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
마이크 멀레인 지음, 김은영 옮김 / 풀빛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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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챌린저호 폭발

1986년 아직 어린 아이였던 나에게도 엄청난 공포와 충격으로 다가 왔던 챌린저호의 폭발 사건은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구체적인 영상의 기억들 이라기 보단, 가슴에서 얼룩져 쌓여있던 안타까움의 슬픈 기억에 더 가깝다. 어린 가슴에도 한 동안 이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었다.

이륙한지 73초 만에 챌린저 호에 탑승했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저 세상의 사람들이 되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참사였다. 또한 그 중엔 교사 출신 민간인 우주비행사 크리스타 메컬리프가 언론의 집중을 받고 있었기에, 그녀의 훈련 과정을 촬영한 영상, 발사를 기다리던 학생들의 모습까지 생방송 되던 중 이었? 또한 미모의 여성 우주비행사로 이 책의 저자 마이크 멀레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류 부티크의 마네킹 같은 몸"을 가진 주디(주디스 알렌 레스닉) 역시 서른 여섯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이 책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에게, 우주 저 너머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을 것만 같았던 어린시절의 기억 한 부분을 고스란히 다시 이 푸른 행성으로, 그리고 내 가슴 속으로 불러왔다. 세계적인 천재들로만 구성되어 감히 평범한 내 두뇌로는 영원히 접근 불가할 것 같았던 최고 엘리트 집단 NASA,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 그리고 우리나라는 백만년이 걸려도 해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우주 비행을 멋지게 펼쳐나가는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한국과 미국의 능력을 보다 넓은 시야에서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추천/소개의 글에 100% 동감하다

대부분의 책들이 유명인사들의 간략한 추천/소개의 글들을 서문이나 책 뒷 표지에 담고 있다. 하지만 책의 실제 내용과 동떨어진 것들이 너무 많아 과연 책을 제대로 읽고 쓴 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의 뒷 표지에 적혀 있는 아래의 추천/소개의 글들엔 100% 이상 공감 하고 말았다. 아래의 글 들에 딴지 걸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 이다. 철저히 항복하고 말았다.

“NASA가 우주를 제대로 묘사하고 싶었다면, 시인을 뽑아서 우주에 보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이크 멀레인 이야말로 우주에 가보지 못한 우리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책을 쓴 시인 우주비행사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저 우주의 경이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심지어 맛까지 볼 수 있다.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은 우주왕복선 시대의 승리와 비극의 순간들을 눈부시게 포착한, 뛰어난 작가의 눈을 통해 우주 시대의 절정에서 미국의 영광과 실수를 되짚어 본 책이다. 이 책이 여러분을 저 높은 우주로 안내할 것이다.” -호머 히컴, 영화 <옥토버 스카이>의 원작

“때로는 설득력 있고, 때로는 으스스하고, 때로는 저속하지만, 때로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기기도 한다. 마이크 멀레인은 우주비행사의 갈망과 성취감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한편, 그들이 속해 있는 조직의 관료적인 문제점 도한 가감 없이 드러냈다.” – 월터 보인 <와일드 블루>의 저자,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장

“NASA의 그럴 듯한 허울 이면을 엿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비로 이 책이 그 답니다! 이 책에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배행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마이크 멀레인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잔인할 정보로 솔직하다. 이런 책은 과거에도 볼 수 없었지만, 아마 앞으로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 월터 커닝핸 <올 아메리칸 보이스>의 저자 · 아폴로 7호 우주 비행사

