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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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그리 심각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딱 기분 좋을 만큼 활기차고 경쾌하게 잘 풀어내고 있는 책 이다. 나도 이렇게 나이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인물들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 그러니 너도 이렇게 살아라"는 식의 책을 나 역시 싫어하는데, 지은이 김혜경 씨도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라니,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부터 아이러니 하게도 절대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 되어 기뻤다. 세상에는 되도록 "보통사람" 이라는 말이 무안 하고 무색해 질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 지고, 또 그 다양성이 저마다 인정 받아야 더 멋진 세상이라고 믿기 때문에, 저자의 이 같은 발상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어 반가웠다.    

이 책은 제목에 거창하게 내걸고 있는 "나이 듦"이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이나 묵직한 해법들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광고업에 종사하는 지은이의 소소한 일상과 그 주변 인물들의 톡톡 튀는 삶을, 덤덤하고 자연 스럽게 비춰 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골 머리 아프지 않고, 기분 좋게, 그렇지만 가슴 따뜻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특히나 놀라웠던 것은, 미성 극장의 사장님 딸로서 고생을 전혀 모르고 살았을 것만 같은 부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웃음 속에 숨겨진 아픔을 읽어내고 함께 슬퍼할 줄 아는 저자 김혜경의 따스한 인간미였다. 물론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 져서 나름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자라난 배경이나, 지금 누리고 있는 직업적 지위를 생각하면, 이 같은 저자의 측은지심은 가히 존경 스러울 정도로 눈에 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저자 김혜경이라는 사람은, 화려한 겉 모습 속에 감춰진 이면의 어둠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 더욱 더 마음이 끌린다. 화려한 꽃을 보고, 그 꽃의 아름다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꽃을 피워 내기 위해 거쳐 왔을 고난과 시련의 시간은 물론이요, 그 속의 땀과 노력도 함께 볼 줄 하는 저자의 혜안은, 그 자체로서 나이듦의 성숙함과 깊이의 맛을 잘 보여 주고 있는 듯 했다. 역시 좋은 사람이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책 속 글귀가 거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이든 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 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 처럼, 이 책 속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이 듦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소개 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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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속독법(입문, 실천, 고급편) 세트 - 전3권 - 토익 토플 텝스 SAT 수능의 정복자 English Speed Reading 영어 속독법
신동운 지음 / 스타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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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점이나 도서관 서가에 빼곡히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마냥 행복한 한편, ’과연 내가 평생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고, 또 그 책들 중 진정으로 내 인생을 변화 시키고 오래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책들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된다. 평생을 책만 읽고 산다해도, 세상에 만들어져 있는 책들의 1퍼센트, 아니 0.1퍼센트, 더 줄여서 0.01퍼센트의 책들과의 만남 조차도 불가능해 보인다. 세상은 넓고, 할일도 많은데, 게다가 읽을 책도 너무 많다.

책 욕심이 많은 나는 가급적 최대한 많은 책들을 만나 배움과 지혜를 얻고 싶다. 하지만, 늘상 시간이 문제다. 또 어떤 책들은 끝 까지 읽어봐도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중요해 지는게 스피드다. 가급적 시간 낭비를 줄이고 최고의 효과를 얻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욕심과 달리, 내가 책을 읽는 속도에는 수년간 아무런 발전이나 변화가 없었다. 늘상 마음 속으로만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과 훈련을 통해 속독법을 익힐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배워볼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늘상 정독만이 올바른 책 읽기의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요즘과 같이 책이 넘쳐 나는 시대에는 속독의 필요성이 더욱 더 절실해 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영어로된 서적이나, 토익, 토플, 텝스 등의 영어 시험을 대비 하기 위한 영문 속독법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보다는, 오히려 전반적인 속독의 원리와 과학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져 있어서, 비단 영문장 뿐만 아니라 우리 국문장의 책들을 빨리 읽어내는데에도 더불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스스로 제한 하고 있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잠재력을 끄집어 내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인간의 뇌는 대부분 ’놀이’를 위해서 만들어 졌으며, 이로 인해 전투행동과 같은 긴장과 피로를 유발하는 지적 작업을 하면 교감신경계의 비정상 작동이 일어나, 능력의 극히 일부분 밖에 쓰지 못하게 되는 반면, 책 읽기와 같은 지적 작업이라도 하나의 "놀이" 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인식하고 머리를 쓰는 훈련을 하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흥분이나 긴장 상태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수치를 잘 조절하도록 깊은 호흡을 하고 넓은 시야를 가지는 훈련을 하게되면, 교감 신경계의 흥분이 누그러지고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 되며, 두 신경계의 활동상태가 긴장과 흥분을 유발하는 상황 속에서도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뇌 세포의 활동도 활발해 진다는 것 이다. 

