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주기철 목사 생애 - 진달래 필 때 가버린 사람
김충남 지음 / 은혜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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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들어오기 전까지 학창시절을 보낸 마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서마산쪽은 무학산 자락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무학산을 바로 끼고있던 산복도로 바로 아래에 있던 아파트 6층이던 집에서 내려다보던 마산앞바다 풍경이 참 좋아서, 집값의 90%는 풍경값이다 했더랬습니다.


 해 발 767m밖에 되지않지만, 어린 나이에 올라가기에는 제법 벅찼을텐데, 여러 기회로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무학산 정상에서 서남쪽이라고 짐작되는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커다랗고 평평한 형태를 띈 바위가 한가운데가 갈라진채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갈라진 형상이 꼭 십자가처럼 생겼다 해서 십자바위라 불렀습니다. 그 십자바위가 일제의 신사참배를 반대하시다가 순교하신 주기철 목사님이 마산문창교회에 계시던 시절에 기도하셨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처 음 본 십자바위는 그 전체 형상이 꼭 관과 닮았다 싶었습니다. 관을 닮은 모양의 큰 바위가 그 위는 어찌그리 평평한지 그리고 그 평평한 바위가 어쩌자고 딱 그런 모양으로 갈라진건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십자바위를 처음 봤을 때 주기철 목사님이 멀쩡한 바위 위에서 기도하는데 천둥번개가 치면서 바위가 십자가 모양으로 쩍 갈라지는 상상을 했더랬습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제게 그렇게 신화적인 이미지로 처음 다가왔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에서 살아가던 첫 해 즈음이라고 기억됩니다. 다니던 교회에 주기철 목사님의 가족이 와서 간증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 얘기가 가끔 나온다는 반가움 말고는 별스럽지 않게 듣고 있다가 지금까지 기억나는 대목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제의 압박에 신앙을 버리고 우상숭배 할 수 없다는 일사각오의 설교를 하신 후 주기철 목사님을 잡아가기 위해서 사람이 왔을 때 주기철 목사님의 모습을 설명해주신 장면입니다. 제게는 기도로 바위도 갈라버릴꺼 같은 주기철 목사님이셨는데, 일본 순사에게 잡혀가는 그 순간에 주기철 목사님은 담담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문 밖에 소리가 들릴 때 방 안의 주기철 목사님은 힘들어 하셨답니다. 그런 주기철 목사님께 힘을 주신건 오히려 사모님이셨답니다. 하지만, 끌려가면 어떤 일을 당할지 알기에 담담할 수 없었음에도, 방문을 열고 나와 신을 바로 신지 못할만큼 떠시면서도 주기철 목사님은 굽히지 않으셨답니다. 


 주 기철 목사님도 생사를 초월하고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초인이 아니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가능하다면 이 잔을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처럼, 주기철 목사님도 아픔을 느끼고, 죽음이 두려웠던 평범한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닌걸 맞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 치의 흔들림없는 그런 모습이 아니셨을지 모르지만, 가야만 하는 길을 가셨습니다.



 '진달래 필 때 가버린 사람' 순교자 주기철 목사생애 책은 바로 그런 사람의 일생에 대한 책입니다. 최근에 주기철 목사님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제작되었고, 작년에는 주기철 목사님이 태어나신 창원 웅천에 '주기철 목사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책을 펴기 전까지만해도 최근 영화와 기념관 등의 영향으로 새로 만들어진 책인지 알았는데, 이 책은 1970년도에 초판이 발행된 책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책은 두 번의 수정발행을 거쳐서 올 해 4월 11일에 13쇄본이 나왔습니다. 책 서두에 1962년부터 준비되어 1970년에 완고된 책이라고 설명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출판기술은 뒤쳐진 시대일지 몰라도 주기철 목사님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자료는 훨씬 많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책이라는걸 생각하면 분명히 귀한 자료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주기철 목사님이 진해에서 태어나셨다는걸 알게되었고, 말로만 들었던 마산문창교회에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책 속에서 보이는 주기철 목사님이 마 치 제가 어릴 때 상상했던 주기철 목사님의 모습만을 가지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항상 옳으셨고, 곧으셨고, 애쓰셨다는 대목들만 있습니다. 특별하고 엄청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이었음에도 아닌걸 아니라고 했던 인간적인 부분도 알고 싶었는데 그런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책 에서 주로 보여준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막연히만 알던 주기철 목사님을 더 알게되어 기쁩니다. 그 분이 살았던 삶의 길이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새겨봄직한 분이기에 더 기쁩니다. 기회가 된다면 본가에 갈 때 주기철 목사 기념관에도 방문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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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아람 2016-06-0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http://bluejong.com/399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송소민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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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에서 제목인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위에 있는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라고 부제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책임과 결정을 미루는 ‘아이의 세계'에서 좌절을 다룰 줄 아는 ‘어른의 세계'로"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 아래쪽에 다음과 같은 문구도 있습니다.


