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 - 2 드레스덴 파일즈 2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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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파일즈 2편. 나온지 꽤 됐는데 지금에서야 알아서 구입. 해리가 이번에는 어떤 미스터리를 풀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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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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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을 재미있게 읽어 즉시 구입했습니다. 설홍주의 추리가 기대되네요^^ 장편으로는 안 나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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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조현 지음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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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세 개 하고 반.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 

  (미리니름 있습니다) 

 

*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 

  표제작. 맥도널드 햄버거 중 '마이클 버거'라는 이름의 친환경적이고 친문화적인 먹거리(이 햄버거를 구입할 시, 맥도널드사가 독점공급하는 시를 한 수 증정받을 수 있다. 나만의 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추적하는 글이다. 

  그냥 햄버거 하나일 뿐이지만, 이 햄버거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조연이 등장한다. 시인보다 번역가로 이름높았던 마이클 햄버거, 아픈 첫사랑을 간직한 펭귄사 편집인 이본 마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서점에서 햄버거라는 제목의 책을 모두 끌어모은 마틴 커닝스, 군인이 되어 한국으로 오면서 마이클 햄버거의 시집을 한국으로 가져온 커닝스 주니어, 그리고 마이클 햄버거의 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맥도널드의 '마이클 버거'를 기획한 광고회사 C기획 사원 김경주. 그들 개인의 역사와 우연이 겹쳐 마이클 버거는 탄생한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지만, 그 역사는 평행우주의 패스트푸드업계를 뒤바꾸어놓았다. 그 뿐만 아니라, 시와 소설을 비롯한 문화도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며 '마이클 버거'를 상상하고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책 속에서 사실 그동안 맥도날드를 향한 비판이 사회학자나 심리학자, 심지어는 예술가나 철학자 사이에서까지(환경론자나 동물 애호가들은 원래 그러했으니 논외로 치고)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 경영진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저술하는 비판 서적의 영향력은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원래 아는 것이 많으면 불평도 많은 법이며 하물며 현대인들이 도대체 책 따위를 읽기는 읽느냐 하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막강한 영향력과 심리적 효과를 과시하는 방송에서 비판을 개시한다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p20~p21) 라는 부분이 기억에 콱 틀어박혔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시를 증정받는 상상도 기분 좋지만, 시와 문학이 깊이 뿌리내려 경제와 함께 자라나는 사회에 대한 상상이 무척이나 기분 좋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작가의 적절한 뻥을 사실에 섞어놓은 기막힌 솜씨가 큰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책을 읽다보면 진짜로 마이클 버거가 맥도날드에 있을 것 같다-라고 작가의 뻥을 뻥으로 받아들이려는 순간(맥도널드에 가서 마이클버거를 찾아봤자 이상한 사람 취급만 받을 테니까), '이건 비틀즈의 멤버가 5명인 평행우주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작가는 마지막 변화구를 던진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이 소설을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우리가 확답할 수 없는 차원으로 이야기를 옮겨놓는다. 이 글이 뻥이 아니라 어딘가에서는 사실일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이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

  읽으면서 제일 즐거웠던 단편. 이 글은 T.S.엘리엇의 유명한 시 '황무지'에 엘리엇의 연인인 메리 설리번이 쓴 글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미친 영향을 고찰하는 논문(인척 하는 소설)이다. 논문이기 때문에 서술자의 어조는 굉장히 진지하지만, 그 안에는 큰 웃음이 내포되어 있다. 이 논문을 쓴 서술자는 다름아닌 휴머로이드이기 때문이고, 또 휴머노이드들이 인류의 문명을 고찰하며 범하는 오류들이 산재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시인이라는 직업을 고대의 예언자나 마술사와 동일 선상에 놓는다던가). 

  그러나 이 단편이 종국에 말하는 것은 메리 설리번과 그녀의 저술에 대한 감탄도 아니고, 휴머노이드와 인류 사이에 놓인 간격이 불러오는 웃음 아니고, 결국에는 문화/문화의 확산과 그에 관련된 인간의 심리이다. 

  궁극적으로 문화의 보급은 노동계급에 대한 교양의 보편화를 의미한다. ..(중략).. 그러나 자원고갈보다도 나쁜 것은 무조건적인 복제나 추종에 따른 문화의 보편화가 필연적으로 그 문화의 타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p.48)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가 긍정적인 평행우주를 묘사했다면,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은 휴머노이드 문명 조차도 인류와 비슷한 지경에 몰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함으로써 다소 부정적인 미래를 묘사한다. 그 과정에서 시와 문화, 그리고 문화의 확산에까지 생각이 뻗어나간다. 주체의식 없이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 그래서 고급 취향이 종국엔 천박한 취향으로 변모하는 것- 그것은 어쩔 수 없는(막을 수 없는) 일일까? 

