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생 다섯 명의 4년 동안의 조금 독특한 대학생활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고 각자가 한 덩어리의 이야기지만, 또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감형인 기타무라, 얼음미녀 도도, 괴짜 니시지마, 초능력자 미나미, 놀기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 도리이. 다섯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이들이 좌충우돌하는 게 재미있어서(말 그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 순식간에 읽었다. 평범한 듯 툭툭 튀는 게 시트콤을 보는 듯도 하다.

  이들이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조금씩 성격이 변하는 모습이 좋다. 각자 따로 놀고, 세상을 가볍게 보던 애들이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진지해지는 모습이 참 좋았다.  

p.20.

  "들어보십쇼.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거기서 한 템포 쉬었다. 그 틈을 놓칠세라 간지가 그를 가로막았다. 누군가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하품을 했다. 그러나 나는 평소답지 않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녀석을 채근했다. 

  "마음만 먹으면?" 

  니시지마가 입을 떼며 또박또박 단언했다. 

  "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 눈이 오게 할 수도 있다 이겁니다." 

  대학생 다섯 명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서로가 서로의 사막에 눈이 내리도록 도와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사카 코타로의 글에는 끊임없이 범죄자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으면 작가가 '무엇이 진짜 범죄인가'라고 묻는 기분이 든다. 법과 사람과 사회. 가만히 보면 명확한 게 한 개도 없는데 잘 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같다. 

 

201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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