솔직하고 위트있는 마이크 멀레인에 반하다

한마디로 이 책은 너무 재밌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오락적인 재미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 인간의 육체적인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인 성장 그리고 여기에 정신적 성장까지 모두 함께 엿볼 수 있는 책 이다. 저자 마이크 멀레인은 많은 사람들이 꿈속에서만 남몰래 선망하고 현실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NASA(이 책에선 "절대즉답회피" 즉, Never A Straight Answer의 약자라는 NASA 우주인들만의 재밌는 별칭도 소개된다)의 우주비행사다. 평생 3번의 우주왕복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고도 80.45 킬로미터 이상 비행을 해야만 수여되는 골드핀을 거머쥔, 우주비행의 황금시대를 몸소 체험한 "정식 우주비행사"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성장 환경에 기인한 장애가 있었다. 자칭 "발달장애 행성 출신의 비행사"라는 표현 처럼, 전문직 여성과 협력이나 교류를 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시대적/가정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 이었다. 이 환경적 장애로 인해 마이크 멀레인은 동료 여자 우주인들에 대해 우주비해운련 시작 부터 그릇된 선입관을 가지고 대하게 된다. 또한 자신과 출신 배경이 다른 박사후 연구원 출신의 우주인들에 대해서도 겪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얕잡아 보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로서 자신의 임무를 멋지게 수행 하는 주디나 다른 여자 우주 비행사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들을 통해 마이크 멀레인은 차츰 "차별의 의미와 결과"를 똑똑히 배우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와 같은 "발달장애 행성 출신"으로 비롯된 과거의 과오와 결함을 솔직히 고백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이 결함을 위트로 까지 승화 시킨다. 마이크 멀레인의 이와 같은 정신적 성장을 통해 나는 열린마음으로 세상을 배워나가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위트와 솔직함에 반해버렸다.

"내가 죽으면 아마 두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 월, 수, 금요일에는 유황불이 이글거리는 성경 지옥에 갈 것이다. 악마들이 불에 달군 삼지창으로 나를 고문하겠지. 나머지 요일엔는 페미니스트 지옥에 떨어져, 내 몸에서 가장 값나가는 부분이 불에 달군 바이스에 끼워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한 짓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성경의 지옥과 페미니스트의 지옥 외에, 나는 박사후 연구원의 지옥에서도 불타게 될 것이다."

또한 선구자로서 "장벽을 깨뜨리는 것에 수반되는 온갖 위험"들을 무릅쓰고, "우주로 간 역사상 두 번째 미국 여성"으로서 당당함을 보여 주었던 주디에게도 매료되었다. 이 책의 309쪽에도 나와 있듯이 우주 왕복선에 탑승한 대원들은 한자리에 모여 궤도상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자동 타이머를 맞춰두고 골프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찍은 아래의 사진은 주디의 구릿빛 다리가 사진의 정중앙에서 시선을 사로잡아 치어리더의 피라미드를 연상 시키고 여성들의 지위를 격하시켰다는 이유로 당시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비난과 항의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 우주비행사를 당연하게 받아 들일수 있는 지금의 환경에 감사하고, 이와 같은 인식의 자연스러운 발전을 이끌러준 주디와 같은 선구자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 대해서도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하게 하는 책 이었다.



골드핀을 달게되다
"좌뇌의 지배라는 저주"를 받은 우주 비행사들은 눈으로 본 것을 말로 표현 하는 데는 비참할 정도로 무능력하다고 마이크 멀레인은 말 하지만, 이것은 지나친 겸손이다. 그는 우주 비행사의 세계를 놀랍도록 탁월히 묘사 하고 있다. 여기에 군데 군데 톡톡 발휘되는 재치와 유머까지 ! 감탄이 절로 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우주비행사의 길은 나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다른 세계, 상상 조차 어려운 세계였다. 하지만 이책을 읽고나니, 마치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겪고 성공적으로 우주 비행을 마치고, 가슴에 골드핀 달고 있는 정식 우주비행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주비행사의 세계가 나와 가까운 세계 .. 그리고 어쩌면 미래 우주여행을 통해 내가 직접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로 변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실버핀을 달고 성공적으로 우주비행을 마치고 돌아와 마침내 가슴에 골드핀을 달게 되는 멋진 경험이었다.