  우리의 문명은 상징보다는 항상 재생하는 행동에 의해 종말을 유예할 수 있다. (p.57)

( 가벼운 덧붙임 :  이 글을 읽으면서 <트렌드를 읽는 기술>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무엇이 fad를 넘어 trend가 되는가에 대해 쓴 책인데, 아무래도 문화의 확산이라는 부분과 공통점이 있어 그런 듯 하다. )

 

옛날옛적 내가 초능력을 배울 때 / 생의 얼룩을 건너는 법, 혹은 시학 / 돌고래 왈츠

: 개인적으로 <옛날옛적 내가 초능력을 배울 때>/<생의 얼룩을 건너는 법, 혹은 시학>/<돌고래 왈츠>는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 같이 묶었다(물론 줄거리는 전혀 다르다).

  이 세 편의 단편에는 '모호하게 처리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 단편에서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은 '초능력을 배웠다고 주장' 혹은 '목성의 제 8위성 가니메데에서 왔다고 주장'하거나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미래와 우주에서의 나를 안다고 주장'하거나 '고향행성의 석양을 지구말로 번역하고 싶은데 그걸 도와줄 돌고래를 위해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자면 못 받아들일 것도 아니지만(어딘가에는 진짜 인간 사이에 숨어하는 우주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심쩍어지는 것이다. 이들의 이 말은 진짜일까? 일종의 도피적 은유나 위장은 아닐까? 하고. 부모님에게 혼난 날 대문 앞에서 훌쩍이면서 '나는 사실 주어온 아이고 먼 나라의 왕족일거야'라는 식의 상상을 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이런 의심이 든 순간 세 단편에 깃들어져 있는 SF적 소재는 정신질환이라는 소재로 변한다. 이건 마치 소녀-노파 그림같다. 같은 종이지만 보기에 따라 소녀도 되고 노파도 되는.

 오히려 사물의 얼룩이나 정신의 쇠약은(쇠약이라는 말 자체가 편견이긴 하지만) 존재를 각성으로 이끄는 주요한 도구가 되는 거야. 마치 로르샤흐의 카드 열 장이 한 인간의 심연에 그물을 던져 영혼의 깊은 곳에 부유하는 심상을 건져올리듯, 사물이나 정신의 얼굴은 우리가 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참조해야 할 교통 표지판과 같은 거야. 정신이 미약한 자에게 주어지는 축복인 셈이지.(p.110) 

   

* 라 팜파, 초록빛 유형지 

: 도제와 나는 소울마스터(다른 지성체의 영혼을 조율함으로써 스스로의 심령을 연마하는)다. 과거의 잘못으로 라파엘 오블리가도 혹은 파야도르라고 불리는 몸으로 전이되는 벌을 받은 '그'는 유형 연장을 신청하고, 도제와 나는 그것을 심사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듣는데....... 

  자신의 기준에서 어긋나는 균류를 파괴한 '그'는 라파엘 오블리가도가 되어 평생 평야를 떠돈다. 그리고 그 평야를 사랑하고, 유형을 연장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 글이 교훈적이고 드라마틱한 글로 남지 않는 것은 고향행성에서 보내온 조언 덕분이다. 

  마지막을 읽고 나서, '그'가 자신이 파괴한 균류의 아픔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았다. 하지만 최소한 그는 그것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유형의 연장을 요청한 것을 보면 말이다.

 

* 초설행 

: 세조가 단종에게서 왕위를 찬탈한 사건은 내 생각보다 꽤 깊이 조선왕조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 같다. 초설행에 나온 임금은 성종이지만, 세조가 벌인 일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다. 노비가 된 스승의 딸에게 관의 곡식을 내어주었다가 파관된 아버지로 인해 김우겸이 벼슬길에 나설 가능성은 막힌다. 김우겸은 뛰어난 시를 지어 왕에게 바치고 벼슬길에 오를 권리를 얻었으나, 신하들은 김우겸의 아버지의 일을 들어 반대한다. 

