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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눈에 강렬하게 들어왔다. 'HELP'라는 왠지 무시무시하게 진지하거나 무시무시하게 무섭거나 무시무시하게 어려운 영화일 것 같은 제목과 달리 산뜻한 노란색을 띤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래서 보고 싶던 영화 중 하나였는데, 시사회에 당첨되어 보고 왔다. 장소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안에 있는 CGV. 개미굴처럼 찾아가기 힘든 곳이라서 조금 헤맸다.
<HELP>는 마틴 루터 킹이 활동하던 시기, 마이애미의 잭슨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얘기다. 백인 상류층은 흑인 가정부를 두고 있고, 흑인가정부는 자기 아기는 남에게 맡기고 백인엄마대신 백인 아기를 키운다. 백인 상류층이지만 친구들과는 달리 '미스'인 스키터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소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뉴욕의 편집자에게 듣는다. 그리고 스키터는 친구 엘리자베스네 집의 가정부로 있는 에이브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가정부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스키터의 이런 제안은 위험하다. 그러나 스키터는 이런 위험을 제안할 당시에는 잘 모른다. <HELP>의 빼어난 점은,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통 영리하고 깨인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그려질 법한 스키터라는 캐릭터는 약간은 세상을 모르고,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꿈을 가진 '아가씨'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키워준 가정부 콘스탄틴이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해고되었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그 이유를 끝까지 캐묻지는 못한다. 그러나 스키터가 특별했던 건, 에이브릴이 거절한 이후 인종차별법에 대해 공부하고, 다시 에이브릴을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제는 이게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요. 하지만 난 그래도 쓰고 싶어요."
스키터는 에이브릴과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주인집 변기를 썼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가정부 미니 또한 인터뷰에 합류한다. 그들의 삶을 들으며 스키터는 가끔씩 펜을 멈칫한다. 그녀가 상상할 수 있었던 이야기 이상의 이야기를 들었던 탓일 것이다.
마이애미의 잭슨 마을에는, 백인과 흑인 사이의 차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백인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고 차별이 있다. 임신해서 백인 상류층 남자와 결혼한 여자-샐리아 푸트-가 백인 상류층 여자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장면은 흑인에게만 차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힐리와 친구들이 은근히 '결혼 못한' 스키터에게 압박을 주고, 스키터가 그들의 삶에 동조하지 못하면서도 어정쩡하게 힐리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명제를 사람들이 믿고 있는 지금도 인간관계란 옛날과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헬프help> 속 마이애미 잭슨 마을의 사람들은 평범하고 현대에도 어딘가에서 있을 법한 사람들이지만, 그들만의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에이브릴, 미니, 스키터, 스키터의 어머니, 힐리, 힐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샐리아, 메이 모즐리, 율 메이.......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정말 잘 해서 푹 빠져서 영화를 봤다. 런닝타임이 2시간을 좀 넘었던 것 같은데,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유머와 위트를 적절히 섞어내어 시종일관 부드러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게 만든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샐리아 푸트가 아주 귀여웠고, 못난이 아기 메이 모즐리가 안타까웠다. 콘스탄틴이 있었기에 스키터는 용감한 스키터가 될 수 있었지만, 에이브릴이 없이 메이 모즐리는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인셉션 이후 미국에서 3주간 흥행 1위를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만, 흑백차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 자란 나는 약간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강한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가슴을 따듯하게 만드는, 잘 만들어진, 탁월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