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5 링컨 라임 시리즈 5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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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년 전인가, 링컨 라임 시리즈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그 때 <본 콜렉터>, <곤충 소년>, <돌 원숭이>를 읽었다. 그 때는 <돌 원숭이> 다음 시리즈가 막 나올 무렵이었으니 순식간에 도서관에 있는 링컨 라임 시리즈를 읽어치웠다고 봐도 되겠다(도서관에는 <코핀 댄서>가 없었다!). 법의학/법과학 쪽 추리소설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돌 원숭이>에서 좀 실망을 해서 그런지, 한 동안 시리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지금 보니 그 사이에 책이 꽤 나왔다. 

  개인적으로 원제를 살려서 '사라진 사나이'라고 하는 편이 백배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나오는 마술 기법 이름이니까. 마술이 사건과 얽히면서 정신없이 만든다. 마술 분야의 소개를 위해 카라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이 캐릭터의 활약이 참 좋다.

  밤을 새서 읽었다. 소재는 마술, 핵심은 '미스디렉션'. 초반까지는 예상을 했다. 요술쟁이 사건이 찰스 그레이디 암살미수 사건과 얽히리라는 것. 왜냐면 소설에 나오니까. 쓸데 없는 전혀 다른 얘기를 내보내진 않았겠지 짐작했던 거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것이 '미스디렉션'이 되는 상황에서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제프리 디버의 손 안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 봤자 소용 없었다는 얘기. 

  그 전에 읽었던 링컨 라임 시리즈 중에서는 반전이 폭죽처럼 터지는 <곤충 소년>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러나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되면서 데굴데굴 구르는 느낌은 <사라진 마술사> 쪽이 강하다. <돌 원숭이>를 읽고 이제 이 시리즈와는 안녕, 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돌 원숭이>에서 컨디션 난조였던 걸까?

  그런데 링컨 라임은 한 이야기에 한 번씩 꼭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다. 

 

201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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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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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페이스 오페라가 너무 읽고 싶어서 찾다가 엉뚱하게 이 책을 빌려왔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 시작은 온 몸에 문신을 한 남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 문신이 움직이며 18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구조다. 단편집을 신기한 방식으로 하나의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변화(근본적인 변화)는 없이 기술이 발전한 미래는 내가 살고 있는 2010년의 모습과는 크게 괴리가 없어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보니까 저자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1920년 태생이란다. 9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 읽어도 우습지 않은 미래 이야기를 써내다니 대단하다. 90년 동안 일어난 기술 변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동안 읽었던 SF 중에 가장 현실적인 SF인 듯 하다. 

  단편들에 로켓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브래드버리의 로켓은 비행기 비슷한 느낌이다. 인간이 달에 가기도 전에 쓴 글이라서 그럴까?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과거의 상상화 '개인용 열기구' 그림이 떠오른다. 사람은 현재에 기반해서 미래를 상상할 수밖에 없나보다. 

  <기나긴 비>, <방문객>, <여우와 숲>이 좋았다. 그 중에서 <기나긴 비>는 최고였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금성에 불시착해서 '태양돔'을 찾으려고 걷는 세 명의 군인 이야기인데 아직도 중위가 태양돔을 진짜 발견한 건지 다른 두 사람처럼 미쳐서 환각을 보는 건지 아리송하다. <방문객>은 환각을 보여줄 수 잇는 능력자가 화성에 왔는데 그를 독차지하려다 죽여버리는 혈녹병 환자들 이야기이고, <여우와 숲>은 과거로 휴가를 가는 척 하고 과거에서 잠적하려는 부부가 결국 미래에 붙잡힌다는 이야기다. 

  브래드버리가 그려내는 미래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이고, 그래서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2010년의 지구를 떠오르게 한다. 그건 2010년의 지구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는 소린가.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로는 <로켓>이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몇 안 되는 단편인데 가족애를 볼 수 있다. 진짜 우주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행복했을 테고 아버지도 행복했겠지. 어느 날 밤엔가 우주를 땅 위의 로켓에서 보게 될 어머니도. 

  재미있었다. SF라기보다는 공포물에 가까운 이야기도 3편 있었지만 그것들도 좋았다. 단편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 찾아보니 국내 소개된 소설은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비롯해 <화씨 451>과 <민들레 와인> 뿐이고, 그 중 장편은 <화씨 451> 뿐이다. 브래드버리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201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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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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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S 밸린저의 이름으로 나온 세 권의 책 중 마지막 하나. 세 권의 책 중에서 제일 얇다. 책 설명에 나온 내용은 <연기로 그린 초상>보다 흥미로웠는데, <이와 손톱>과 <연기로 그린 초상>과는 다르게 잘 읽히지 않았다.

  <기나긴 순간> 또한 교차서술로 진행된다. 1에서는 목이 잘리고 기억을 잃은 채 정신을 차린 남자가, 2에서는 목이 잘린 채 죽어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남자가 나온다. 1은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나'의 모습이, 2에는 신원 미상의 시체의 신원과 살인범을 찾으러 경찰에서 수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어쩐지 둘 다 다소 느긋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1에서 발견된 남자의 정체가 자꾸 바뀌는 것이 소설에 흥미를 준다. 남자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기억이 '호프스먼 중령'이라는 것도 나중에 보니 복선이었다. 다 읽고 나니 남자가 굉장히 퍽퍽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서 찡했다. 그래서인지 비앙카 힐에게 의외의 헌신을 보인 것이 더 놀랍다.

