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즈 - Coupl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0월 28일 서울극장 <커플즈> 시사회 관람 후기. 

  (미리니름 있습니다) 

 

  <커플즈>는 꽤 독특한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나오는 것은 생뚱맞은(!) 한 커플이다. 커플 중 남자는 오후 1시 경 외근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급정차하는 바람에 옆자리에 서 있던 여자에게 넥타이를 붙잡혀 졸도했다. 그것이 인연의 시작. 훈훈한 이야기지만 나는 내가 정보를 잘못 알고 왔나, 관을 잘못 들어왔나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곧 생뚱맞은 커플이 등장한 이유가 밝혀진다. 유석이 여자친구 나리에게 프로포즈하려던 날, 나리는 화장실에 가서 두 달째 돌아오지 않는다. 사라진 나리를 찾기 위해 흥신소를 하는 친구 복남에게 의뢰하는 유석. 유석은 나리를 찾았다는 복남의 전화를 받고, 차를 몰고 가다가 어딘가에서 떨어진 농구공이 차 앞유리에 떨어지자 놀라 차 방향을 틀고, 마주오던 택시와 아주 가볍-게 접촉사고가 난다. 그리고 택시 뒤에 있는 익숙한 번호의 파란 버스. 처음 인터뷰하며 등장한 낯선 얼굴의 커플은 이 버스에 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 날은 유석에게 아주 재수없는 날이었다. 유석은 나일롱환자의 징후를 보이는 택시기사와 사고가 나고, 돈 찾으러 간 은행에서는 무장강도를 만나고, 재수없게 은행에 있다가 같이 꽁꽁 묶이게 된 아가씨에게 치한으로 몰린다. 집에 와서는 여자친구 나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복남과 만나러 간 막걸리바에서 1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복남을 만났으나 복남은 유석을 남겨두고 갑자기 사라진다.

  유석에게 이 날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면, 그건 애연을 만난 것이다. 막걸리바에서 돈 없이 남겨진 유석은 애연이 가게 주인에게 내민 반지를 담보로 간신히 빠져나온다. 가게 앞에서 얘기하다 지나가던 매너없는 차에 의해 구정물을 뒤집어쓴 애연을 데리고 유석은 자신의 집에 온다. 그러나 애연이 씻기 전에 유석은 갑자기 집에 찾아온 나리를 만나고, 애연은 어색하게 자리를 뜬다. 유석은 두 달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도 없고 자신이 여자와 있어도 무덤덤한 나리를 보고 실망한다. 그리고 애연을 쫓아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음? 영화로 보여지는 커플의 탄생기치고 아주 무난하다. 우연과 우연, 그리고 싹튼 호감. 이렇게 영화가 끝나나, 하고 실망하려던 순간, 두 번째 커플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그 뒤에 미처 생각지도 못한 뒷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달째 소식이 없는 유석의 여자친구, 나리를 추적하는 복남과 함께 말이다. 

  유석&애연 ->복남&나리 -> 나리&형철 -> 이런 식으로 영화는 시점을 옮겨다닌다. 그리고 시점을 옮길 때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중간중간 이야기와 관련있는 커플의 인터뷰가 삽입되어 있다.

  <커플즈>는 마치 직소퍼즐같은 영화다. 처음에 보여진 평범한 우연의 이면에는 나름의 뒷 이야기가 있다. <커플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모른다. 다만 그걸 보는 관객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보는 이야기를 짜맞추어서, 아, 이래서 사고가 났고 이래서 복남이 늦었고, 저래서 나리가 왔고,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뜻 <커플즈>는 밋밋하다. 진짜 재미가 은근히 숨어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커플즈>의 묘미는 각자의 이야기에서 숨어있는 조각을 찾아내어 전체 그림을 맞춰가는 데에 있다. 그냥 우연이라고 치부했던 일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꽤 평범한 유석-애연의 커플 탄생기는 밑밥이었을 뿐이다.

  각 에피소드가 쏙쏙 맞아떨어지는 재미를 노린 영화라서 그런지, 꽤 잘 짜여 있다. 이야기는 무리없이 흘러간다. 심각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시작 부분에서 느낀 민숭맨숭함은 시간이 갈수록 웃음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아주 상큼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다.

  유석에게 재수없는 하루였던 그 날 하루에 일어난 사건들, 그리하여 다섯 커플과 한 싱글이 탄생했다. 그래서 제목이 <커플즈>인가 보다. 인연은 참으로 뜻밖의 대목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이 다섯 커플이 그랬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