늘상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다음 일을 처리하는 직렬형의 정보 처리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던 내게, 저자의 제안 처럼 동시 병행의 방식으로 책 읽기와 같은 지적 작업을 시도 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상당한 모험 처럼 여겨졌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게 되면 주의력이 산만해 져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 나의 오랜 고정관념이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하는 매우 협소한 경험들에만 바탕을 둔 편견이며, 훈련과 노력을 거듭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관념의 한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기뼜다.  

입문편인 이 책에서는 우선 속독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8단계의 훈련을 제안 하고 있다. 그에 앞서 우선은 보는 눈의 폭을 넓히는 시야 확장법을 알려 준다. 그리고는 몸통의 주어와 동사를 찾아내고, 문맥을 통한 영단어의 의미 추측과, Linking Markers에 대한 주의, 문장 전개의 예측, 문맥 추론, 주제문 찾기, 구절의 요지 파악 및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집어내는 훈련법등을 소개 하고 있다. 

단순히 영어 점수를 높이는 것을 떠나, 전반적인 정보 파악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데 좋은 훈련이 되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원리를 일상 생황에도 응용해서, 좀 더 넓고, 깊게, 그리고 정확하게 모든 사물의 이치와 원리를 파악 할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하고 실천 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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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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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하나님,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와 성경 속 이야기들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에 품어봤을 FAQ(frequently asked question)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신앙심의 깊이의 문제를 떠나, 인간은 누구나 극한의 고통과 거대한 슬픔을 겪게 되면, "과연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지요?!"하는 원망과 탄성을 절로 입 밖에 내게 마련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 정답이나 해답은 물론이요, 끝내 오답 조차 찾지 못해 오래도록 방황하며 하나님과의 거리를 점차 넓히게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떤 사람들은 끝내는 하나님과 멀어진 간격 마져도 무시해 버리는 지경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도연이 출연한 [밀양]이라는 영화 속 대사 한 마디가 떠올랐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죄와 용서, 신앙과 인간의 구원을 소재로한 [밀양]이라는 영화 속 장면, 특히 주인공이 교회 예배당에 찾아가서 아들이 유괴 후 죽임을 당한 슬픔에 절규하고 오열하는 장면이, 이 책 속 주인공 맥의 상황과 절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묘하게도 주인공에게 이내 감정 이입이 되어 철저히 인간 본연의 마음과 입장이 되어 책에 더욱 크게 몰입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하나님과 무관하게 살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쉽게 풀릴 문제일지도 모르는 반면, 하나님과의 관계에 속해 있다고 믿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같은 극한의 고통은 더욱 견디기 힘들고 풀기 어려운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매우 곤란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려는, 큰 용기와 도전을 품은 책 이라 여겨진다.   

 

마태복음 27장 46절의 말씀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실존 여부에 의심을 품게 한다. 십자가에서 고통 받는 예수께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째서 나를 버리셨습니까?"하고 외치시는 구절에서 하나님은 과연 예수님을 떠나서 어디에 계셨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신비스러운 장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예수가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예수는 오히려 온전히 자신을 하나님 손에 맡긴 채, 자신은 물론이요 인간 구원의 길을 찾으셨고, 하나님 또한 이 순간에도 변함 없이 함께 하셨다는 설명을 이 책을 빌어 속 시원히 들을 수 있었다. 

 