지구에서는 단 5분이면 끝났을 일(용변보는 일)이 우주에서는 30분 가까이 걸린다는 사실도, 이럴 때 마다 우주 비행사들이 중력을 사무치게 그리워 한다는 사실도, STS-41D 승무원들을 실은 디스커버리호가 초속 8KM로 이동했다는 것도, 무중력 상태에 척추뼈가 서로 떨어지면서 2~5 센티미터 가량 키가 커진다는 것도, 우주비행사들이 "등반사고로 죽어서 꽁꽁 언 다른 등반자의 시신을 밟고 산 정상을 향해 묵묵히 올라가는 에베레스트 등반가"와 같은 심정으로 죽음 보다 훨씬 더 큰 공포, 즉 정상에 못 오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 이라는 것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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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서평단 알림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내 몸 내가 고치는 시리즈
조엘 펄먼 지음, 김재일 옮김 / 북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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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픈 책>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매일 매일 적어도 하루 세 끼의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이 음식들이 우리의 신체를 형성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하지만, 매일 먹는 음식임에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들을 체내에 흡수시키면서도, 그 음식들의 영양 정보나 그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이것이 내 인체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선 무지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지하다 못해 차라리 너무 무식했었다는 생각이들 정도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매일 접하는 음식들의 옥석을 가린다. 어느 음식이 진정한 영양가를 담고 있으며, 어느 음식이 병을 유발하는지를 논리정연하게 설명 하고 있다. 또한 체중 조절을 위해 우리가 흔히 음식의 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몸무게는 "얼마나"가 아닌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는 깨우침을 주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질병까지 치료 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를 건강한 식생활로 안내하는데 있다. 

책을 읽고 가장 쇼킹했던 것은 위험천만한 나의 밥상 이었다. 이중 너무나 맛깔 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던 몇몇 음식들은 이젠 더 이상 진정한 음식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가령 과일 주스의 경우 농축 과정에서 이미 건강에 좋은 영양 성분들은 거의 제거 되고 남은 것은 설탕 성분뿐이라거나, 정크 푸드가 건강에 해롭다는 상식을 헐씬 뛰어 넘어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내용들을 찬찬히 읽다보면, 정말이지 정크 푸드나 가공 식품에 정이 뚝 떨어지게 된다.

<건강은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말 처럼 건강은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 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의 218쪽에 나와 있는 "평생 플랜 식품 피라미드"를 말 그대로 평생 토록 실천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우러났다.

쇠고기/감미료/치즈/우유/포화지방은 매우 적게, 가금류/달걀/기름은 1주일에 한 번 혹은 그 이하로, 생선/탈지 분유는 1주일에 2번 혹은 그 이하로, 정백하지 않은 곡물/생견과류/씨앗은 칼로리의 5~20%, 과일은 20~50%, 콩 종류는 10~30%, 채소는 30~70%로 섭취하라는 것이 바로 이 피라미드인데, 여기에 바로 이 책의 핵심 논지가 있다. 과거 미국 농림부가 제시했던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 피라미드와는 대조적이다.  

<이 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진정으로 건강을 염려하고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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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연구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지음, 전기순 옮김 / 풀빛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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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적인 동시에 조심스러운 책>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 되어 있다. 1부는 사랑의 본질에 관하여, 2부는 남자의 심리와 본능, 3부는 무엇이 남자의 사랑을 완성시키는가? 의 제목으로 씌어져 있다.

 

솔직히 1부를 읽으면서 작가가 참으로 독재적으로 군림하며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당혹감이 들었다. 이 책은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알고 싶을 만한 이야기를 쓰기 보단,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부를 읽으면서는 솔직히 이 책을 계속 읽을 가치가 있을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논리적인 비약도 다소 있는 듯 하고, 평소 내가 생각 하던 것과 다른 관점도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가령 '사랑과 증오가 슬픔이나 기쁨 같은 일시적인 감정 보다 더 깊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나, 스탕달의 <연애론>이 '대부분의 여자들이 자신의 서럽에 늘 보관하고 싶어하는 책'이라는 부분이나, '사랑은 갑작스럽게 시작 될 수는 있어도 일단 시작되면 천천히 흘러간다'는 주장, 그리고 '적어도 위대한 예술가일수록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니라는'생각들이 그것이다. 또한 좀 더 긴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 혹은 내 개인적으로 더 자세히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어느 부분에서 작가는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거나 겸손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중간과 끝은 창대한 책>

