르시아의 셜록 홈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겹치는 듯 살짝 빗겨나가있다. 조금 더 현대적으로 해석된 셜록 홈즈라고 할까. 색다른 셜록 홈즈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잘 납득이 안 되는 사실 하나. 삼 년 전에 어떻게 판사에게 어린 아기가 있고, 세인트 제임스 경의 새 아내가 임신 중일 거라는 사실을 범인이 예상할 수 있었을까? 300점이 되는 그림 중에 상황에 맞는 걸 고른 걸까?
 

2008.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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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0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김순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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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시 세이어스는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을 통해 만나게 된 작가이다. 그녀가 미스터리 걸작선에 남긴 <진주 목걸이>라는 작품이 인상깊었다기 보다, 피터 윔지 경이라는 귀족 탐정이 흥미를 끌어 찾아보게 된 책.

   도로시 세이어스는 내 예상보다 더 유명했고(아가사 크리스티의 라이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 비해 국내에서는 나온 책이 정말 없었다. 최근 시공사에서 <시체는 누구?>라는 소설을 펴 내기 전까지는 동서 문화사에서 펴낸 단편집 <의혹>, 장편 <나인 테일러스> 두 권이 전부였다.

  표제작인 <의혹>에는 피터 윔지 경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 단편이 제일 좋았다. 의심의 화살이 흘러가는 방향을 보는 게 유쾌했달까. 아직 반쯤 가려져 있는 이야기를 엮어보고 뒷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른 단편에는 죄다 피터 윔지 경이 탐정으로 나오는데, 막상 접한 윔지 경은 내 취향과 맞지 않았다. 피터 윔지 경은 금발에 잿빛 눈동자를 지닌 지적인 귀족 탐정이다. 솔직히 추리 소설보다는 로맨스 소설에 더 어울리는 설정. 너무 멋있으시고 너무 지적이시라 거부감이 좀....... 정말 잘나고 고고한 남자기 때문에 도리어 지루하게 느껴진달까.
 

  이야기는 평균점.
  주로 심리적이고 초자연적인 범죄 소재는 신선했다.

 
 

2008.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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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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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서운 얘기가 싫다. 소설이나 영화까지 찾지 않아도, 강력범죄 엽기살인 이야기는 널려있다. 당장에 오늘 뉴스만 봐도 그렇잖은가? 그런데 굳이 찾아서 읽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라고 대외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무서운 얘기가 무섭기 때문에 싫다. 후유증이 너무 크다. 그래서 <공포 소설>이라는 것은 나와 억만광년 떨어져 있는 분야였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다보니 이전의 습관을 지속하는데 약간 싫증이 나더라는 거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공포소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전설이다>를 리처드 매드슨이 쓴 것이 1950년대니까 내가 태어난 것보다 30년은 빠르다. 그럼에도 고리타분하고 지루하지 않았다는 건 이 책이 명작이라는 반증일까.

  읽고 나자 가슴이 싱숭생숭하다. 처음 읽은 공포 소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나에게 공포를 준 것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발악하는 흡혈좀비(?)들이 아니라 온전히 홀로 남은 로버트 네빌의 고독이었다.

  바실러스를 연구하면서 좀비들을 인간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네빌. '왜 나는 자살하지 않는 걸까' 생각하고, 바실러스에 걸리지 않은 잡종개를 보고 소리치고, 쫓아가고, 찾고, 좋아하는 네빌.

  사람 인자는 작대기 두 개가 서로 기대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단어는 사람 사이라는 뜻이다. 인간을 정의할 때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한다. 혼자 남아 있으면 인간이 인간일까?

  과거 인간이 흡혈귀에게 느끼던 공포가 현재 흡혈귀가 인간에게 느끼는 공포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네빌은 버티고 있던 이유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비정상'이 된다는 공포. 하지만 그는 정상으로 있음으로 해서 비정상이 되었고, 끔찍한 고독을 느끼면서 버틸 이유가 없어졌다. 그는 후련해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변한다는 것보다도, 내가 죽는다는 것보다도, 나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더 무섭다고, <나는 전설이다>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색다른 공포,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맛보았다.



  

  덧붙임. 