위와 같이 심도 있는 질문은 물론이요, 이 책에는 영화나 영상 매체 속에 "왜 하나님은 늘상 백인의 모습이며, 그것도 남자의 모습인가?"하는 장난끼 어린 의구심에도 현명히 답하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성스럽고 전적인 타자(他者)인 하나님을 나름대로 이해해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들을 모아서 최대한도 까지 투영하고, "자신들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선함을 인수분해 한 노력"이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 노력의 결과물은 정작 하나님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 덧 붙여 진다. 하나님은 실제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는 것 이다. 때때로 하나님께서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편하고 친근한 모습이 되어 보이시고자 하신다면, 그건 인간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이 책 속에서 주인공 맥이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의 기억 때문에 고통 받고 괴로워 하는 것을 누구 보다 잘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종교적인 고정관념과 습관화를 깨부수고, 상대적으로 주인공 맥에게 거부감 없이 친근한 어머니 즉, 여성의 모습으로, 그것도 몸집이 큰 흑인의 모습으로 자신을 보이고 계신다. 예수님(예슈아, 조수아)의 모습 역시 중동의 30대 남자의 모습이며, 성령(사라유, 바람) 역시 아시아계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같은 설정은 종교적 고정관념을 가진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설정 이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설정은 바로 "현대인들과는 개인적인 대화를 중단하고, 대신 제대로 해석된 성경 말씀을 통해 자신(하나님)을 드러내시고 따르기를 원하신다"는 신학교적 가르침과 달리, 하나님께서 구체적인 사람의 형상으로 인간과 대화를 나누신다는 설정이었다. 하나님과의 이 같은 교제는 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고 소망하는 바여서, 책이 픽션이 아니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었다. 

 

폭풍우와도 같은 처절한 상실감으로 툭하면 "만약에"라는 후회의 게임에 빠져 들어 순식간에 나락에 빠져들던 주인공 맥이 다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영화 처럼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 도 어찌 보면 작가 윌리엄 폴 영과 우리 인간 모두에 대한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의 흔적이 아닐까?  

 

"사랑은 언제나 대단한 흔적을 남기죠(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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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김은진 지음 / 도솔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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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5퍼센트 남짓이라는 머리말의 첫 문장은 충격이었다. 아무리 중국산 농산물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토불이의 외침은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쌀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고작 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 이다. 우리가 먹는 95퍼센트에 가까운 음식들이 그 원산지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고, 배로 트럭으로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외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 중에 또 상당수는 정체 불명의 GMO 라는 설상가상격의 사실도 정신을 번쩍들게 한다. ’도대체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가!’ 라는 탄성과 절규가 절로 나오게 하는 책 이다.      

GMO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익숙해 지기 시작한 것이 1998년 즈음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GMO라는 단어에 최근에야 익숙해졌고,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 의미와 기원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유전자 변형의 의미인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내지는 조작을 나타내는 Manipulated 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데, Modified와 Manipulated는 시작 되는 문자만 같을 뿐이지 그 의미는 천지 차이다. 후자는 주가 조작등의 부정적 상황에서 주로 쓰이는데, GMO의 주 생산국인 미국은 다른 용어 사용을 주장하면서 GMO의 부정적 의미를 희석하여 자국의 이익을 얻으려 하였고, 이로 인해 LMO(Living Modifed Organism)라는 단어가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에 채택되어 표기 되게 되었다고 한다. 마트에서 질 좋은 유기농 채소와 과일들을 골라먹고, 국산 육류와 식품을 구입한다면, GMO는 나와 전혀 무관한 문제일 꺼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생각하면, 더 이상 개인으로서도 외면하고 방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시절 까지, 과학이나 지리 등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통해 들었던 미국 농업의 규모와 수준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왠지 모르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미국 농업 시스템이 마치 우리가 쫓아야할 하나의 거대한 이상과 환상처럼 느껴졌었다. 소규모 농가 중심의 농업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대규모 상업농이 주류를 이룬다. 집 한채에 조그마한 경작지를 끼고, 여러채의 농가들이 옹기 종기 모여 농촌을 이루는 우리 나라와 달리, 미국은 끝없이 펼쳐진 농지에 1시간을 차로 운전해야 거의 한 두채의 농가가 보일 뿐이라고 한다. 이런 농지가 미국에는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농지는 있으되 농촌이나 농가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 넓은 농지를 미국 인구의 0.5%에 불과한 사람들이 경작한다니, 당연히 일손도 딸리고, 기계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경작이 쉽고, 빨리 잘 자라나고, 우수한 수확량을 보장하는 GMO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환경일 것 이다. 우장춘 박사의 씨없는 수박에 마냥 감탄하고 과학의 놀라운 힘에 무작정 무지몽매한 찬사만 보냈던 탓일까? 우르과이 라운드에 힘없이 우리 농촌의 경제를 내어준 정부의 탓일까? 지금 우리 나라의 식량 유통과 자급의 현실을 보면 무식이 죄라는 말도 전혀 그른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뜻 깊고 의미 있어 보인다.   

