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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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는 비참하다. 진 사람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어떻게 패배자가 위대할 수 있는가? 영광스러운 패배란 존재하는 것인가?

  <위대한 패배자>에 따르면, 패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도, 다 똑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아니다. 여러 분류로 나뉘는 패배자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정상에 섰고 스러져 갔는지 짚어간다.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대대로 기억되는 것은 승리자다. 우리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정복한 땅을 원래 지배하고 있던 (그러나 대왕에게 패배한) 왕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다. 승리자는 멋지다. 승리했기 때문에. 

  그러나 인간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더 끌리는 것은 승자가 아니라 패자라고, <위대한 패배자>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희극보다 비극이 오래 사랑받고 인상 깊은 것처럼, 패배했기 때문에 더욱 인상깊고 자랑스러운 이들이 있다고. 세상은 자로 잰 듯 똑바르지는 않아서, 노력했지만 패배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패배자들은 승리한 사람보다 더 멋있다고. 패배자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패배에도 의미가 있다고.

  <위대한 패배자>는 타고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실수가 초래했을 지도 모르고, 수완이 부족했을을 수도 있고, 운이 따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패배'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의 흔적을 더듬어가면서 패배자들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고, 패배한 자신을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고, <위대한 패배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패배했다해도 괜찮다고. 어쩌면 승리한 것보다 자랑스러울 수도 있다고. 패배했다는 것은 그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승리한 사람보다 조금 더 인간적이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승리자를 본다. 승리자가 밟고 일어선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항상 승리하는 사람은 없다. 크든 작든 패배하며 성장한다. 그러니까 넘어져서 진흙 바닥에 코를 박아버린 자신을 "이 멍청이!"라고 질책하지 말고 사랑스럽게 봐 주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는 졌다. 그게 뭐 어때서?
  나는 위대한 패배자다!
 

  어쩌면 이 책은 잔뜩 넘어져 상처투성이인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봐 주라고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00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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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주얼리 - 시간이 만든 빛의 유혹
홍지연 지음 / 수막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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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 초, 티파니 보석전에 갔다. 바위 위의 새라는 옐로 다이아몬드는 훌륭했다. 유리가 아닌 백수정으로 만든 향수병이라던가, 귀엽게 입을 벌리고 있는 용 모양의 브로치라던가, 그런 것도 참 흥미로웠다. 티파니 보석전은 시기 별로 티파니 사의 보석을 진열했는데, 제작 시기가 달라지면 장신구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재밌기도 했다.

  티파니 보석전에 다녀온 여파로 이 책을 읽었다. 전면 컬러로 되어 있고, 사진으로 보는 건데도 보석들이 참 예쁘다.

  책의 맨 첫장을 피면, 제일 먼저 마리 앙뚜아네뜨의 '왕비의 목걸이 사건'이 나온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목걸이와 얽힌 사기 사건, 그 목걸이에 쓰인 수많은 다이아몬드들. 보석의 왕으로 군림하는 다이아몬드는 처음부터 비싼 보석이 아니었다- 라고 얘기가 흘러간다.

  다음 장에서는 나폴레옹 황제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카메오에 대해서 설명한다. 로마 시대를 재현하려는 시대 풍조에 힘입어서 각광받기 시작했단다.

  이렇듯 책 속에서 시대에 따른 보석의 변화가 나열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달리 유행하던 보석들, 보석의 스타일 용어(갈란드 스타일. 혹은 벨 에뽀끄라던가 아르누보, 아르데코 같은), 그리고 보석의 컷팅, 어떤 앤티크 주얼리가 가치있는가 같은 얘기가 한데 섞여서 진행된다.

  쉽고 흥미롭게 풀어쓴 보석 얘기에 적당한 전문 용어와 보석에 관한 지식이 있다. 내용도 좋지만 책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올컬러로 표현된 보석의 사진들이다. 책 속의 글자 하나도 안 읽고 책을 넘기며 보석 사진과 그림만 봐도 배가 부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좁다는 게 단점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부터 동양까지 다 아우르는 책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서의 보석을 보여준다.  

