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로마사 이야기
박홍규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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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로마에 대해서 좀 더 알고싶어하던 차에 읽게 된 박홍규 교수의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는 목차를 들여다보면 책의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1장 마키아벨리 읽기

 2장 리비우스 읽기

 3장 마키아벨리의 <리비우스 강연> 읽기

 4장 나의 '마키아벨리의 <리비우스 강연>' 읽기


 제일 처음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나오고, 그 뒤에 로마사를 쓴 리비우스와 그가 쓴 로마사에 대한 글이 나옵니다. 그 다음장에서는 리비우스가 쓴 로마사에 대해서 마키아벨리가 강연한 내용이 나오고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인 박홍규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강연에 대해서 이야기해줍니다. 책의 부제인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로마사 이야기'를 보고 로마에 대해 알고 싶어서 편 책의 목차에서 '로마'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에 대한 책 목차에 로마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500년 전 피렌체에 살았던 마키아벨리가 2000년 전(그 때 기준으로는 1500년 전)에 쓰여진 리비우스가 쓴 글을 굳이 강연한 이유는 로마의 공화정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말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연구한 박홍규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리비우스 강연>에 대해서 언급하는 이유도 바로 민주주의를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리비우스도 마키아벨리도 박홍규 교수도 각자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말하고 싶었던건 로마 자체가 아니었기에 목차에 '로마'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는 분명히 로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0년 전 리비우스가 로마 이야기를 할 때와,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리비우스 강연>을 할 때 그리고 오늘날 박홍규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리비우스 강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모두 각자의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가 말한것처럼 '조금도 숭배하거나 예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책을 제대로 읽은 후에 비판해야할테고, 그러기 위해서 읽고싶은 부분을 떼어내서 읽기보다 순서대로 읽는편이 바람직해보입니다.


 1장으로 들어가면 저자는 먼저 피렌체로 안내합니다. 저자와 함께 500년 전 피렌체로가서 마키아벨리를 만나고나면, 2장에서 2000년 전 로마로 갑니다. 각 장마다 서두에 피렌체와 로마를 보여주는건 막연히 머리속으로 상상하고 있던 모습과 실제 당시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마키아벨리는 사실 도시국가인 피렌체 사람이고, 같은 도시국가라고 생각했던 피렌체와 로마는 그 시작부터 너무 다른 점이 많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알아가는것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3장에서 다시 500년 전 피렌체를 들린 후에 4장에서 우리가 살아가고있는 지금으로 돌아와서 끝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건 결국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입니다. 작년 10월 말부터 많은 이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있습니다. 아직은 광장의 촛불이 꺼질때가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하지만 촛불을 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람이 많아질 수록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추운 겨울 들었던 촛불이 그냥 꺼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시작인 지금 시점에, 우리가 나아가야할 곳이 어디쯤인지 아니 최소한 어느 방향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를 읽으면서 2000년 전 로마와 500년 전 피렌체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지금 어느쪽을 바라봐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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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스스로 판단하라 Bridge Book 시리즈 1
쇠얀 키에르케고어 지음, 이창우 옮김 / 샘솟는기쁨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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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전서 4장 7절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6장 24절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학교다닐 때 도덕 혹은 윤리 교과서에서 처음 이름을 들었을 키에르케고어(처음 들었을 때는 키에르케고르였습니다)는 실존주의(기독교와 거리가 멀어보이는)를 열었다는 인식과 어울리지 않게 대부분의 글이 기독교적인 글이거나 혹은 기독교를 변호하는 글입니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대놓고 키에르케고어가 앞선 두 성경구절에 대해서 변증한 내용입니다. 성경 구절에 대한 글이라하면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설교를 떠올리기 쉽지만, 모르긴해도 <스스로 판단하라>에 있는 내용을 설교 그러니까 말글로 들으면 머리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듯합니다.


