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 개혁군주 정조의 78가지 질문
정조 지음, 신창호 옮김 / 판미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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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개혁군주 정조의 78가지 질문


 시민들이 6개월여를 촛불을 든 끝에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시민들의 손으로 뽑힌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새로운 나라의 틀을 잡아가는 중입니다. 이런 시점에 조선시대 대표적인 개혁군주로 꼽히는 정조가 생각한 국가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정조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를 읽었습니다.


 1752년 장조(사도세자)의 아들로 태어난 정조는 11세에 아버지의 죽음을 겪습니다. 1775년부터 1776년까지 할아버지 영조를 대신하여 대리청정 하다가 1776년 영조가 승하한 후 즉위하여 1800년까지 조선의 왕이었습니다. 무려 30년동안 세자였던 할아버지의 이복형 경종보다는 짧은 기간동안 세자로 지냈지만, 정조가 세자로 지낸 시기도 경종만큼이나 어렵고 위험한 정치적 상황이었습니다. 세자로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왕이되었고 후대에 조선시대 대표적인 개혁군주로 꼽히게 된 점을 보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정조의 고민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조책문'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책문'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한자어 뜻만 보면 '정책에 대한 질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책 앞날개에는 '정조가 신하와 유생들에게 국가의 정책과 나아갈 방향에 관한 연구와 대책을 주문한 시대의 기록'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머릿말에서는 '최고지도자가 학자와 관리, 예비관리 등 여러 신하들을 상대로 국가의 정책에 관한 질문을 하며 대책을 요청하는 공론의 장'이라 나와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정도책문]은 정조가 각종 과거시험에 낸 질문의 모음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질문이 어떻게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지만, 머릿말에 나와있듯이 '정조가 낸 책문에 이미 상당한 대안과 대책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책문 자체가 해당 분야에 대한 각종 경서와 사서의 내용을 담고있으면서 동시에 그 이상의 대안을 요구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질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정조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조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는 정조의 글을 모은 '홍재전서'에 있는 책문 중 일부를 옮긴이인 신창호 선생님께서 발췌하고 재구성해서 만들어진 책입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올바른 정치를 향한 소망

지도자의 열정과 그에 걸맞은 인재등용

문예부흥으로 빛나는 문명국가 건설

정치지침서를 통한 리더십 함양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노력


 각각 15개 혹은 16개의 책문을 담고있어서 총 78개의 책문이 [정조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에 실려있습니다.


 옮긴이가 적절히 재구성한대로 책이 짜여져있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전체 내용이 궁금했고 빠트리지 않고 읽고싶은 마음에 앞에서부터 읽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목차를 확인하셔서 관심가는 책문을 하나씩 찾아 읽어도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정조가 던진 질문과 그에따른 설명만 읽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저 자신을 질문을 받아든 그 시대 유생이라 생각해보거나 혹은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질문을 바라보면서 고민하다보니 진도는 더디나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 국가에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려면 하루의 해처럼 길고 느긋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은 달콤한 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다급하고 빠르게 다가온다. 국가의 정치적 혼란은 '기수'의 세력이 다할 즈음에 '인사' 문제에서 초래한 것인가? 아니면 '인사' 문제가 이미 잘못되어 '기수'의 질서정연함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 -19쪽,'정치적 안정과 혼란은 어디에서 오는가?' 중


 단지 저것에는 좀 넉넉하고 이것에는 좀 모자라는 것이 있으므로 단점은 버리고 장점을 취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의 재능을 헤어려 적절한 직책을 맡기고, 임무를 전담하게 하여 책임감을 부여하며, 서자 출신의 인재와 중심부에 들어오지 못한 인재들, 지방의 초야에 묻혀 있지만 재능 있는 사람을 모두 함께 인재양성의 마당에 참여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 -92,94쪽,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라' 중


 옛날과 지금은 시대가 같지 않다. 지금을 옛날의 그 시대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 그것은 인간의 문화가 진보하는 차원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다.-178쪽,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중


 저서로 자신의 언어를 남기는 일은 헛된 말에 의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말을 자신의 행동에 담아 공덕을 세워 길이 남게 하는 것이 좋다. - 242쪽, '자신의 목소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글을 써라' 중


