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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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서운 얘기가 싫다. 소설이나 영화까지 찾지 않아도, 강력범죄 엽기살인 이야기는 널려있다. 당장에 오늘 뉴스만 봐도 그렇잖은가? 그런데 굳이 찾아서 읽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라고 대외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무서운 얘기가 무섭기 때문에 싫다. 후유증이 너무 크다. 그래서 <공포 소설>이라는 것은 나와 억만광년 떨어져 있는 분야였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다보니 이전의 습관을 지속하는데 약간 싫증이 나더라는 거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공포소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전설이다>를 리처드 매드슨이 쓴 것이 1950년대니까 내가 태어난 것보다 30년은 빠르다. 그럼에도 고리타분하고 지루하지 않았다는 건 이 책이 명작이라는 반증일까.

  읽고 나자 가슴이 싱숭생숭하다. 처음 읽은 공포 소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나에게 공포를 준 것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발악하는 흡혈좀비(?)들이 아니라 온전히 홀로 남은 로버트 네빌의 고독이었다.

  바실러스를 연구하면서 좀비들을 인간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네빌. '왜 나는 자살하지 않는 걸까' 생각하고, 바실러스에 걸리지 않은 잡종개를 보고 소리치고, 쫓아가고, 찾고, 좋아하는 네빌.

  사람 인자는 작대기 두 개가 서로 기대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단어는 사람 사이라는 뜻이다. 인간을 정의할 때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한다. 혼자 남아 있으면 인간이 인간일까?

  과거 인간이 흡혈귀에게 느끼던 공포가 현재 흡혈귀가 인간에게 느끼는 공포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네빌은 버티고 있던 이유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비정상'이 된다는 공포. 하지만 그는 정상으로 있음으로 해서 비정상이 되었고, 끔찍한 고독을 느끼면서 버틸 이유가 없어졌다. 그는 후련해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변한다는 것보다도, 내가 죽는다는 것보다도, 나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더 무섭다고, <나는 전설이다>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색다른 공포,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맛보았다.



  

  덧붙임. 

  그런데 뒤에 있는 단편들은 역시 옛것이라는 느낌이 난다. <장례식>은 공포소설 안 같고 유쾌해서 무척 좋았다. 괴물들이 자신의 장례식을 해달라고 장의사를 찾아오다니!
 

2008.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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