 책 뒷장에도 '키에르케고어는 모범 답안처럼 쓰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고, 역자 해제도 아예 '키에르케고어의 글은 일반적으로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역자는 그 이유를 '끊임없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리라고 짐작하면서 키에르케고어가 객관적인 지식이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키에르케고어 책답게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책을 펼치면 '확신을 가지고 홀로 읽으라'는 제목의 '책머리에'가 나오고 그 뒤에 '이 책의 출간이 미루어진 이유'라는 제목의 '프롤로그'가 나옵니다. 어려운 책이라 짐작했기애 엘부러 더 순서대로 '확신을 가지고 홀로 읽으라'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머리에'까지는 읽을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이 미루어진 이유'라는 너무도 명확해보이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다 읽었는데, 도대체 왜 책의 출간이 미루어졌다는건지 뮌스터 주교와 관계있다는거 말고는 머리속에 남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프롤로그를 끝내고 책의 전반부인 베드로전서 4장 7절에 대한 변증을 읽다가 결국 책 뒤에 부록으로 달려있는 '역자의 해제'를 먼저 읽었습니다. 해제를 읽은 후에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읽을 때는 해제를 읽은덕인지 두 번째 읽어서인지 어찌어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개역개정판에 '정신을 차리고'라고 번역되어있는 베드로전서 4장 7절은 원문인 헬라어 단어의 본뜻이 '술 깨다'라고 합니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베드로전서 4장 7절의 '그러므로 술 깨라'는 구절에 대한 변증을 책 전반부에,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할'것이라 말하고 있는 마태복음 6장 24절에 대한 변증을 후반부에 싣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구절에 대한 변증이기에 아무쪽이나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듯하지만 '진정 깨어있음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전반부와 애초에 불가능함을 따르라고 말하고 있는 후반부가 흐름이 있기에 이왕이면 본문은 순서대로 읽는편이 좋겠습니다. 원래 글을 어렵게 썼다하니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고, 혹시 도저히 책장이 넘어가지 않으면 저처럼 부록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는 책 제목에서부터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하는데 해제부터 읽어도 될까 싶다가도, 어짜피 번역본을 읽는 자체가 역자의 도움을 받는걸테니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혼자 끙끙대다가 책을 읽지 못해서 스스로 판단할 기회도 얻지 못하는것보다, 처음에 다른 이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읽어내고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갖기를 저자도 바랐을테고 책읽기의 지평을 넓히는 길일터입니다. 서평을 위해 급하게 읽었는데, 여유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다시 한 번 <스스로 판단하라>를 읽으면서 키에르케고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판단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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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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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는 뉴욕의 예술가들이 모이던 첼시가  땅값이 올라서 더이상 예술가들은 버틸 수 없는 동네가 되었다는 얘기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뜻을 짐작만만 했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여러 곳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됩니다. 저만해도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에 갈때마다 동네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합니다. 샤로수길 근방에서 살고있을 대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법한 가게들이 하나 둘 사람들을 끌어모을만한 가게로 변하는거야 좋은 일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과정에서 자본에 밀려 떠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를 처음 보고 막연히 알고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그런 사람이 저만은 아닌듯합니다. 책 14쪽을 보면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이후에 여러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개념인지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황이 어떤지, 어떤 문제가 있으며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주로 물어봤다고 합니다.


 책은 베이징, 방콕, 도쿄, 타이베이, 하노이, 선전, 리수이, 자카르타 등지에 살고있는 연구자들이 쓴 글들이 모여있습니다. 다양한 도시에 살고있는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쓴 책이라 책을 구성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출간된 책의 구조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대안적 도회주의: '글로벌 도시'에서 '아시아 도시'로>라는 글을 제일 앞에 서장으로 두고 그 뒤로 주제별로 나누어서 도시를 배치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펼쳤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이과생이었고 여태까지 도시나 문화에 대한 글을 읽은 경험이 별로 없는 제게 책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계획은 서장을 대충 읽고 개별 도시들은 관심가는 도시부터 읽어보는거였습니다. 그런데 개괄에 속하는 서장부터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책에 나오는 8개 도시 중 제가 직접 가 본 도시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홍콩에 가 본 적이 있으니 홍콩과 가까운 선전 정도가 그나마 제일 가까이까지라도 가 본 도시이고 다른 도시들은 근방에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직접 땅을 밟아본 동네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곳에 대한 글을 읽는건 차이가 클 것입니다.


 한 번 읽어서 머리 속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일반인들을 위해서 다시 써낸 내용이기에 차분히 읽다보면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평소에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셨던 분이라면 더 쉽게 읽으실 수 있을껍니다. 책에서 주로 다루는 해외 여러 도시들의 사례도 해당 도시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경험을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독서입니다.


 애초에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와 쌍이 되는 책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 알아가는것도 좋지만 정작 발붙이고 있는 서울을 빼먹으면 공허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저는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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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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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포메이션]은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글릭이 쓴 책입니다.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아프리카의 북소리로 시작해서 DNA를 거쳐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전부 17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 장별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감수자인 김상욱 교수의 말처럼 저자인 제임스 글릭은 '정보'를 역사, 이론, 홍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순서대로 바라보면서 풀어가고 있지만,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각각의 장 그 자체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앞부분의 역사에 대한 부분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실들이 당연하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는 소소한 앎아감의 재미가 있었고, 중후반에 걸친 정보이론에 대한 부분은 조금 어려웠지만 천천히 읽어가는 맛이 있었고, 마지막에서 다룬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에 대한 부분은 생각할꺼리를 줬습니다.




 인류가 정보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었던건 섀넌이 정보에서 '의미'를 빼버린데서 시작했습니다. 정보에서 의미를 빼고 개념을 확실히 하면서 정보는 불확실성, 엔트로피, 카오스를 잇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단촐해진 정보는 생물학에도 등장하고 양자역학에도 등장하고 급기야 우주를 여태까지 10^120회만큼 연산을 실행했고 지금 10^90비트 정도의 정보를 담고있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한때 인류가 생산하고 소비한 정보는 소멸해버렸다. 이게 정상이고 기본이었다. 537쪽

풍요로움의 낭패. 정보는 지식이 아니며, 지식은 지혜가 아니라는 것을 또다시 떠오르게 한다. 557쪽


 정보가 이처럼 모든 곳이 끼어드는 사이에 인류는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진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텍스트를 손쉽게 다룰 수 있게 만들어준 인쇄기를 비롯해서 음성, 영상에 이어 더 많은 정보들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즉 각종 정보가 '안정성과 영구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이 만들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정보가 생성되었습니다. 급기야 너무 많은 정보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에서 보여준 모든 지식이 존재하는 도서관은 어떤 지식도 없는곳과 마찬가지입니다. 도깨비 신부가 도깨비를 소환했을 때부터 서로에게 의미가 생기기 시작한것처럼 '필터'와 '검색'이라는 도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불러낼 수 있어야 의미가 사라진 정보에 다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됩니다.


