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 국어 책에 수록된 시 빼고, 대학교 때 처음으로 읽은 시집이다. 

  기형도의 시를 처음 접한 상황이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교 1학년, 아마도 3월, 학관에 들어갔다가 화장실 벽에서 발견했다. 문학동아리의 홍보전단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밑에 적힌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만 한참 보고 있었다. 그 뒤로 조금 시간이 흘러 <입 속의 검은 잎>을 보았다. 

  기형도의 시는 강렬하다. 시를 읽다보면 왠지 먹먹하고 늪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느낌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기형도의 시는 읽어도 또 읽게 되는 마력같은 게 있다. 그래서 나는 기형도를 천재라고 생각한다. 요절한 게 안타깝다. 

 

2008. 7. 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민예원 편집부 엮음 / 민예원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시보다는 아무래도 소설이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시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평소 관심을 두질 않았으니 무엇이 좋은 시고 입맛에 맞는지 잘 모른다. 다들 좋아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를 집어들었다.
  

  어지간히 로맨틱한 취향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낯간지럽다 생각할 정도로 책 디자인이 화려하다. 곷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파스텔풍의 노랑, 분홍, 파랑 종이에 시가 적혀있다. 그림같을 정도로 예쁘지만 일부에게는 부담스러울 디자인이다.

  그리고 그 안쪽에, 중고등학교 국어책 혹은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시들이 알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익숙한 시지만 몇 번을 곱씹어도 맛이 나는 그런 시들. 언제 생각이 나서 펴 보아도 편안히 음미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안에서 발견한 시이다. 

  마음에 들어 적어본다.
 

 

  아침 송頌

                                                                                             -  유자효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은 넘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없다

두려워 말라

젊은이여

그 길은 너의 것이다

비온 뒤의 풋풋한 숲속에서

새들은 미지의 울음을 울고

은빛 순수함으로 달리는

이 아침은 아름답다.
 

 

이 아침은 아름답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8. 7. 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의 법칙 - 권력 경영기술 48
로버트 그린 지음, 정영목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권력을 "타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서, 권력을 가진 이가 '이거 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은 '이거'를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한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많은 이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이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내 뜻을 밀고 나갈 수 있다. 세상에 내가 왕인데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권력을 매우 탐낸다. 문제라면 탐내는 사람이 모두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거지만.

  "나는 권력에 관심없는 소시민이야."라고 말하며 이 책을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막스 베버의 정의에 따르면 나라를 휘두르는 자만이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니다. 하다못해 친구 셋이 모였을 때 누가 저녁 메뉴를 정하는가도 권력이 개입되어 있고, 연인의 관계에서 누가 주도적으로 이끄는가도 권력에 따라 결정된다.

  <권력의 법칙>은, 권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고 그것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역사의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정리한다. 퍽 상세하게 분류하고 이야기한 덕분에 책이 육중하다. 책상에 앉아 정독하기보다는 들고 다니면서 때때로 읽는 게 더 좋을 책인데 그 점이 좀 아쉽다. 그리고 시선이 이쪽저쪽으로 옮겨가게 책이 편집되어 있어서 가끔 어디부터 읽어야 하나 헛갈린다.

  하지만 책이란 알맹이가 중요한 법. 부담스러운 외관과 다르게 알맹이는 꽤 근사하다.

  <권력의 법칙>은 권력에 대한 역사사례집이라고도 할 수 있고 권력을 쟁취하는 핵심 포인트 정리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인문-교양서가 될 수도 있고 자기개발서가 될 수도 있고 역사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적절하게 묶여서, 분류따위야 아무래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읽다 보면 재미나고, 이래서 이 사람이 망했구나 생각되고, 어쨌건 신난다 재미난다 하면서 역사 속 권력가들과 만날 수 있다. 과거의 권력가부터 비교적 최근의 권력가들까지, 잘 알고 있던 권력가들부터 알지 못하고 있던 숨겨진 권력가들까지, 서양의 권력가부터 동양의 권력가까지 넘나든다. 옆에는 권력과 관련된 짧고 교훈적인 이야기까지 적혀 있어 금상첨화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법칙의 핵심을 정리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이 법칙을 쓸 때 주의할 점도 알려주고 어떤 때 쓰면 좋은가도 알려준다.

  하지만 48가지나 되는 법칙을 읽고, 내가 이걸 쓴다고 생각하면 "참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구나, 밑에 있는 사람도 힘들지만 권력자도 전전긍긍 지키느라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왕 둘 다 힘들다면, 권력을 쥐는 쪽이 좋기야 하지만 말이다.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생활에 쓰려고 읽어도 좋고 재미있는 유희거리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48항목이나 기억하려면 뇌의 용량을 늘려야 하겠지만.

 
덧붙임. 

48항목이나 되는 권력의 법칙을 읽고나면 앞의 항목을 잊어버린다. 또, 48가지를 다 지키는 것은 아무리 초인이라 해도 불가능하다(이 모든 항목을 지킨 사람은 역사 속 권력가들 중에도 없다). 따라서, 자신에게 잘 맞을 것 같은 몇 가지 법칙을 가슴에 두고 나머지는 부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2008. 7. 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역사의 진실을 말했는가
크리스티안 마이어 외 지음, 이온화 / 푸른역사 / 1998년 7월
평점 :
품절


  싸움이 나면 사람들은 으레 "법 대로 하자."고 한다. 이 말에는 법이 공정한 판단을 내릴 거라고 하는 믿음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되묻는다. 법은 정의로운가? 아니, 법을 사용하는 우리는 정의로운가? 우리 사회는 법으로 인해 오히려 무법지대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권력자가 법을 만든다. 따라서 법은 권력을 쥐고 있는 자에게 관대하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배척하고 기존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법은 진실로부터 눈을 돌린 적이 많다는 것을 <누가 역사의 진실을 말했는가>는 각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사례 중에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도 있고(소크라테스처럼), 잘 모르는 사례도 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섞여있어 흥미롭고, 기본적으로 사례를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읽어 나가는데 부담이 없다. 그리고도 읽고 나면 법과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2008. 7. 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멘사 논리 퍼즐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필립 카터.켄 러셀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멘사 논리 퍼즐>은 퍼즐집이다. 앞쪽에는 문제가 있고 뒤쪽에는 해답이 있다. 차근차근 풀어도 되고 마음에 드는 것만 풀어도 된다. 풀다보면 문제 유형이 몇 가지씩 겹치는 게 보이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는 않다. 심심할 때 한 문제씩 풀고 나면 굉장히 똑똑해 진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사이즈가 작고 페이지 수도 많지 않아서 들고다니면서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이건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저기로 이동 시간에, 괜히 친구가 늦어서 기다릴 때, 틈틈히 풀면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해답지에는 그닥 신경을 안 쓴 것 같다. 해답지의 해답이 종종 틀린다. 내가 발견한 것만 두어 개 된다(심지어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본 것도 아니다). 따라서 틀린 부분이 더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별은 세 개.
 

2008. 7. 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