  이 단편은 김우겸이라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세조-예종-성종 시기의 휘몰아치는 뒤끝인 것 같다. 결국 김우겸은 절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지만, 그가 남긴 미련이 자신의 재주나 시 혹은 야망이나 성공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쓸쓸하지만 서럽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에 담긴 단편들을 읽으며, 작가는 정말 대단한 거짓말쟁이로구나 감탄했다. 7편의 단편 중 어느 것이나, 작가는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내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그 흐릿한 세계로 사람을 잡아 끈다. 거기에 덧붙여 서술자를 숨기거나('누구에게나~'/'종이냅킨~'),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활용하거나(서술자를 믿느냐 마느냐를 택함에 따라 글의 느낌이 달라진다) 하여 경계를 더욱 흐린다.

  인물이나 배경이나 사건이 아닌, 등장인물이 하는 말이나 관념에 더 주의가 쏠린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직감적으로 와닿는 것은 있지만 그걸 말로 풀어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느낌은 마치 시와 같다. 은유와 비유로 조리해내서 척 보면 알기 힘들고 다소 깊이 사색하며 곱씹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그래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몇 번 되돌아가 다시 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와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 그리고 <돌고래 왈츠>가 좋았다. 나머지 글들은 아무래도 아직 다 소화시킨 것 같지가 않다.

  

201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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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즈 - Coupl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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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8일 서울극장 <커플즈> 시사회 관람 후기. 

  (미리니름 있습니다) 

 

  <커플즈>는 꽤 독특한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나오는 것은 생뚱맞은(!) 한 커플이다. 커플 중 남자는 오후 1시 경 외근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급정차하는 바람에 옆자리에 서 있던 여자에게 넥타이를 붙잡혀 졸도했다. 그것이 인연의 시작. 훈훈한 이야기지만 나는 내가 정보를 잘못 알고 왔나, 관을 잘못 들어왔나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곧 생뚱맞은 커플이 등장한 이유가 밝혀진다. 유석이 여자친구 나리에게 프로포즈하려던 날, 나리는 화장실에 가서 두 달째 돌아오지 않는다. 사라진 나리를 찾기 위해 흥신소를 하는 친구 복남에게 의뢰하는 유석. 유석은 나리를 찾았다는 복남의 전화를 받고, 차를 몰고 가다가 어딘가에서 떨어진 농구공이 차 앞유리에 떨어지자 놀라 차 방향을 틀고, 마주오던 택시와 아주 가볍-게 접촉사고가 난다. 그리고 택시 뒤에 있는 익숙한 번호의 파란 버스. 처음 인터뷰하며 등장한 낯선 얼굴의 커플은 이 버스에 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 날은 유석에게 아주 재수없는 날이었다. 유석은 나일롱환자의 징후를 보이는 택시기사와 사고가 나고, 돈 찾으러 간 은행에서는 무장강도를 만나고, 재수없게 은행에 있다가 같이 꽁꽁 묶이게 된 아가씨에게 치한으로 몰린다. 집에 와서는 여자친구 나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복남과 만나러 간 막걸리바에서 1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복남을 만났으나 복남은 유석을 남겨두고 갑자기 사라진다.

  유석에게 이 날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면, 그건 애연을 만난 것이다. 막걸리바에서 돈 없이 남겨진 유석은 애연이 가게 주인에게 내민 반지를 담보로 간신히 빠져나온다. 가게 앞에서 얘기하다 지나가던 매너없는 차에 의해 구정물을 뒤집어쓴 애연을 데리고 유석은 자신의 집에 온다. 그러나 애연이 씻기 전에 유석은 갑자기 집에 찾아온 나리를 만나고, 애연은 어색하게 자리를 뜬다. 유석은 두 달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도 없고 자신이 여자와 있어도 무덤덤한 나리를 보고 실망한다. 그리고 애연을 쫓아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음? 영화로 보여지는 커플의 탄생기치고 아주 무난하다. 우연과 우연, 그리고 싹튼 호감. 이렇게 영화가 끝나나, 하고 실망하려던 순간, 두 번째 커플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그 뒤에 미처 생각지도 못한 뒷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달째 소식이 없는 유석의 여자친구, 나리를 추적하는 복남과 함께 말이다. 

  유석&애연 ->복남&나리 -> 나리&형철 -> 이런 식으로 영화는 시점을 옮겨다닌다. 그리고 시점을 옮길 때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중간중간 이야기와 관련있는 커플의 인터뷰가 삽입되어 있다.

