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하나님,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와 성경 속 이야기들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에 품어봤을 FAQ(frequently asked question)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신앙심의 깊이의 문제를 떠나, 인간은 누구나 극한의 고통과 거대한 슬픔을 겪게 되면, "과연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지요?!"하는 원망과 탄성을 절로 입 밖에 내게 마련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 정답이나 해답은 물론이요, 끝내 오답 조차 찾지 못해 오래도록 방황하며 하나님과의 거리를 점차 넓히게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떤 사람들은 끝내는 하나님과 멀어진 간격 마져도 무시해 버리는 지경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도연이 출연한 [밀양]이라는 영화 속 대사 한 마디가 떠올랐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죄와 용서, 신앙과 인간의 구원을 소재로한 [밀양]이라는 영화 속 장면, 특히 주인공이 교회 예배당에 찾아가서 아들이 유괴 후 죽임을 당한 슬픔에 절규하고 오열하는 장면이, 이 책 속 주인공 맥의 상황과 절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묘하게도 주인공에게 이내 감정 이입이 되어 철저히 인간 본연의 마음과 입장이 되어 책에 더욱 크게 몰입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하나님과 무관하게 살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쉽게 풀릴 문제일지도 모르는 반면, 하나님과의 관계에 속해 있다고 믿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같은 극한의 고통은 더욱 견디기 힘들고 풀기 어려운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매우 곤란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려는, 큰 용기와 도전을 품은 책 이라 여겨진다.   

 

마태복음 27장 46절의 말씀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실존 여부에 의심을 품게 한다. 십자가에서 고통 받는 예수께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째서 나를 버리셨습니까?"하고 외치시는 구절에서 하나님은 과연 예수님을 떠나서 어디에 계셨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신비스러운 장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예수가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예수는 오히려 온전히 자신을 하나님 손에 맡긴 채, 자신은 물론이요 인간 구원의 길을 찾으셨고, 하나님 또한 이 순간에도 변함 없이 함께 하셨다는 설명을 이 책을 빌어 속 시원히 들을 수 있었다. 

 

위와 같이 심도 있는 질문은 물론이요, 이 책에는 영화나 영상 매체 속에 "왜 하나님은 늘상 백인의 모습이며, 그것도 남자의 모습인가?"하는 장난끼 어린 의구심에도 현명히 답하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성스럽고 전적인 타자(他者)인 하나님을 나름대로 이해해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들을 모아서 최대한도 까지 투영하고, "자신들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선함을 인수분해 한 노력"이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 노력의 결과물은 정작 하나님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 덧 붙여 진다. 하나님은 실제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는 것 이다. 때때로 하나님께서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편하고 친근한 모습이 되어 보이시고자 하신다면, 그건 인간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이 책 속에서 주인공 맥이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의 기억 때문에 고통 받고 괴로워 하는 것을 누구 보다 잘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종교적인 고정관념과 습관화를 깨부수고, 상대적으로 주인공 맥에게 거부감 없이 친근한 어머니 즉, 여성의 모습으로, 그것도 몸집이 큰 흑인의 모습으로 자신을 보이고 계신다. 예수님(예슈아, 조수아)의 모습 역시 중동의 30대 남자의 모습이며, 성령(사라유, 바람) 역시 아시아계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같은 설정은 종교적 고정관념을 가진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설정 이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설정은 바로 "현대인들과는 개인적인 대화를 중단하고, 대신 제대로 해석된 성경 말씀을 통해 자신(하나님)을 드러내시고 따르기를 원하신다"는 신학교적 가르침과 달리, 하나님께서 구체적인 사람의 형상으로 인간과 대화를 나누신다는 설정이었다. 하나님과의 이 같은 교제는 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고 소망하는 바여서, 책이 픽션이 아니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었다. 

 

폭풍우와도 같은 처절한 상실감으로 툭하면 "만약에"라는 후회의 게임에 빠져 들어 순식간에 나락에 빠져들던 주인공 맥이 다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영화 처럼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 도 어찌 보면 작가 윌리엄 폴 영과 우리 인간 모두에 대한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의 흔적이 아닐까?  

 

"사랑은 언제나 대단한 흔적을 남기죠(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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