 하나하나의 책문이 각각 독립적인 내용이라 전체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몇 곳만 발췌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든 생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과거 조선시대를 살았던 정조가 생각한 국가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혹은 어떤 범위였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게 국가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정의하기 애매한 존재와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러 시민들의 집합 중 어딘가입니다. 국가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하기 애매하겠지만,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중요하다고 대답할터입니다. 그렇다면, 정조에게도 국가가 조선과 그 땅을 살아가는 백성을 다 아우르는 어딘가 였을까요? 신분사회였던 조선의 왕에게 백성은 어느 범위까지였을것이며, 모두가 동일하게 중하다고 생각했을까 궁금했습니다.


 둘은 정조가 나라를 고민한건 국왕이니까 의미가 있었지만, 2017년을 살고있는 제가 고민하는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책문'이라는 글이 정조가 고민하고 신하들에게 묻는 내용입니다. 고민한 정조나 질문에 답할 유생이나 신하들 모두 직·간접적으로 국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고민을 엿보는 독자는 대부분 정조나 신하들처럼 직접 국가를 운영하는 자리에 있지는 않을터입니다. 하지만, 왕조시대와 대의민주주의시대라는 시대·정치체제 차이와 기술 발달로인한 정치 참여 방법의 변화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완전히 의미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서로 자신의 언어를 남기는 일이 헛된 말에 의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 정조의 글처럼 단지 책을 읽고 고민하기만 한다면 그 또한 헛된 일로 그칠터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 정조가 던진 질문만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정조의 '책문' 자체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이런 질문에 어떤 답들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그런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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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 가든 인 스크래치 북 : 마음에 위안을 주는 꽃과 시 12 - 펜 하나로 꽃을 피우다 인 스크래치 북 시리즈
정혜선 지음 / 스타일조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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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유치원 대신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시절 스케치북에 칸을 나눠서 여러가지 색으로 칠한 후에 그 위에 검은색 크레파스로 덧칠을 한 후 긁어내서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서점에서 스크래치 상품이 나온걸 보고 신기했는데, 이제는 아예 스크래치 그림을 모아둔 책이 나왔습니다.




 책 속에는 총 12개의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한 장마다 하나의 그림이 들어있고, 스크래치북 답게 그림들은 한 장씩 잘 떼어낼 수 있도록 처리되어 있습니다.


책과 함께 스크래치 펜과 엽서도 들어있습니다.

스크래치 펜은 긁어내는 부분이 쇠로 되어있는데, 두껍고 얇게 표현할 수 있는 모양이라는건 좋았지만 잘못 힘을 주면 아래쪽 종이를 긁어버릴 수 있어보입니다. 방향을 잘 보고 긁어야하겠습니다.

엽서는 책에 있는 그림 크기의 1/4로 인쇄되어있습니다.


책 뒤편에 책 사용법과 스크래치 예시 사진도 들어있습니다.

총 열 두 장의 그림 중에 네 장은 하얀색으로 덮혀있고, 여덟 장은 검은 색으로 덮혀있습니다.




 여타 책이라면 본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실제 로 긁어내는 그림을 살펴보면 앞쪽에 흰색 혹은 검은색으로 덮힌 그림이 있고, 뒤쪽에는 시와 함께 간단한 설명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 위에 긁어내는 부분이 덮혀있는터라 두께감이 있는편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책에서 분리하면 배경 그림이 인쇄된 종이가 두꺼운 편이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분리해서 긁을 때는 좀 더 두꺼운 종이를 깔거나 평평한 바닥에 받친 채로 긁어내야하겠습니다.