우리는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거리를 두는 능력, 한계를 정하는 능력, 절망을 처리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실마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여기까지 읽고 저는 사회가 우리에게 잘못했다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작가가 쓴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 속에서 어떡하면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비책을 찾아내기 위해서 서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세상의 과도한 요구가 문제라고 단정하는것은 실제 문제를 다른 데로 돌리는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1장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부모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방향을 잃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19쪽)


...그런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문제 제기와 간단한 문제에 대한 답조차 찾을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21쪽)


어떤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더 이상 이유를 모른다면 승자는 존재할 수 없다.(30쪽)


 저자가 1장에서 계속 반복하는 주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제가 정말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인간이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인지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인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2장에서는 현대인이 자꾸만 잘못된 원인을 문제라고 파악하는 이유가 바로 ‘이미지'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미지를 중시하고 인기를 갈망하다보니 정말 본질에 대해서 올바로 판단할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2장 말미에서 나르시시스트를 관계도 책임도 모르는 존재라고 단언합니다. 나르시스는 결코 자기를 사랑한게 아니고 자신의 이미지만을 사랑했습니다. 결국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을 껴안으려다가 물에 빠져 생명을 잃었지만, 그가 돌봐야했던 양떼들 또한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3장에서는 결정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현대 사회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자율성을 찾다가 하루 2만가지나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끊임없이 선택이 계속되는 삶이 계속되니 우리는 긴장상태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계속된 긴장상태가 스트레스를 야기해서 결국은 꼭 필요한 직관도 발휘하지 못하게되고 사소한 선택마저 망설이게 됩니다.


 4장부터 7장까지는 ‘노력은 피곤하다, 사랑받고 싶기 때문에, 책임은 다른 사람의 몫, 일상을 지배하는 모호한 불안’이라는 제목으로 앞선 장의 내용처럼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프롤로그의 내용과는 달리 현대 사회가 가진 문제가 우리에게 미치는 점들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3장부터 7장까지의 내용은 개인보다 사회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8장과 9장’ 성인이 된다는 것, 역할의 혼란에 대하여’에서야 비로소 저자가 사회보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는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성인이 되는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세상의 요구가 과다하다는, 책 226쪽의 표현을 빌리면 바깥 세계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가정은 잘못되었습니다. 성인다운 태도란 자신에게 정당한 부담을 지우고, 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성인이라면 현대 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다양한 역할을 하나하나 명료하게 구축해야만 합니다.


 성인이라면 꼭 필요한 부담을 감당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구축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말은 당연해보이지만, 막연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10장에서 저자는 ‘나를 다그치는 삶에서 벗어나기’위해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하나 알려줍니다. 바로 ‘숲으로 가기'입니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성인이라 할 수 있는데,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계속된 긴장 사이에 이완을 끼워넣어야만 합니다. 억지로 이완하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간단한 방법이 ‘숲으로 가기'입니다. 숲을 가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지만, 우리의 정신은 변화를 피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기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처음에는 다섯 시간 정도는 투자해서 숲으로 가라고 권합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반쯤 체념한 채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긴장의 연속을 끊으라는 조언 말고 각자 처한 상황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 중 독자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터입니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책 리뷰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긴장으로 가득찬 삶 을 잠시라도 끊어내고 온전한 이완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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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억의 위대한 힘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갤리온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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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영국 드라마 셜록의 2부 두번째 에피소드인 The Hounds of Baskerville에서 주인공인 셜록홈즈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기억의 궁전'을 활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기억해야할 사실을 공간과 결합해서 기억하는 기억술인 ‘기억의 궁전'은 기원전 5세기 경 대연회장이 붕괴하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유일한 생존자인 키오스의 시인 시모니데스가 유족들에게 고인의 시신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합니다.