 

200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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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2008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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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는 어렵다. 한국에서 이십 몇 년을 쭉 살았어도 어렵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헛갈리는 게 맞춤법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 외국어 표기법이다.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은 이렇듯 복잡하고 어려운 한국어문법을 잘 정리해 놨다. 편집에 관심이 없어도,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한 권 쯤 집에 두어봄직하다.

  게다가 뒤에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궁금해했던 독자를 위해서 편집과 조판과 제작에 대해 책의 1/4~1/3지점부터 얘기해주고 있다. 이 한 권을 읽으면 한국어 + 편집일에 대한 대략적인 궁금증이 풀리는 셈이다. 

  그리고 가격이 아주 훌륭하다. 노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의 크기와 두께에 버금가는 노트는 보통 3000원 가량 한다. 물론 디자인과 유통비 그리고 마진이 붙은 가격이지만, 맨종이 노트가 3000원인데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은 3500원이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내용. 아주 좋다.
 

p.s.
  이 리뷰는 2008년에 썼고 '2008년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에 쓴 거지만, 매년마다 갱신해서 나오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나온 매뉴얼은 2011년 판이다.^^

 

200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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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살기 동문선 현대신서 43
자크 르 고프 외 지음, 최애리 옮김 / 동문선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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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살기 팍팍하고 힘든 시절이겠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는 <중세>하면 왕과 귀부인과 용감한 시가의 모험담으로 덮여 있던 흥미진진한 시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말하자면 이 책도 그런 '낭망'의 일환으로 집어든 책이다.

  <중세에 살기>는 중세 시대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를 대략적으로 설명해 준다. 중세의 삶을 엿보고 싶고, 그것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면, 입문서로 읽어봄직한 책이다. 중세의 높은 신분 소유자의 삶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세의 이미지(화려하고, 낭만적이고, 모험이 넘치는)를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게 좋다. <중세에 살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지루하고 소박하고 한 곳에 묶여있는 삶을 살았던 게 분명하다.

 다만,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흥미롭긴 했으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200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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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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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의 추천을 받고 읽은 책이다. 과연 추천할 만 하다. 공포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결코 손에 들지 않았던(나는 호러에 매우 약하다) 작가 스티븐 킹은 정말 재담꾼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의 소설에도 흥미가 생겼다. 

  각설하고, 글쓰기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보면 다독다작다상량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은 샛길을 찾으려 자꾸 머리를 굴린다. 좀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누군가 알려주지 않을까? 그 때문인지 세상에는 많은 글쓰기 책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꽤 어렵다. 읽어보려 폈다가도 진부한 소리에 덮어버리기 일쑤다.  

 <유혹하는 글쓰기> 는 그런 면에서 독특하다. 이 책은 별로 진부하지가 않은데, 거기엔 작가인 스티븐 킹의 재치있는 입담이 큰 역할을 했다. 가끔은 글쓰기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스티븐 킹의 인생역정을 보여주는 에세이의 느낌도 들지만, 역시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력서와 인생론은 물론이고, 연장통과 창작론에도 스티븐 킹 자신의 경험과 작품을 섞어가며 얘기하는데 아주 재미난다. 굳이 글쓰는 방법을 알고 싶지 않더라도,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를 알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 보는 게 좋겠다. <1804>라는 작품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시범으로 앞부분을 쓰다가 스티븐 킹이 '어라 괜찮은데?' 해서 실제로 완성된 단편이다. 이 에피소드만 봐도 유쾌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저런 거 다 때려치고 그가 보여주는 입담 만으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참고 :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말하는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 두 가지.

  1. 수동태를 절대 쓰지 말아라.

  2. 되도록 부사를 쓰지 마라. (전혀 안 쓰면 더 좋다.)
 

200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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