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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연구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지음, 전기순 옮김 / 풀빛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독재적인 동시에 조심스러운 책>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 되어 있다. 1부는 사랑의 본질에 관하여, 2부는 남자의 심리와 본능, 3부는 무엇이 남자의 사랑을 완성시키는가? 의 제목으로 씌어져 있다.
솔직히 1부를 읽으면서 작가가 참으로 독재적으로 군림하며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당혹감이 들었다. 이 책은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알고 싶을 만한 이야기를 쓰기 보단,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부를 읽으면서는 솔직히 이 책을 계속 읽을 가치가 있을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논리적인 비약도 다소 있는 듯 하고, 평소 내가 생각 하던 것과 다른 관점도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가령 '사랑과 증오가 슬픔이나 기쁨 같은 일시적인 감정 보다 더 깊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나, 스탕달의 <연애론>이 '대부분의 여자들이 자신의 서럽에 늘 보관하고 싶어하는 책'이라는 부분이나, '사랑은 갑작스럽게 시작 될 수는 있어도 일단 시작되면 천천히 흘러간다'는 주장, 그리고 '적어도 위대한 예술가일수록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니라는'생각들이 그것이다. 또한 좀 더 긴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 혹은 내 개인적으로 더 자세히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어느 부분에서 작가는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거나 겸손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중간과 끝은 창대한 책>
이 책을 정의 한다면, "시작은 미약하나 중간과 끝은 창대 하였다"고 말 하고 싶다. 1부의 뒷 부분 부터 2부가 이 책의 정수 임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1부만 읽고 책을 덮어 버렸다면, 이 책의 참된 부분을 만나지 못 하였을 것 이다. 책의 구성을 다소 변경 시키거나, 일부분을 수정 삭제 하면 정말 완벽하고 멋진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이 책을 처음 읽는 다면, 2부 부터 시작하여 3부, 그리고 다시 1부로 순서를 조금 바꾸어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만약 순서를 바꾸는게 싫다면 이 책의 첫 파트를 잘 참고 끝까지 읽어봤으면 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유명한 트로트의 가사 이다. 이 흔한 가사에 바로 이 책의 작가가 주장하는 "사랑"의 의미가 있다.
작가는 사랑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에서 제한적이고 특별한 개념으로 정의 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많은 것들이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가지치기 당하고 사랑이외의 것으로 재 분류되어 진다. 즉, 작가가 주장하는 사랑은 사회와 인종, 민족, 시대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낄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며, 사랑은 시를 쓸수 있는 재능, 순교의 정신, 음악을 만드는 특별한 영감, 무한한 용기 등과 같이 매우 드문 현상이며 특별히 선택 받은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감정이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신성한 사건은 사랑을 하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요구되는 준엄한 조건들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적고 사랑받는 사람도 극히 적다. 사랑은 자신만의 규율과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는 순수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즉,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사랑은 바로 "빠짐이 있는 상태"의 것 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육감적인 뜨거움이나, 과정된 표현, 기술적인 포장술, 애무, 열정 등과는 다르다고 한다.
"빠짐의 사랑은 에로시티즘에 관계된 모든 현상의 전형이며 결정체이다. 그것은 두 가지 성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나는 총체적인 환상을 주는 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에 의해서 내가 그 사람의 깊은곳 까지 흡수되는 것이다. 그성은 마치 나의 고유한 삶의 근원에서 뿌리 뽑혀져 다른 존재의 근원으로 이식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완벽하게 자신을 맡기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의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을 방해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타성적인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은 자기 의지의 경계를 넘어서 그 사람에세 모든 것을 맡기는 것 이다. 여기에는 모순니 없다. 왜냐하면 본질적인 내맡김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의 의지의 영역을 넘어서 자신 안에 숨어있는 철저한 힘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맡김은 자신이 원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함이 없이 이루어 진다. ... 다시 말해 사랑에 있어 마술검림과 내맡김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된다."
작가는 진정한 사랑은 바로 "누군가가 나의 삶을 통째로 거둬들이는 흡인력"을 가지며, 이로 인해 나를 원래의 나로 부터 떨어뜨려 그 대상에게 향하게 하며,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으로 산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성적인 관계를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육체는 욕망을 자극하고, 욕망할 때에 우리는 스스로 대상에게 가지 않고 그 대상을 우리에게로 끌고 온다. 하지만 사랑에 빠질 때나 마술에 걸릴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내맡기게 된다. 욕망에서는 내가 대상을 흡수하며, 마술 걸림에서는 대상이 나를 흡수한다. 때문에 욕망은 내맡김이 아니라 대상의 포착이라 한다.
즉, 진정한 사랑이란, 욕망에서 비롯 될 수 없으며, 대상을 나의 편의대로 끌어 오거나 지배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내 스스로가 대상의 삶에 흡수되고자 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즉, 사랑이란 본능에 가깝다기 보단 보다 정신적인 측면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의 3요소>
이와 같이 사랑이 특별한 사람들 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이와 같은 특별한 사랑을 특징짓는 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 한다. 첫 번째는 감지(perception), 두 번째는 감동(emotion), 세 번째는 일체감(constitution)이 그것이다.
<진정한 인간성, 진정한 사랑을 구분하는 법>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정한 인간성이나 진정한 사랑을 알고 싶다면, 말이나 행동은 썩 좋은 자료가 되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말 이나 행동은 우리가 손바닥에 놓고 마음대로 주물럭 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이나 행동보다는 표정과 인상이 판단의 근거로 더 믿을 만 하다는 것 이다. 언뜻 보면 표정과 인상이 말이나 행동 보다 덜 중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와 반대라고 말 한다. 꾸밈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표정과 인상은 사실 그 사람의 내부를 거짓 없이 보여 주는 거울이라 한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규정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상황 중에,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우는 사랑을 겼을 때다.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할 대 남자는 자신의 본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인간성의 유형이 이때만큼 잘 드러나는 때가 없다."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재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조직적으로 구성된 하나의 시스템이다. 다른 이의 선호 시스템과 동조하거나 충돌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선호 시스템을 형성해 나간다.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찬성과 반대 혹은 동조와 혐오라는 무수한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선호에 따라 대상을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선호하는 가치와 관계된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대상에 대해서는 쉽게 외면해버린다. 이렇듯 좋아함과 싫어함을 보여주는 마음은 우리의 개성을 지탱해 주는 주춧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