이 책을 정의 한다면, "시작은 미약하나 중간과 끝은 창대 하였다"고 말 하고 싶다. 1부의 뒷 부분 부터 2부가 이 책의 정수 임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1부만 읽고 책을 덮어 버렸다면, 이 책의 참된 부분을 만나지 못 하였을 것 이다. 책의 구성을 다소 변경 시키거나, 일부분을 수정 삭제 하면 정말 완벽하고 멋진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이 책을 처음 읽는 다면, 2부 부터 시작하여 3부, 그리고 다시 1부로 순서를 조금 바꾸어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만약 순서를 바꾸는게 싫다면 이 책의 첫 파트를 잘 참고 끝까지 읽어봤으면 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유명한 트로트의 가사 이다. 이 흔한 가사에 바로 이 책의 작가가 주장하는 "사랑"의 의미가 있다.

작가는 사랑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에서 제한적이고 특별한 개념으로 정의 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많은 것들이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가지치기 당하고 사랑이외의 것으로 재 분류되어 진다. 즉, 작가가 주장하는 사랑은 사회와 인종, 민족, 시대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낄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며, 사랑은 시를 쓸수 있는 재능, 순교의 정신, 음악을 만드는 특별한 영감, 무한한 용기 등과 같이 매우 드문 현상이며 특별히 선택 받은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감정이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신성한 사건은 사랑을 하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요구되는 준엄한 조건들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적고 사랑받는 사람도 극히 적다. 사랑은 자신만의 규율과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는 순수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즉,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사랑은 바로 "빠짐이 있는 상태"의 것 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육감적인 뜨거움이나, 과정된 표현, 기술적인 포장술, 애무, 열정 등과는 다르다고 한다.

 


"빠짐의 사랑은 에로시티즘에 관계된 모든 현상의 전형이며 결정체이다. 그것은 두 가지 성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나는 총체적인 환상을 주는 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에 의해서 내가 그 사람의 깊은곳 까지 흡수되는 것이다. 그성은 마치 나의 고유한 삶의 근원에서 뿌리 뽑혀져 다른 존재의 근원으로 이식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완벽하게 자신을 맡기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의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을 방해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타성적인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은 자기 의지의 경계를 넘어서 그 사람에세 모든 것을 맡기는 것 이다. 여기에는 모순니 없다. 왜냐하면 본질적인 내맡김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의 의지의 영역을 넘어서 자신 안에 숨어있는 철저한 힘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맡김은 자신이 원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함이 없이 이루어 진다. ... 다시 말해 사랑에 있어 마술검림과 내맡김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된다."

 

작가는 진정한 사랑은 바로 "누군가가 나의 삶을 통째로 거둬들이는 흡인력"을 가지며, 이로 인해 나를 원래의 나로 부터 떨어뜨려 그 대상에게 향하게 하며,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으로 산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성적인 관계를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육체는 욕망을 자극하고, 욕망할 때에 우리는 스스로 대상에게 가지 않고 그 대상을 우리에게로 끌고 온다. 하지만 사랑에 빠질 때나 마술에 걸릴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내맡기게 된다. 욕망에서는 내가 대상을 흡수하며, 마술 걸림에서는 대상이 나를 흡수한다. 때문에 욕망은 내맡김이 아니라 대상의 포착이라 한다.

 

즉, 진정한 사랑이란, 욕망에서 비롯 될 수 없으며, 대상을 나의 편의대로 끌어 오거나 지배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내 스스로가 대상의 삶에 흡수되고자 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즉, 사랑이란 본능에 가깝다기 보단 보다 정신적인 측면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의 3요소>

이와 같이 사랑이 특별한 사람들 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이와 같은 특별한 사랑을 특징짓는 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 한다. 첫 번째는 감지(perception), 두 번째는 감동(emotion), 세 번째는 일체감(constitution)이 그것이다.

