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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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다 읽은 김에 <책을 읽을 자유>도 꺼냈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보다 두툼하고, 말 그대로 '책' 서평이 중심이다. 그래서인지 <로쟈의 인문학 서재>보다 읽기가 편했다. 그래도 내용이 두툼한 강의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은 여전하다. 두 책에 공동된 사람, 책, 영화가 나와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 싶다. 

  p.43.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읽을 만한 책을 판별해내고 엉터리 책들을 감시하는 서평의 고유한 자기 역할을 망각하지 않는 것이다. 

  -> <책을 읽을 자유>는 이 정의에 충실하여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낸다.

  책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느낀 것은 독서에 대한 경탄이다. 독서 경험은 개인의 경험만이 아니고 '우리'의 것이며 사회역사적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왜 수준높은 서평들을 블로그를 통해 나누고 있는지 다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을 읽을 자유>는 책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나아가 그 책이 담고 있는 개략적인 지식을 나누어주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나서 배부른 느낌을 줄 정도로 꽉 찬 글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관한 서평들이 기억에 남는다. 한 책을 여러 층위로 다루어 각각 독특한 맛이 있는 여러 편의 서평이 수록되었다.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다양한 독서경험이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책을 직접 읽는 거겠지만, <책을 읽을 자유>로 책에 관해 맛보기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예 '전혀 접해보지 못한 책'으로 남겨놓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말해서 알게 된 책'이 되는 게 조금 더 낫지 않나 하는 게 내 생각이다.

 

201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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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로버트 맥키 지음, 고영범.이승민 옮김 / 민음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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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산 건 2007년이었는데 두께의 위엄에 눌려 멀리하다 간신히 마음먹고 첫 장을 펼쳤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는 글짓기 추천책으로 몇 번 제목을 본 적이 있는데, 읽기 시작하니 어째서 추천받는지 알겠다. 영화 시나리오 작법인데, 방법론을 설명하는 책이면서 이상하게 재밌다. 쉽고, 명쾌하고, 납득이 간다. 하지만 6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읽는 건 제 아무리 재미있어도 고역이라 형광펜으로 찍찍 그어가면서 읽었다. 그러니 책이 형광펜 투성이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는 영화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설명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야기의 구성, 흐름, 인물에 관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구조/구성인데,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에 대한 로버트 맥기의 설명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가치의 변화'. 다시 말해서 이야기란 변화이다.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는 것.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말은, 장면에서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면 그건 쓸모없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두꺼운 책이고 거기에 담겨있는 내용은 쉽고 명확하기는 해도 방대하다. 그래서 지금 책에 대한 생각을 모두 적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책이 내가 본 글쓰기 방법론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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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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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다섯 명의 4년 동안의 조금 독특한 대학생활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고 각자가 한 덩어리의 이야기지만, 또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감형인 기타무라, 얼음미녀 도도, 괴짜 니시지마, 초능력자 미나미, 놀기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 도리이. 다섯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이들이 좌충우돌하는 게 재미있어서(말 그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 순식간에 읽었다. 평범한 듯 툭툭 튀는 게 시트콤을 보는 듯도 하다.

  이들이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조금씩 성격이 변하는 모습이 좋다. 각자 따로 놀고, 세상을 가볍게 보던 애들이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진지해지는 모습이 참 좋았다.  

p.20.

  "들어보십쇼.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거기서 한 템포 쉬었다. 그 틈을 놓칠세라 간지가 그를 가로막았다. 누군가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하품을 했다. 그러나 나는 평소답지 않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녀석을 채근했다. 

  "마음만 먹으면?" 

  니시지마가 입을 떼며 또박또박 단언했다. 

  "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 눈이 오게 할 수도 있다 이겁니다." 

  대학생 다섯 명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서로가 서로의 사막에 눈이 내리도록 도와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사카 코타로의 글에는 끊임없이 범죄자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으면 작가가 '무엇이 진짜 범죄인가'라고 묻는 기분이 든다. 법과 사람과 사회. 가만히 보면 명확한 게 한 개도 없는데 잘 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같다. 

 

201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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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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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드런은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5개의 다른 단편들이지만 결국 한 개의 장편처럼 이어진다. 테마는 제목처럼 '아이' 혹은 '아이들'이다. 진나이의 시점이 아닌 주변 인물들(가모이, 무토, 유코, 나가세)의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항상 진나이다. "탐구! 진나이"라고나 할까. 

  진나이는 아이인 채로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진나이가 단언하는 건 가끔 터무니없고 "뭐야 얘?"하는 소리도 나온다. 괴짜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자신의 '정의正意'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까.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부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버릇없는 애를 보고 "대체 부모가 어떻길래..."하는 말이 튀어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가 잘못된 걸까, 부모가 잘못된 걸까? 그런데 깊이 들어가지 않아 조금 아쉽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발만 담궜다 뺀 느낌이다. 그래서 다소 아쉽다.

   

2010.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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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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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읽은 기념으로 후속작에 해당하는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을 다시 읽었다. 어떻게 될지 알고 있어서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말장난 같은 대화도 좋았고, 4명의 갱이 겪은 사소한 일이 한 가지 사건으로 모아지는 것도 재미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명랑한 갱의 일상은 1장이고 2~4장은 습격을 담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교노가 단골손님과 겪은 '환상의 여인'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그것만 떼어 추리단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시하겠다. 환상의 여인에 바치는 오마주인가?  

 

201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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