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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마음을 훈훈히 덥혀주는 책 이다. 내가 어쩔수 없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가슴이 답답하고 화도 나고 안타까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군데 군데 위트와 함께 인간과 동물의 따뜻한 배려 끊이질 않아 결국엔 가슴 뜨거워 지는 책 이다.
조이라는 이름의 어린 말은 열 세살 나이의 어린 소년 앨버트 내러콧에게 그저 여느 말 처럼 다리 네 개, 머리 하나, 꼬리 하나가 달린 보통의 동물이 아니었다. 적갈색의 몸통에 검정색 갈기와 꼬리를 가진 그리고 이마에는 십자가 모양의 흰 점이 있고, 하얀 발목은 네 개의 길이가 모두 똑같은, 160센티 미터의 키를 가진 조이는 앨버트에게 있어 "머리 끝 부터 발끝 까지 완벽한 말"이었다. 어린 앨버트의 순수한 마음은 한 눈에 조이의 특별한 점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조이는 처음 부터 특별한 재능이 없는 그저 평범한 말이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자신을 믿어 주고 사랑해 주는 좋은 친구 앨버트가 전부였을지 모른다.
또한 아기 말 조이에게 있어서도 어린 소년 앨버트는 이 세상의 가장 특별한 존재였다. 이 책은 독특하게 사람이 아닌 인간의 절친한 동물 중 하나인 말, 조이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책속 조이의 표현 처럼, 대게 말들은 상냥하게 이야기하고 몸집이 작아 위협을 주지 않는 어린아이들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법인데다, 태어난지 채 여섯 달도 되지 않아 경매장에서 엄마 말과 떨어져 낯선 곳에 혼자 덩그러니 팔려온 어린 말 조이에겐 자신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앨버트의 존재는 과히 절대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말의 평균 수명이 25~35년 이라고 하니 사람 나이로 쳐도 아직 영아의 나이에 불과한 생후 여섯달 즈음, 아기 말 조이는 뜻하지 않게 엄마 말의 품을 떠나 열 세살 어린 소년 엘버트를 만나게 된다. 어찌 보면 이 둘은 세상의 가장 나약한 존재요 힘 없는 생명체 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보듬고 아껴주며 험난한 세상의 역경으로 부터 서로를 구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이런 모습에서 인간이나 동물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바로 누군가의 진심어린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어린 나이 때문에 그리고 힘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엘버트는 조이를 한 순간 지켜 내지 못하고 전쟁터로 떠나 보내야 했지만, 엘버트의 진심어린 사랑은 여전히 조이의 가슴속에 남아 조이가 전쟁터에서 용기를 발휘하고 힘을 내는 원동력이 된다. 세상의 그 어떤 강인한 존재의 명령이나 위협 보다 더 조이를 강하게 일으켜 세우고 움직이게 하는 힘은 바로 어리고 힘없는 한 소년의 따뜻한 사랑이었다.
앨버트는 조이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훈련을 시켰고, 조이를 타고 가면서 고삐를 붙들거나 갑자기 재갈을 당기지 않았다. 무릎으로 부드럽게 누르고 뒤꿈치로 갖다 대는 걸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비록 말 못하는 동물 이긴 하지만 조이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하나의 인격체로 부드럽게 대하고 훈련 시키는 어린 앨버트의 지혜롭고 착한 마음이 가슴에 잔잔한 교훈으로 남는다. 요즘 앨버트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동물을 대하고 보살필 줄 아는 어린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푸념도 한 순간 들었다. 그리고 제임스 니컬스 대위와 소령, 에밀리와 에밀리의 할아버지, 비록 말을 보살피는데는 최고지만, 기수로서의 재능은 부족했던 워런 기병, 남편의 단점 보단 장점을 보려 노력하고 끝까지 믿어준 앨버트의 어머니,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동물과 소통할 줄 아는 책 속의 여러 등장 인물들을 보며, 비록 점점 각박해 지는 세상이지만, 우리 주변에도 이런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램도 생겼다.
또한 조이와 탑손, 늙은 말 조와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 배려가 전쟁으로 서로를 이유 없이 죽이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과 대비 되면서, 많은 교훈을 주었다. 탑손은 커다란 머리를 내밀어 자기 목에 지친 조이가 기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대포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조이의 옆에서 늘상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이 둘 사이엔 질투가 전혀 없었다. 또 역으로 탑손이 고통을 겪을 때에 조이는 탑손 보다 더 힘차게 대포를 끌어 탑손이 덜 힘들게 하여 주었다. 전쟁의 참혹한 상황에서도 멋진 우정과 서로에 대한 배려를 보여준 말들의 모습은 서로 경쟁하고 다투기에 바쁜 우리 인간들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가 무언지를 보여 준다. 또한 미쳐가는 전쟁터 이긴 하지만, 인간애를 잃지 않았던 몇몇 참된 사람들의 모습 역시 감동을 준다.
조이의 표현 처럼 "전쟁에서 승리한 대가는 가혹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대의 명분을 가지고 승리를 거머쥔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아래의 프리드리히의 독백처럼 우리로 부터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진정한 가치들을 앗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타인에 대한 그리고 생명체에 대한 배려와 사랑임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왜? 왜 이놈의 전쟁은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앗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