"돈가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GMO를 섭취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들이 특히나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GMO의 가장 중요한 용도가 되는 부분이 사료와 식용류라는 것, 그리고 GMO를 통해 가축의 성장 호르몬도 만들어 낸다는 것 등등 이 책은 놀라운 무지에 대한 깨달음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유전자 조작 밥상을 우리 식생활에서 거두어 내고, 안전한 먹거리로 새롭게 밥상을 차려낼 수 있을까? 이 책 속에는 마지막 부분에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해답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처럼, 얼핏 보면 골리앗의 승리가 자명해 보이는 무기력한 하나의 저항서 내지는 성명서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의식을 갖고 하나 하나 실천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우리 세대는 아니더라도 우리 후손들의 세대에 있어서는 언젠가 분명히 다윗이 승리 거두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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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트레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딘 사이컨 지음, 최성애 옮김 / 황소걸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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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이 처럼 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와 눈물이 섞이어 있는지 미쳐 몰랐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약 십년 전 부터 커피가 주요 투기 상품으로 급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데 실제로 드는 생산자의 비용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전혀 엉뚱한 사람들에 의해서 커피의 가격이 결정 된다는 기막힌 사실 이었다. 이렇게 결정된 커피 가격으로 인해 생산할 때 마다 빚을 지게 되는 농가도 부지기 수라니, 그저 여유롭게 노닥 노닥 즐기던 커피 한 잔속에, 경제를 비롯해, 무역에 있어서의 불공정 혹은 공정성의 문제, 세계화, 이주, 여성, 환경, 원주민 인권 및 자결권, 등등 ... 이렇게나 많은 21세기의 정치, 사회, 경제적 이슈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마냥 놀라웠다. 어느 나라에서는 커피가 '작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오로지 빈곤 작물(poverty crop)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내가 마시는 커피의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 되지 않는 상황 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작물이 오로지 커피 하나이겠냐마는, 커피만큼 일차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의 거리가 먼 상품도 드물고, 그 과정에서 보태어 지는 부가 가치(Value Added)로 인한 거품이 큰 작물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밥 처럼 마셔대는 엄청난 커피 애호가들의 숫자와, 한 잔의 커피가 밥 한끼의 비용과 맞먹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 책 속에 그려져 있는 커피 농가의 현실은 너무나도 모순되는 상황이어서 소름끼칠 정도다.   

 

이 한 권의 책 덕분에, 이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세계지도가 눈 앞에 그림 처럼 펼쳐지며, 그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자바트레커를 비롯한, 농부들, 커피 로스터, 바리스타, 무역상, 중개인, 뉴욕 경매 시장 브로커 등등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예전에는 그저 커피의 겉 모습만 사랑하고, 그 화려한 문화만을 향유했다면, 이제는 커피의 참된 진실의 속내를 마주하고, 예전 보다 더욱 깊고 그윽한 향과 맛을 음미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도 뿌듯하고 놀랍고 즐거운 변화이다.

 

특히나 책을 읽어 나가면서 커피의 깊은 매력은 물론이요, 책의 저자 딘 사이컨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고작 165센티미터 남짓한 키의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가, 다른 커피 업자들이 발을 딛을 생각 조차 하지 않는, 세계의 벽지와 오지마을을 누비며, 그곳 커피 재배 원주민들과 한데어우러져 진정한 교류를 이루어 내며, 새롭게 빚어내는 커피 무역사의 진보는 놀랍다.

 

변호사의 직업에는 스스로도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딘 사이컨은, 어찌 보면 모험가요, 역마살의 상징적 인물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역동적으로 세계를 누빈다. 이 과정에서 자연 스럽게 커피의 기원과, 문화, 역사 등이 소개 되는 점도 흥미로웠고, 특히나 곳곳에 번뜩이는 저자의 위트와 재치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울다가 웃다가, 진지해 지다가, 놀라워하다가, 어느 순간 또 웃다가 .. 울다가 ..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 시종일관 인간 본연의 다양한 감성들을 자극한다. 저자는 서류를 뒤적이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말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변호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딘 사이컨은 자신이 창업한 유기농 커피 회사 딘스빈스는 물론이요, 적도를 기준 남북 30도를 어우르는,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 아시아의 광활한 지역의 세계 곳곳 커피 생산자들을 매우 훌륭하게 잘 변호하고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커피에 관한 책 ..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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