 

<진정한 인간성, 진정한 사랑을 구분하는 법>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정한 인간성이나 진정한 사랑을 알고 싶다면, 말이나 행동은 썩 좋은 자료가 되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말 이나 행동은 우리가 손바닥에 놓고 마음대로 주물럭 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이나 행동보다는 표정과 인상이 판단의 근거로 더 믿을 만 하다는 것 이다. 언뜻 보면 표정과 인상이 말이나 행동 보다 덜 중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와 반대라고 말 한다. 꾸밈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표정과 인상은 사실 그 사람의 내부를 거짓 없이 보여 주는 거울이라 한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규정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상황 중에,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우는 사랑을 겼을 때다.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할 대 남자는 자신의 본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인간성의 유형이 이때만큼 잘 드러나는 때가 없다."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재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조직적으로 구성된 하나의 시스템이다. 다른 이의 선호 시스템과 동조하거나 충돌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선호 시스템을 형성해 나간다.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찬성과 반대 혹은 동조와 혐오라는 무수한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선호에 따라 대상을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선호하는 가치와 관계된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대상에 대해서는 쉽게 외면해버린다. 이렇듯 좋아함과 싫어함을 보여주는 마음은 우리의 개성을 지탱해 주는 주춧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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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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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
이 책은 2005년 기사화 되었던 산악인 박정헌, 최강식씨의 6,440 m 높이의 히말라야 산맥 촐라체 봉의 등반에서 겪은 조난과 생환의 경험을 모티브로 쓰여져 있다. 남미 안데스 산맥 시울라 그란데 서쪽 벽에서 다리가 부러져 추락한 친구가 매달려 있는 로프를 끝내 잘라내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한 실화 소설은 세계 산악인들 사이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통한다고 한다. 때로 어떤 산악인은 자신 때문에 위험해진 동료를 위해 스스로 자일을 끊어 자신의 목숨을 거두기도 한다. "산에서 철저하게 제 명줄만 책임지는 것, 그래서 내가 위험하면 친구가 매달려 있어도 그 줄을 끊는 것", 이것이 바로 산악인 사이의 모럴이라 한다. 어찌보면 비정하고 냉혹하며, 마치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 처럼 그 경계가 모호하고 아득해진, 현실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의 산악인의 세계에서, 우리나라 등반가 박정헌 씨는 후배의 목숨을 끝내 포기 하지 않고 지켜내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 바 있다. 갈비뼈 마져도 골절되어 내 한 몸 가누기 어려운, 그래서 자신의 목숨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사지(死地)에서도 후배의 목숨줄을 끝까지 부여 잡고 함께 지켜낸 실화가 모티브가 된 이 소설은 감동 그 자체이다. 
 
<산악인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다>
예전에 개그맨 신동엽이 등산에 대해 한 말이 생각 난다. 도대체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그리 힘겹게 열심히 올라가는지 모르겠다고 .. 이 책을 만나기 전엔 나 역시 산악인들의 세계가 마치 내가 평생을 다해도 영원히 이해 불가한 4차원의 별 세계라고만 생각했고, 어릴적 허영호 라는 유명 산악인을 통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동경과 관심의 문 마져도 꼭꼭 잠가 둔지 이미 오래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동경하는 산악인들의 현실 세계의 삶을 통해 그들의 가슴에 담긴 동경과 함께 그들을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닿게한 현실 세계의 삶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죽음의 지대'를 뚫고 나가려면 어떤 '모럴'이 필요하다고 썼다. '무덤과 정상 사이'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뚫고 나갈 때 '오히려 지각이 맑아지고 민감해 지며' 마침내는 '전혀 새로운 생의 비전을 연다'는 것이다."