  <커플즈>는 마치 직소퍼즐같은 영화다. 처음에 보여진 평범한 우연의 이면에는 나름의 뒷 이야기가 있다. <커플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모른다. 다만 그걸 보는 관객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보는 이야기를 짜맞추어서, 아, 이래서 사고가 났고 이래서 복남이 늦었고, 저래서 나리가 왔고,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뜻 <커플즈>는 밋밋하다. 진짜 재미가 은근히 숨어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커플즈>의 묘미는 각자의 이야기에서 숨어있는 조각을 찾아내어 전체 그림을 맞춰가는 데에 있다. 그냥 우연이라고 치부했던 일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꽤 평범한 유석-애연의 커플 탄생기는 밑밥이었을 뿐이다.

  각 에피소드가 쏙쏙 맞아떨어지는 재미를 노린 영화라서 그런지, 꽤 잘 짜여 있다. 이야기는 무리없이 흘러간다. 심각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시작 부분에서 느낀 민숭맨숭함은 시간이 갈수록 웃음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아주 상큼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다.

  유석에게 재수없는 하루였던 그 날 하루에 일어난 사건들, 그리하여 다섯 커플과 한 싱글이 탄생했다. 그래서 제목이 <커플즈>인가 보다. 인연은 참으로 뜻밖의 대목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이 다섯 커플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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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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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처음부터 눈에 강렬하게 들어왔다. 'HELP'라는 왠지 무시무시하게 진지하거나 무시무시하게 무섭거나 무시무시하게 어려운 영화일 것 같은 제목과 달리 산뜻한 노란색을 띤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래서 보고 싶던 영화 중 하나였는데, 시사회에 당첨되어 보고 왔다. 장소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안에 있는 CGV. 개미굴처럼 찾아가기 힘든 곳이라서 조금 헤맸다.

  <HELP>는 마틴 루터 킹이 활동하던 시기, 마이애미의 잭슨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얘기다. 백인 상류층은 흑인 가정부를 두고 있고, 흑인가정부는 자기 아기는 남에게 맡기고 백인엄마대신 백인 아기를 키운다. 백인 상류층이지만 친구들과는 달리 '미스'인 스키터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소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뉴욕의 편집자에게 듣는다. 그리고 스키터는 친구 엘리자베스네 집의 가정부로 있는 에이브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가정부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스키터의 이런 제안은 위험하다. 그러나 스키터는 이런 위험을 제안할 당시에는 잘 모른다. <HELP>의 빼어난 점은,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통 영리하고 깨인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그려질 법한 스키터라는 캐릭터는 약간은 세상을 모르고,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꿈을 가진 '아가씨'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키워준 가정부 콘스탄틴이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해고되었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그 이유를 끝까지 캐묻지는 못한다. 그러나 스키터가 특별했던 건, 에이브릴이 거절한 이후 인종차별법에 대해 공부하고, 다시 에이브릴을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제는 이게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요. 하지만 난 그래도 쓰고 싶어요."

  스키터는 에이브릴과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주인집 변기를 썼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가정부 미니 또한 인터뷰에 합류한다. 그들의 삶을 들으며 스키터는 가끔씩 펜을 멈칫한다. 그녀가 상상할 수 있었던 이야기 이상의 이야기를 들었던 탓일 것이다. 

  마이애미의 잭슨 마을에는, 백인과 흑인 사이의 차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백인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고 차별이 있다. 임신해서 백인 상류층 남자와 결혼한 여자-샐리아 푸트-가 백인 상류층 여자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장면은 흑인에게만 차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힐리와 친구들이 은근히 '결혼 못한' 스키터에게 압박을 주고, 스키터가 그들의 삶에 동조하지 못하면서도 어정쩡하게 힐리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명제를 사람들이 믿고 있는 지금도 인간관계란 옛날과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헬프help> 속 마이애미 잭슨 마을의 사람들은 평범하고 현대에도 어딘가에서 있을 법한 사람들이지만, 그들만의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에이브릴, 미니, 스키터, 스키터의 어머니, 힐리, 힐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샐리아, 메이 모즐리, 율 메이.......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정말 잘 해서 푹 빠져서 영화를 봤다. 런닝타임이 2시간을 좀 넘었던 것 같은데,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유머와 위트를 적절히 섞어내어 시종일관 부드러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게 만든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샐리아 푸트가 아주 귀여웠고, 못난이 아기 메이 모즐리가 안타까웠다. 콘스탄틴이 있었기에 스키터는 용감한 스키터가 될 수 있었지만, 에이브릴이 없이 메이 모즐리는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인셉션 이후 미국에서 3주간 흥행 1위를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만, 흑백차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 자란 나는 약간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강한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가슴을 따듯하게 만드는, 잘 만들어진, 탁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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