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김은진 지음 / 도솔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5퍼센트 남짓이라는 머리말의 첫 문장은 충격이었다. 아무리 중국산 농산물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토불이의 외침은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쌀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고작 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 이다. 우리가 먹는 95퍼센트에 가까운 음식들이 그 원산지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고, 배로 트럭으로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외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 중에 또 상당수는 정체 불명의 GMO 라는 설상가상격의 사실도 정신을 번쩍들게 한다. ’도대체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가!’ 라는 탄성과 절규가 절로 나오게 하는 책 이다.      

GMO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익숙해 지기 시작한 것이 1998년 즈음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GMO라는 단어에 최근에야 익숙해졌고,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 의미와 기원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유전자 변형의 의미인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내지는 조작을 나타내는 Manipulated 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데, Modified와 Manipulated는 시작 되는 문자만 같을 뿐이지 그 의미는 천지 차이다. 후자는 주가 조작등의 부정적 상황에서 주로 쓰이는데, GMO의 주 생산국인 미국은 다른 용어 사용을 주장하면서 GMO의 부정적 의미를 희석하여 자국의 이익을 얻으려 하였고, 이로 인해 LMO(Living Modifed Organism)라는 단어가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에 채택되어 표기 되게 되었다고 한다. 마트에서 질 좋은 유기농 채소와 과일들을 골라먹고, 국산 육류와 식품을 구입한다면, GMO는 나와 전혀 무관한 문제일 꺼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생각하면, 더 이상 개인으로서도 외면하고 방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시절 까지, 과학이나 지리 등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통해 들었던 미국 농업의 규모와 수준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왠지 모르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미국 농업 시스템이 마치 우리가 쫓아야할 하나의 거대한 이상과 환상처럼 느껴졌었다. 소규모 농가 중심의 농업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대규모 상업농이 주류를 이룬다. 집 한채에 조그마한 경작지를 끼고, 여러채의 농가들이 옹기 종기 모여 농촌을 이루는 우리 나라와 달리, 미국은 끝없이 펼쳐진 농지에 1시간을 차로 운전해야 거의 한 두채의 농가가 보일 뿐이라고 한다. 이런 농지가 미국에는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농지는 있으되 농촌이나 농가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 넓은 농지를 미국 인구의 0.5%에 불과한 사람들이 경작한다니, 당연히 일손도 딸리고, 기계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경작이 쉽고, 빨리 잘 자라나고, 우수한 수확량을 보장하는 GMO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환경일 것 이다. 우장춘 박사의 씨없는 수박에 마냥 감탄하고 과학의 놀라운 힘에 무작정 무지몽매한 찬사만 보냈던 탓일까? 우르과이 라운드에 힘없이 우리 농촌의 경제를 내어준 정부의 탓일까? 지금 우리 나라의 식량 유통과 자급의 현실을 보면 무식이 죄라는 말도 전혀 그른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뜻 깊고 의미 있어 보인다.   

"돈가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GMO를 섭취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들이 특히나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GMO의 가장 중요한 용도가 되는 부분이 사료와 식용류라는 것, 그리고 GMO를 통해 가축의 성장 호르몬도 만들어 낸다는 것 등등 이 책은 놀라운 무지에 대한 깨달음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유전자 조작 밥상을 우리 식생활에서 거두어 내고, 안전한 먹거리로 새롭게 밥상을 차려낼 수 있을까? 이 책 속에는 마지막 부분에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해답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처럼, 얼핏 보면 골리앗의 승리가 자명해 보이는 무기력한 하나의 저항서 내지는 성명서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의식을 갖고 하나 하나 실천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우리 세대는 아니더라도 우리 후손들의 세대에 있어서는 언젠가 분명히 다윗이 승리 거두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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