  책의 맨 마지막을 덮고 잠시 '이게 왜 반전이지?'하고 생각하다가 한참 뒤에야 머리를 땡 하고 때리는 것 같았다. 중간 즈음, 2의 남자도 최초 발견자가 비앙카 힐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그게 중요한 복선이었다. 구성이 예술이다.

  이 구성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부분을 뺏는게 되므로 참아야겠다. 다만 이 책의 중심은 교차서술에 있고, 동시에 이야기가 나온다고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되고있는 중이 아니라는 힌트만 잠깐 남겨야지.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건조해서 이렇다 할 감정 변화가 없어서 몰입해 읽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2의 수사진행은 별로 흥미롭지가 않아서 (한 얘기를 또 하는 느낌) 흥미도가 더 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을 읽고 보니 그냥 대단하다. 끝까지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201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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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그린 초상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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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손톱>을 너무 즐겁게 읽어서 빌 S 밸린저의 소설을 더 읽어볼까 하고 지른 2권 중 하나. 시리즈 출간 순서대로 읽으려고 먼저 <연기로 그린 초상>을 읽었다. 이 책도 교차서술로 쓰여졌다. 수금대행업을 하는 대니와 대니가 찾아다니는 여인 크래시가 서술자다. 

  대니는 어느 날 자신이 젊은 시절 첫눈에 반한 여자의 사진을 발견한다. 대니는 크래시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와 교차되어 크래시의 삶이 차근차근 펼쳐지는데....... 

  범죄의 향기는 초반에는 거의 나지 않는다. 이게 어째서 범죄소설이 될 수 있는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대니와 크래시와 함께 크래시의 인생을 죽 훑어가면서 마지막을 좀 예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놀랐다. 

  소설의 1/2를 대니가 차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크래시이다. 그녀는 미모와 영악함으로 인생을 풀어나가서 결국 백만장자 미망인이 된다. 소위 말하는 '팜므파탈', '나쁜 년'이다. 그런데 크래시가 나쁜 여자여도 싫지는 않았던 건, 자신이 포기하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녀도 '소름끼친다'라거나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다. 단지 성공을 위해 포기할 뿐이다. 크래시가 진짜로 좋아하는 남자는 광고회사 직원 오배니언 뿐인 듯 하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떨쳐낸다. 크래시는 크래시니까. 

  크래시의 스토커인 대니는, 크래시 희생양의 전형 같다. 그는 크래시의 행적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발견한 흔적에서 나타나는 크래시의 모습을 합리화한다. 대니는 크래시가 아닌,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크래시의 허상을 사랑하는 듯 하다. 그래서 '연기로 그린 초상'인가 보다.

  독특한 미스터리다. 밸린저가 그리는 분위기는 특별하다.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빌 S 밸린저의 소설은 절말로 흡인력이 있다.

 

20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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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 클럽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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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아홉 개의 문'. 한국에 들어오면서 책 제목이 바뀌는 경우가 꽤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원제 쪽이 책 내용에 들어맞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뒤마 클럽>도 그렇다.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목을 바꾼 건 알겠지만, 책을 다 본 후 제목을 보면 제목이 허공에 붕 떠 있다.

  책 사냥꾼 코르소가 뒤마의 친필 원고의 진위여부를 가리려고 노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책 사냥꾼이어서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흥미를 돋운다. 불꺼진 뒷골목 같은 분위기에 캐릭터도 썩 호감가는 사람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깝고, 결과보다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두 개의 플롯이 얽혀서 진행되는 구조. <아홉개의 문>과 <앙주의 포도주>라는 두 개의 책 (정확히는 한 권의 책과 한 장의 원고)를 중심으로 각각의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이 둘을 가진 사람이 코르소 한 사람이다 보니 사건이 교묘하게 얽힌 느낌이다. 코르소처럼 헛갈리면 좋았을 텐데 두 개를 따로 생각하고 있어서 마지막의 결론이 다소 아쉬웠다. 

  책과 원고와 악마술이라는 소재도 독특하고 분위기도 잘 살았고 과정은 땀을 쥐게 하는데, 그에 비해 결말이 허무하다. 특히 뒤마 클럽의 등장과 사건에 대한 해명이 너무 조잡했달까, 급하게 끝을 묶어버린 모양새다. 그렇다고 황당한 결말은 아닌데, 흐름이 갑자기 꺾이는 느낌이랄까. '아홉개의 문'은 읽으면서 의뢰인이 수상하다 생각해서 결말이 그냥 당연했다. 책의 수수께끼 암호를 코르소가 직접 풀지 않아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귀한 고서적에 대한 설명, 악마술, 그리고 뒤마의 소설 등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소재를 아주 잘 녹여낸 것 같다. 그런데 역시 끝이 좀 아쉽다. 끝만 좋으면 완벽했을 텐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보고 싶다.

 

  덧붙임. 

  작가의 여성관은 무협소설 속 여성관과 비슷하다. 여성에 대한 묘사, 코르소와의 관계가 모두 껄쩍지근하다. 

 

201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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