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그리 심각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딱 기분 좋을 만큼 활기차고 경쾌하게 잘 풀어내고 있는 책 이다. 나도 이렇게 나이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인물들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 그러니 너도 이렇게 살아라"는 식의 책을 나 역시 싫어하는데, 지은이 김혜경 씨도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라니,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부터 아이러니 하게도 절대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 되어 기뻤다. 세상에는 되도록 "보통사람" 이라는 말이 무안 하고 무색해 질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 지고, 또 그 다양성이 저마다 인정 받아야 더 멋진 세상이라고 믿기 때문에, 저자의 이 같은 발상에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어 반가웠다.    

이 책은 제목에 거창하게 내걸고 있는 "나이 듦"이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이나 묵직한 해법들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광고업에 종사하는 지은이의 소소한 일상과 그 주변 인물들의 톡톡 튀는 삶을, 덤덤하고 자연 스럽게 비춰 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골 머리 아프지 않고, 기분 좋게, 그렇지만 가슴 따뜻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특히나 놀라웠던 것은, 미성 극장의 사장님 딸로서 고생을 전혀 모르고 살았을 것만 같은 부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웃음 속에 숨겨진 아픔을 읽어내고 함께 슬퍼할 줄 아는 저자 김혜경의 따스한 인간미였다. 물론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 져서 나름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자라난 배경이나, 지금 누리고 있는 직업적 지위를 생각하면, 이 같은 저자의 측은지심은 가히 존경 스러울 정도로 눈에 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저자 김혜경이라는 사람은, 화려한 겉 모습 속에 감춰진 이면의 어둠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 더욱 더 마음이 끌린다. 화려한 꽃을 보고, 그 꽃의 아름다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꽃을 피워 내기 위해 거쳐 왔을 고난과 시련의 시간은 물론이요, 그 속의 땀과 노력도 함께 볼 줄 하는 저자의 혜안은, 그 자체로서 나이듦의 성숙함과 깊이의 맛을 잘 보여 주고 있는 듯 했다. 역시 좋은 사람이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책 속 글귀가 거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이든 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 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 처럼, 이 책 속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이 듦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소개 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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