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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애덤 스미스 원작 / 세계사 / 2024년 8월
평점 :
애덤 스미스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우리는 보통 자본주의의 아버지, 경제학의 창시자 등 경제학에서의 그의 명성을 떠올릴 것이다. 그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국부론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생전에 가장 소중히 여겼던 책은 국부론이 아닌 도덕감정론이었다. 이 책은 경제학이 아닌 도덕철학을 다룬 것으로, 국부론 못지 않게 훌륭한 책이지만 국부론이 너무 유명해진 탓에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도덕감정론의 중심 내용과 해설, 사례를 담은 책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러셀 로버츠가 이 책을 현대적 관점에서 풀어내었다.
도덕감정론 전문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 책은 도덕감정론의 핵심 내용을 짚으면서 이에 관한 사례를 덧붙여 다루기에 읽기 어렵지 않았다. 보통 철학 책은 딱딱하고도 난해한 문장들로 가득해 한 문단 넘기기도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덜어낼 것은 덜어내면서도 도덕감정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저자의 자세한 해설과 이야기를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던 주제이다. 애덤 스미스 또한 도덕감정론에서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는 행복한 삶이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사랑을 받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명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인간은 타인의 슬픔보다 기쁨에 더 많이 공감한다는 말을 한다. 결혼식과 장례식을 예시로 드는데, 결혼식에서는 짧은 순간이라도 상대방의 기쁨에 공감하며 즐거워하지만 장례식에서는 당사자가 겪는 고통, 슬픔의 절반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본능이란 본디 기쁨에 더 환호하며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자의 화려함에 더 관심을 갖고 사랑한다. 그렇기에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면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는데 평생토록 사람들로부터 관심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끝없는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애덤 스미스는 두 번째 방법,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선한 마음으로 대하는 미덕의 삶을 통해 타인으로부터의 진정한 사랑을 받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워런 버핏이 자주 떠올랐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 줬으면 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애덤 스미스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버핏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지만 그럼에도 미덕을 갖추어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는 것이 중요함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이 책은 내가 그간 가져왔던 여러 가지 욕망들이 내면으로부터의 진정한 욕망이었는지 되돌아보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또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했다. 무엇보다 도덕감정론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