 
이 책의 어느 한 부분에서 "정직함이 클라이밍의 자유"라고 했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가둬둔 현실 세계를 벗어나 목숨을 담보로한 위험천만한 모험에 자신을 내던지는 자유 !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정직함의 자유 ! 이게 바로 오늘도 수 많은 등반가들이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을 직업삼아 반복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물직적인 것만을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과 달리 목숨을 지키고 연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만을 지닌 채, 맨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살아 가는 삶을 택한 이유가 아닐까?

 
<바로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삶>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삶을 한 순간이라도 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많은 산악인들이 긴 세월을 평범한 경험으로 채우며 살아가기 보단, 비록 짧더라도 비범한 것들로 채우며 살길 원하는 것은 아닐까? 
 
"화사하게 빛나지만 그 만큼 죽음의 틈새가 가득한" 산악인의 모험과 비전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과거나의 산악인에 대한 막연함이 보다 구체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비록 현실에서 도피되고 괴리된 삶이지만, 산악인의 삶이 오히려 더 지극히 현실적인 것, 바로 지금의 순간을 살아가는 참된 삶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암벽 등반에는 지난 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한 발 한 발 목숨을 통째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무엇에 의지 하지 않고, 오로지 벽과 나 사이에서 생존해야 되는 실존적인 경험이 '긴 세월을 평범하게 살며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준다'는 말이다"

 
<독특한 구성과 흥미 진진한 스토리,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
근래 읽었던 책 중에 이 책 만큼 드라마틱한 소설은 없었던 듯 하다. 어려운 등반용어들도 배울 수 있었고, 또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예를 들면 crux)의 이름이나 단어들이 등반용어 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엔 인생의 크고 작은 진리들, 그리고 생각해 볼 점들이 많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혹시 모를 오해과 불신에 대해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 서두의 [작가의 말]의 아래 글 처럼 언제 조용히 촐라체 만을 위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내서, 작가의 당부 처럼 이 책을 가로로 꿰고 있는 날줄에 주목해서 찬찬히 다시 음미 해 보고 싶다.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멋진 책 이다.  
 

"소설 촐라체의 서사 구조는 간명하다. 아버지가 다른 형제가 전인미답이다 '죽음의 지대'인 촐라체 북벽에서 6박 7일 동안 겪는 지옥같은 조난고 놀라운 생환 과정에 대한 꼼꼼한 기록이 서사의 기본 얼개이다. 하지만 작가인 내게 그것은 서사의 씨줄에 불과 하다. 문명에 의해 상실되어가고 있는 야성과 인간 한계의 벽을 넘어 서려는 실존적인 기호들이 서사의 씨줄을 가로로 꿰고 있다. 이것은 '산악 소설'이 아니다. 그들이 빙하로 뒤덮인 전인미답의 그곳에서 보고 겪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로서 부탁 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의 씨줄을 쫓아가면서 그것을 가로로 꿰고 있는 소설릐 날줄을 주목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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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마리아
스가야 아쯔오 지음, 유석인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혹시나 내가 남의 안된 처지를 보고, 상대적 만족감에서 오는 자만심으로 위안을 삼는 바보스런 마음을 품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레나 마리아는 약점이나 결손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성격의 장점 그 자체 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위안을 준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였을 때 오는 상대적인 열세나 약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기 보다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녀만의 절대적 우위와 강점으로 더욱 빛이 나는 사람이다. “바라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는” 그녀의 밝은 성격과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 요즘은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획일화 되어 있어서, 우리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아간다.

“다른 조건을 가진 아이가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 좋다”

이런 점에서 레나 마리아는 우리에게 다양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바로 '모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스웨덴의 복지 제도였다. 스웨덴은 신체 장애우에게 반드시 간호도우미를 붙여주는 등의 경제적, 물질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 들이도록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정신적인 지원까지 완벽하게 해 주는 멋진 나라인 듯 하다. 실상 장애우들이 겪는 고통은 경제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까지 세심히 배려하는 스웨덴의 복지 정책이 하루 빨리 우리 나라에도 전파되어 사람들의 마음의 폭이 넓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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