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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송소민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에서 제목인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위에 있는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라고 부제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책임과 결정을 미루는 ‘아이의 세계'에서 좌절을 다룰 줄 아는 ‘어른의 세계'로"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 아래쪽에 다음과 같은 문구도 있습니다.
우리는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거리를 두는 능력, 한계를 정하는 능력, 절망을 처리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실마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여기까지 읽고 저는 사회가 우리에게 잘못했다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작가가 쓴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 속에서 어떡하면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비책을 찾아내기 위해서 서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세상의 과도한 요구가 문제라고 단정하는것은 실제 문제를 다른 데로 돌리는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1장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부모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방향을 잃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19쪽)
...그런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문제 제기와 간단한 문제에 대한 답조차 찾을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21쪽)
어떤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더 이상 이유를 모른다면 승자는 존재할 수 없다.(30쪽)
저자가 1장에서 계속 반복하는 주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제가 정말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인간이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인지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인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2장에서는 현대인이 자꾸만 잘못된 원인을 문제라고 파악하는 이유가 바로 ‘이미지'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미지를 중시하고 인기를 갈망하다보니 정말 본질에 대해서 올바로 판단할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2장 말미에서 나르시시스트를 관계도 책임도 모르는 존재라고 단언합니다. 나르시스는 결코 자기를 사랑한게 아니고 자신의 이미지만을 사랑했습니다. 결국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을 껴안으려다가 물에 빠져 생명을 잃었지만, 그가 돌봐야했던 양떼들 또한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3장에서는 결정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현대 사회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자율성을 찾다가 하루 2만가지나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끊임없이 선택이 계속되는 삶이 계속되니 우리는 긴장상태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계속된 긴장상태가 스트레스를 야기해서 결국은 꼭 필요한 직관도 발휘하지 못하게되고 사소한 선택마저 망설이게 됩니다.
4장부터 7장까지는 ‘노력은 피곤하다, 사랑받고 싶기 때문에, 책임은 다른 사람의 몫, 일상을 지배하는 모호한 불안’이라는 제목으로 앞선 장의 내용처럼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프롤로그의 내용과는 달리 현대 사회가 가진 문제가 우리에게 미치는 점들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3장부터 7장까지의 내용은 개인보다 사회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8장과 9장’ 성인이 된다는 것, 역할의 혼란에 대하여’에서야 비로소 저자가 사회보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는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성인이 되는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세상의 요구가 과다하다는, 책 226쪽의 표현을 빌리면 바깥 세계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가정은 잘못되었습니다. 성인다운 태도란 자신에게 정당한 부담을 지우고, 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성인이라면 현대 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다양한 역할을 하나하나 명료하게 구축해야만 합니다.
성인이라면 꼭 필요한 부담을 감당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구축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말은 당연해보이지만, 막연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10장에서 저자는 ‘나를 다그치는 삶에서 벗어나기’위해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하나 알려줍니다. 바로 ‘숲으로 가기'입니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성인이라 할 수 있는데,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계속된 긴장 사이에 이완을 끼워넣어야만 합니다. 억지로 이완하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간단한 방법이 ‘숲으로 가기'입니다. 숲을 가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지만, 우리의 정신은 변화를 피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기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처음에는 다섯 시간 정도는 투자해서 숲으로 가라고 권합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반쯤 체념한 채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긴장의 연속을 끊으라는 조언 말고 각자 처한 상황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 중 독자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터입니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책 리뷰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긴장으로 가득찬 삶 을 잠시라도 끊어내고 온전한 이완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