  그런데 뒤에 있는 단편들은 역시 옛것이라는 느낌이 난다. <장례식>은 공포소설 안 같고 유쾌해서 무척 좋았다. 괴물들이 자신의 장례식을 해달라고 장의사를 찾아오다니!
 

2008.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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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살인 드레스덴 파일즈 1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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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은 네 개 반.

  
  나의 이름은 해리 블랙스톤 카퍼필드 드레스덴이다. 당신이 굳이 원한다면 마법을 부려주겠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갈 때, 기이한 존재와 맞닥뜨렸을 때, 그리고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그 때 내게 연락하라.

  내 연락처는 전화번호부에 있다.

  

   ...라고 해리 드레스덴이 말하는 것에 꽂혀서 당장에 봤다.

 

  사건을 해결하려 하면 할 수록 사면초가 상황에 놓이는 주인공 드레스덴. 목숨 걸고 싸우다가 범인을 잡고, 나중에는 좋게좋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난한' 마법사 탐정이다. 여기저기 굴려지고 깨지는 게 불쌍하면서도 이 사람 안 깨지면 재미없다라는 감정이 든다(대체 소설 속에서 얼마나 깨졌으면!).

  주인공 소개가 여기까지면 짐작하겠지만, 탐정소설과 판타지를 한데 엮어 놓은 소설이다. 나는 판타지도 추리소설도 좋아하니 아주 취향이다. 분위기가 꽤 독특해서, 소설을 본다기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책을 집어들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배경은 탄탄하고 인물도 좋았고 추리도 괜찮았는데, '속도' 부분이 쬐끔 아쉬웠다. 막판에 너무 몰아쳐서 머리가 핑핑 도는 감이 있었다. 생각보다 잔인하다. '심장을 뽑아 낸 듯하다'고 시체를 자세히 묘사하는데 속이 니글니글.... (내 간은 알감자만하기 때문에 나의 니글거림을 일반인의 감성에서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긴 하다)

  판타지와 추리소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관심을 받을 법도 한데, <마법 살인>은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다. 인물도 내용도 이 정도면 꽤 인기 있을 것 같은데....... 후속편이 나오면 기쁘게 즐겁게 집어들 시리즈물인데 이대로 가다간 후속편 안 나오고 사장될 것 같아서 슬프다.


  판타지와 추리소설을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은, 대박난다고 하기는 뭣해도 본전은 충분히 뽑을 수 있는 소설이다.    

 

2008.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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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79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지음, 윤우섭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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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추리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서 집어든 책이다. 정확한 제목은 <러시아 현대 여성 추리작가 10인 단편선>인 것 같다. 잔잔한 느낌이다. 이 책에 실린 10편의 단편에는 공통점이 많다.


    
  첫째, 러시아 추리작가가 썼다.

  둘째. 작가가 모두 여성이다.

  셋째,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넷째,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배경이다.

  다섯째, 여자 주인공이 많다. (7:3)

  여섯째, 탐정 직업을 가진 주인공은 하나 뿐이다.

  (즉, 주인공은 일반인. 범죄사건이니만큼 등장하는 형사들은 모두 조연)

 

  단편집 속의 소설은 탁월한 범죄보다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심리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체는 부드럽고 몽글몽글하고, 특정한 무엇이라기보다는 분위기를 묘사하려는 느낌이다. 범죄도 나오고, 연애 얘기도 나오고. 쓴 작가마다 스타일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수록한 추리소설에 공통점이 지나치게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양한 맛을 고루 느꼈다기보다는 한가지 맛을 계속 할짝거린 느낌이다.

  러시아의 색깔은 짙지 않다. 아무래도 현대의 글이니까, 툭 하고 지방색이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이름이 애칭과 본명 이렇게 왔다갔다 거리네, 신기하다. 또는 러시아에는 일본음식이 있기있구나. 이 정도의 생각이 든달까. 단편 중 배경이 러시아구나, 라는 생각이 확 든 것은 <이지 웨이!>였다. 그래서 <이지 웨이!>가 제일 좋았다.

 
  덧붙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 범인을 알아내기 위한 치밀한 두뇌싸움 혹은 뒤통수를 탁 치는 반전을 기대하는 사람은 실망할 것 같다.
 

 2008.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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