 <1년만에 기억력천재가 된 남자>의 저자 조슈아 포어는 2005년 초에 기자 신분으로 뉴욕의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참가 선수 중 영국 출신 메모리 그랜드 마스터인 에드 쿡과 대화하다가 누구나 노력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말에 쿡을 스승으로 삼고 기억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다음 해인 2006년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 스피드 카드 종목에서 종전 미국 기록을 15초 갱신한 1분 40초라는 기록으로 우승을 했습니다. 이 때 저자가 카드를 기억하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이 바로 ‘기억의 궁전' 입니다.


 책을 펴기 전에는 단지 기억을 잘 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장과 2장 ‘나는 왜 기억을 잘 못하는 걸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알려 주는 기억의 비밀'에서는 대충 예상했던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 뒤의 3장부터 11장까지 내용 중 제가 처음에 예상했던 내용은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책은 단지 기억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넓게보면 우리 뇌 속에서 기억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한 부분까지는 제가 예상했던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 속에서 ‘기억'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현대 사회에서 기억이란 어떤 의미인지, 기억과 교육 그리고 창조가 서로 얼마나 관계있는지에 대한 장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10장의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 중에도 흥미로웠던 부분이 많았지만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에필로그였습니다. ‘내가 1년 동안 기억력 훈련을 하며 얻은 것들'이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는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에 세계대회에 참가한 내용과 그 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대회 참가를 위해서 훈련한 기억력 향상이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건망증은 여전해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야 차를타고 나갔던걸 기억한다는 대목에서 시험을 치뤄야 할 학생이 아닌 현대인에게 기억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책을 읽은 후 가장 부러웠던건 1년만에 뛰어난 기억술을 가지게 된 저자의 능력이 아닙니다. 취재하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던져서 1년 만에 전미 챔피언이 된 저자의 도전 의식이 제게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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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 흑역사 - 열두 가지 주제로 보는 한국개신교 스캔들
강성호 지음 / 짓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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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흑역사

열두 가지 주제로 보는 한국개신교 스캔들

-강성호 , 도서출판 짓다



 전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모태신앙인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다니기 시작한 교회는 선교사가아닌 우리나라사람이 직접 만들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공식적으로는 신사참배도 거부한 교단입니다. 이사와 진학 등의 이유로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도 두어번 바뀌었고, 그와 별개로 저도 서울에서 또다른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모두 한 교단에 속한 교회입니다.


 처음으로 혼자 다닐 교회를 선택해야할 때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교회가 중요하지 교단이 중요하지 않아보여서 아버지가 다니시는 교단에 속한 교회를 선택했습니다. 교단이라는 제도의 편의를 취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지금도 교단별로 가지고 있는 신학의 차이라던가 역사를 중사하지 않습니다. ‘한국 기독교'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교회를 다닐 때는 교회는 다 좋은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자라면서 교회 속의 문제와 하나씩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 알아챈 문제도 있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스스로 교회를 선택하는 시점까지 만났던 문제들은 대부분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였습니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이다'라는 말로 덮을 수 있다고들 했습니다.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후로 교회 내부적인 모습이 아닌 한국사회 속에서의 교회 아니 기독교의 모습을 자꾸 만나게 됩니다. 기독교인들이 자신들만 생각하고 주변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소위 개독교로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개인의 신앙을 넘어선 기독교인의 올바른 사회 참여가 어떠해야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알고있는 기독교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최근에 문제가 생겨서 개독교로 불리우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사회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권귀숙, <기억의 정치: 대량학살의 사회적 기억과 역사적 진실>, 문학과지성사,2006,31쪽. 재인용 <한국기독교 흑역사> 87쪽.