필터링해주고 검색을 도와줄 맥스웰의 도깨비는 없다. ... 진짜를 고르는 데는 일이 필요하고 또 망각에는 더 많은 일이 필요하다. ... 이제 우리는 모두 바벨의 도서관의 이용자이면서 사서이기도 하다. 578쪽


 필요한 정보를 고르고 의미를 부여하는건 촛불을 불어서 도깨비를 소환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에서조차 도깨비는 태어나지도 못할뻔한 도깨비 신부를 구해주는 '얽힘'의 과정을 통해서 도깨비 신부를 얻었고, 도깨비 신부는 억지로 지워진 기억을 스스로 되살려냈고 죽었을때도 '망각'을 선택하지 않음을 통해서 도깨비에게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제서야 자각한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끝난 드라마 다시보기'입니다. 결말을 아는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드라마 속 상황을 즐기기도 하고 다시보는 장면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새벽에 드라마 도깨비를 틀어놓고 [인포메이션]을 읽으면서 '끝난 드라마 다시보기'만큼이나 '한 번 읽은 책 다시보기'도 제가 좋아하는 취미라는걸 깨닳았습니다. 재미없는 드라마를 다시볼 이유가 없는것처럼 재미없는 책도 다시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시 읽을 [인포메이션]이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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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 가장 기본적인 소망에 대하여
김승호 지음, 권아리 그림 / 스노우폭스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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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제 기준으로는 자기계발 서적입니다. 요즘은 자기계발 서적을 잘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읽은건 제 기억 속 김승호 저자의 글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저자가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채로 유명해진 '아들에게 주는 교훈'이 바로 그 글입니다.


 스물 여섯 개 항목의 '아들에게 주는 교훈'은 지금까지도 SNS나 각종 게시판에 꾸준히 다시 올라옵니다. 항목 하나하나가 공감되었지만 특히 '어려서부터 오빠라 부르는 여자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라'와'나이 들어가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조언을 아들에게 해주는 아빠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0년 초에 구입한 '<김밥 파는 CEO> 김승호의 자기경영 노트'와 2011년에 나온 '김밥 파는 CEO'책을 읽었습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1장 부를 이루는 길, 2장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3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남는다는 것, 4장 조금은 느슨하게 함께하는 삶에 대하여, 5장 인생 어느 모퉁이에서 깨달음의 순간, 6장 자연, 그리고 순수한 순리를 따라 까지 모두 여섯 장으로 되어있습니다. 각 장은 8 꼭지에서 12꼭지의 글이 모여있습니다. 비슷한 책들이 다 그러하듯이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여섯 장 중에 맘에드는 부분을 몰아서 봐도 아니면 맘에드는 꼭지만 골라서 봐도 상관 없습니다.


 예전처럼 자기계발 서적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가끔 게을러진 스스로를 다잡고 싶을 때면 책장에서 혹은 서점에서 자기계발 서적을 찾아서 읽습니다. 많이 읽을 때는 내용을 보고 골랐지만 요즘은 내용보다 자기 이야기를 직접 쓴 책으로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면에서 실패와 성공을 다양하게 경험한 김승호 저자가 쓴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새해 들어서 다잡았던 마음이 살짝 흐트러지던 제게 꼭 맞는 책이었습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불공평한 세상에서 개인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서문에서 스스로 밝힌것처럼 '감히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도 건방지다 욕먹지 않을 시간이 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직 그 시간에 도달하지않은 모두에게 유익힌 글입니다. 그저 경제적으로 부자가 되기 위한 길만을 얘기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1,2장을 제외한 3장부터 6장까지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줍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동시에 아쉬움을 준 글은 6장의 첫꼭지인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입니다. 저도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기에 불공평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공평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인정하고 삶의 주인이 되고 남을 돌아보라고 말하지만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세상은 개인이 모여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개인들은 모두 여러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스템 속의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가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이지만,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용하고있는지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 서적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고 개인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예전만큼 자기계발 서적을 읽지 않는데는 읽기만 하는 저에서 실천하는 저로 바꿔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시스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자기계발 서적에 회의도 작용했었음을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읽다가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누군가에게 자기계발 서적을 권한다면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권하겠습니다. 읽는걸로 충분하지 않음도 꼭 말해주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결국은 실행하는 사람만이 무언가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그르면서 동시에 책이 말하고있지 않은 측면도 있음을 함께 이야기해줄 것입니다.


 P.S.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생각보다 큰 판형에 살짝 불편하지않을까 했는데, 책 안쪽에 빈공간이 많아서 오히려 중간중간에 제 생각을 써넣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꾸준히 오래 곁에 두고 읽고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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