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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트레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딘 사이컨 지음, 최성애 옮김 / 황소걸음 / 2009년 2월
평점 :
커피 한 잔에 이 처럼 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와 눈물이 섞이어 있는지 미쳐 몰랐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약 십년 전 부터 커피가 주요 투기 상품으로 급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데 실제로 드는 생산자의 비용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전혀 엉뚱한 사람들에 의해서 커피의 가격이 결정 된다는 기막힌 사실 이었다. 이렇게 결정된 커피 가격으로 인해 생산할 때 마다 빚을 지게 되는 농가도 부지기 수라니, 그저 여유롭게 노닥 노닥 즐기던 커피 한 잔속에, 경제를 비롯해, 무역에 있어서의 불공정 혹은 공정성의 문제, 세계화, 이주, 여성, 환경, 원주민 인권 및 자결권, 등등 ... 이렇게나 많은 21세기의 정치, 사회, 경제적 이슈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마냥 놀라웠다. 어느 나라에서는 커피가 '작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오로지 빈곤 작물(poverty crop)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내가 마시는 커피의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 되지 않는 상황 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작물이 오로지 커피 하나이겠냐마는, 커피만큼 일차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의 거리가 먼 상품도 드물고, 그 과정에서 보태어 지는 부가 가치(Value Added)로 인한 거품이 큰 작물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밥 처럼 마셔대는 엄청난 커피 애호가들의 숫자와, 한 잔의 커피가 밥 한끼의 비용과 맞먹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 책 속에 그려져 있는 커피 농가의 현실은 너무나도 모순되는 상황이어서 소름끼칠 정도다.
이 한 권의 책 덕분에, 이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세계지도가 눈 앞에 그림 처럼 펼쳐지며, 그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자바트레커를 비롯한, 농부들, 커피 로스터, 바리스타, 무역상, 중개인, 뉴욕 경매 시장 브로커 등등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예전에는 그저 커피의 겉 모습만 사랑하고, 그 화려한 문화만을 향유했다면, 이제는 커피의 참된 진실의 속내를 마주하고, 예전 보다 더욱 깊고 그윽한 향과 맛을 음미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도 뿌듯하고 놀랍고 즐거운 변화이다.
특히나 책을 읽어 나가면서 커피의 깊은 매력은 물론이요, 책의 저자 딘 사이컨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고작 165센티미터 남짓한 키의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가, 다른 커피 업자들이 발을 딛을 생각 조차 하지 않는, 세계의 벽지와 오지마을을 누비며, 그곳 커피 재배 원주민들과 한데어우러져 진정한 교류를 이루어 내며, 새롭게 빚어내는 커피 무역사의 진보는 놀랍다.
변호사의 직업에는 스스로도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딘 사이컨은, 어찌 보면 모험가요, 역마살의 상징적 인물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역동적으로 세계를 누빈다. 이 과정에서 자연 스럽게 커피의 기원과, 문화, 역사 등이 소개 되는 점도 흥미로웠고, 특히나 곳곳에 번뜩이는 저자의 위트와 재치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울다가 웃다가, 진지해 지다가, 놀라워하다가, 어느 순간 또 웃다가 .. 울다가 ..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 시종일관 인간 본연의 다양한 감성들을 자극한다. 저자는 서류를 뒤적이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말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변호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딘 사이컨은 자신이 창업한 유기농 커피 회사 딘스빈스는 물론이요, 적도를 기준 남북 30도를 어우르는,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 아시아의 광활한 지역의 세계 곳곳 커피 생산자들을 매우 훌륭하게 잘 변호하고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커피에 관한 책 ..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