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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평소에 좀 우유부단한 편이기는 하지만 귀가 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책을 구입하는데 있어서는 무척이나 귀가 얇은 편입니다.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를 지은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을 처음 만난 것도 귀가 얇아서 였습니다. 어디선가 김제동씨가 저자의 전작인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선물받았는데, 읽어보니 다른 책들과 달리 너무 좋았더라고 말하는것을 들었습니다. 그 얘기에 혹해서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담았고, 어느날 보니 배송되어 왔더군요. 사실 서점에서 그 책을 두어번 보기는 했지만, 은근히 두꺼운 책이라는 점과 컬러풀한 표지만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구입하게 된 것이죠. 그런 연유로 구입해서 읽게 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무척이나 유쾌한 책이었습니다. 전작의 유쾌한 기억이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를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로 기분좋게 펼쳐진 길과 'Don't STOP Loving' 이라는 빨간 표지판이 인상적인 책의 겉장 바로 안쪽에는 보는이의 기분까지 좋아지게하는 미소를 짓고있는 작가의 사진이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의학과 언론학을 공부했다는 저자는 의사로 일하다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일들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그가 지닌 타이틀은 의학박사, 코미디언, 카바레티스트, 웃음트레이너, 강사, 베스트셀러 저자 등 무척 다양합니다.
이 책 또한 저자의 전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읽는동안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이전 책들과의 차이라면 책 전체가 '사랑'이라는 주제를 끼고 행복에대한 얘기를 하고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마치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얘기하듯이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결코 생각의 깊이가 얕지는 않은 내용을 들려줍니다.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서 모은 '사랑의 증거'와 '싸움:다투면서 들었던 최악의 말'들도 내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는 마지막에 있는 감사의 말 중 한 대목을 뽑고싶습니다.
가장 큰 감사의 인사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쓰느라고 막상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도 못했습니다. 인내심과 사랑과 재치 있는 논평("여보, 당신은 이론상으로는 모르는 게 없어. 정말 놀라워!")을 해준 아내에게 특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을 하고 행복해지라'는 책을 쓰고 있으면서 정작 사랑해야할 사람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저자의 모습이나, 이론상으로는 모르는 게 없다는 아내의 말에서 책을 읽고있는 내 모습은 어땠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손에 잡자마자 단번에 술술 읽어나갈만한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철학책처럼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가면서 이해해나가야 하는 책도 아닙니다. 침대 머리맡이나, 화장실 혹은 책상 한 켠에 두고 지내면서 하루에 하나나 두 꼭지 정도 읽으면서 내 삶을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게 하는 그런 읽기가 가장 어울리는 책입니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다보면 두껍다는게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고, 다 읽어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운해지는 그런 책입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책의 표지에서도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도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결코 사랑을 멈추지 말아야 힌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