 강성호 님이 쓰신 <한국 기독교 흑역사>는 이 땅에 들어와서 박해받던 기독교가 ‘조직'으로 만들어진 시점부터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고있는 현재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독교가 보여준 어두운면을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책 속에 가득합니다. 역사학도의 글인만큼 오랜시간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과오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22쪽 인용)


 책의 구성은 일제 식민지 시기가 한국 기독교에 미친 영향을 다룬 1~4장, 한국전쟁 이후로 냉전과 독재시기의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5~9장, 기득권이 되어버린 한국 기독교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10~12장 이렇게 세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저자 서문의 마지막 문단이 어떤 책인지 잘 보여줍니다.


 역사를 다시 생각해본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응시하는 일이다. 이 책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자 쓴 것이 아니다. 객관적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 역사가는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단하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기독교가 범한 오류들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


  여러가지 이유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가 되기 위해서 피해야 할 점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기독교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분들이야말로 기독교가 세상 누구에게도 부끄럽지않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분들이라고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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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지승호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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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1학년 때 앙팅(앙케이트팅)이라는걸 했습니다.

 빈 노트를 하나 준비해서 상대방에 대해서 알고싶은 질문을 하거나 무언가 요청을 적습니다. 그 노트를 다른학교(당연히 여자학교)에 보내면 제 앙팅 상대가 읽고 답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질문 노트를 보냈고 저도 답장을 보냈습니다.


 지승호씨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을 읽다보니 문득 앙팅이 생각났습니다. 빈 노트에 상대방이 답해줬으면 하는 질문을 적는게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던지는 질문을 준비하는것과 닮았습니다. 제가 페이지마다 적은 질문에 답을 적어주는 상대방은 제 인터뷰에 응한 인터뷰이가 되는 셈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은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빌이서 표현하자면 '독보적이라는 수식어조차 불필요한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다른 이들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닌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책은 '인터뷰란 무엇인가' , '왜 인터뷰를 하는가' , '인터뷰어의 역할과 태도' , '인터뷰는 섭외가 반이다' , '인터뷰어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 '잘 듣고 잘 말하라' , '인터뷰는 결국 기록이다' , '인터뷰어가 갖추어야 할 자질' , '고마운 사람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 라는 제목의 총 아홉 개의 부분들마다 적게는 다섯 꼭지에서 많게는 열 다섯 꼭지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각각의 부분이 인터뷰와 관련된 여러 면들을 얘기하고 있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터뷰어인 저자가 인터뷰이를 어떻게 보여주고싶어하는지를 말해준 아래 대목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서 '난 이 사람을 이렇게 봐. 이 사람의 이런 면을 사랑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다 읽고 나면 '이 사람이 이 사람을 되게 사랑하는 것 같구나.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네'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3쪽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을 읽으면서 학창시절 앙팅이 떠오른 이유는 책을 함참 읽다가 시계를 봤을 때가 새벽 세 시 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 제가 던진 질문 중에 '지금 시각이 새벽 세 시 반이고, 카세트데크에서 화이트의 노래 지금은 세벽 세 시 반이 흐러나오고 있는데 답변하고 있는 시각은 몇 시인가요'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제 앙팅은 성공한 인터뷰였을까요? 절반은 성공이었고, 절반은 실패였습니다.

 별로 하고싶지 않았던 앙팅에 끼게된건 앙팅의 상대방이 S여고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학원의 S여고 다니는 친구가 반에서 몇 번인지 알고있었기에, 그 친구 번호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같은반에 그 번호인 친구에게도 앙팅에 답장을 적어달라고 하라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정말 그 친구가 같은반이었습니다.

 앙팅의 상대방이 학원 친구랑 같은 반이었으니 제 의도대로 되기는 했지만, 정작 제 인터뷰이였던 앙팅의 상대방에게는 초점을 맞추지 못한겁니다. 한마디로 제가 앙팅한 이유로는 성공이었지만, 인터뷰로는 실패였던 셈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인터뷰를 잘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합니다. 뒤이어서 '인터뷰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인터뷰가 어떤것인지를 알아감과 함께, 중간중간 저자가 들려주는 인터뷰 이야기에서 인터뷰어인 저자가 인터뷰이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혹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뷰에 응하는 인터뷰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저자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환자를 위해서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지면으로 옮기는 일을 오래한 저자가 쓴 책이라서인지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또한 전업 인터뷰어가 저자인 책 답게 여태까지 해왔던 인터뷰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인용문을 읽는 재미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인터뷰어가 되고싶은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읽으면 분명 저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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