 흰색으로 덮힌 버섯과 검은색으로 덮힌 라넌튤라스를 긁어봤습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찬찬히 하나씩 긁어보니 처음에는 자꾸 조급해지려 하더니 적응하고나니까 오히려 차분해지긴 합니다. 빨리 긁어낼 생각도 버리고, 너무 예쁘게 하겠다는 생각도 버린채로 주말 오후를 한가로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긁어내다보니 그림 위를 덮고있던 재료가 긁힌 부스러기가 나와서 방에서는 뒤처리를 잘 해야할듯합니다. 그리고 아래쪽에 완전한 그림이 있고 그 위에 긁어내지는 재료로 덮다보니, 덮혀있는 재료에 그려진 그림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긁어내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표시되어있는 선을 따라서 긁어내는것보다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 긁어내는편이 예쁘다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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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 - 적자 인생을 흑자 인생으로 바꾸는 기적의 돈 심리학
새라 뉴컴 지음, 김정아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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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인생을 흑자 인생으로 바꾸는 기적의 돈 심리학

돈을 더 벌고 덜 쓴다고 모이지 않는다

재테크 숫자에 감춰진 당신의 마음을 읽어라!

'괴짜 경제학'과 '넛지'를 활용한 나만의 재무 관리 가이드


위의 문구들은 [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 책 앞표지에서 제목과 함께 적혀있습니다. 책 표지만 보면 뭔가 기적적인 비법에 대한 책일듯하지만, 당연히 세상에 부자로 만들어줄 기적적인 비법은 없습니다. 기적같은 비법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책을 펴고 읽게 만든건, 책 22쪽에 나오는 다음 문장 때문입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같이 인기 있는 책이 이런 그릇된 생각을 이용하지만, 결코 맞지 않다.


 단지 인기있는 다른 책에 딴지를 거는걸로 주장을 그럴듯하게 보이려하는게 아닙니다. 최소한 기자가 조사한 기사를 근거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말하는게 잘못되었다는 주장 즉, 누구나 돈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는게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재무심리학'의 시작입니다.


 저자인 행동경제학자 '새라 뉴컴'이 [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를 통해서 말하고자하는바는 프롤로그만 읽어봐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돈이 곧 스트레스, 불평등, 장벽, 탐욕이라고 여기게 된 이들을 위한 책은 어디에 있을까? 금융 세계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는 책은 어디에 있을까?

 한 개인과 돈의 관계는 재무 수치와 거의 상관이 없다. 우리가 돈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는 우리 스스로 곱씹는 이야기와 고나련이 있다.

 그러니 돈 관리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돈 때문에 겪는 이야기를 먼저 다룰 때, 재무 수치가 더 쉽사리 바뀌고 변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저자는 돈 자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려주는것보다, 돈을 대하는 자세 혹은 태도가 어떤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에 실천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합니다. 책의 구성도 Part 1 워밍업에서 '돈에 다시 생각하기'를 다루고, Part 2 이론편에서 '처음부터 다시 쓰는 돈 심리학'을 다룹니다. 그러고나서야 책 후반부인 Part 3 실천편에서 '나만의 맞춤 재무 계획 세우기'라는 제목으로 돈을 어떻게 다룰지 구체적인 팁을 알려줍니다.


 갑자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기적적인 팁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같은 책을 읽을때면 뭔가 구체적인 팁을 기대하게 됩니다. 사실 저부터도 돈에 대한 솔직한 태도가 뭔지 한 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책 후반부에는 충분히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넘어가기 전에 책 앞부분을 찬찬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변화에는 노력이 따라야 하므로, 이 책 한 권으로 당신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를 나눈다고 갑자기 환경이 변하지 않을껍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에 앞서 솔직해지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저처럼 스스로와 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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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피코, 코로니스를 구해줘, 네 번째 세계, 고요한 시대, 삼사라
이건혁 외 지음 / 허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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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하고는 SF소설을 접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동아시아에서 발간된 [제1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서 오랜만에 SF소설을 읽었습니다. 깔끔한 표지의 책이 한 손에 쏙 들어오길래 별 생각없이 펴들었다가, 어느새 점심시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린시절 재미있는 책을 읽다보면 끝나는게 싫어서 일부러 결말을 남겨두고 책을 덮곤 했는데, 실린 작품들이 중단·중편이라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상작 세 편과 초청작 하나를 단숨에 읽은 후에 초청작 하나는 일부러 남겨두고 서평을 쓰고있습니다.


 대상인 <피코>는 강한 인공지능이 한 번 출현한 이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읽는동안 최근 수요일마다 가고있는 [새물결아카데미/과학과 신앙의 대화] 첫 번째 날 강연과 페이스북그룹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의 이번달 주제인 뇌과학에 대한 여러 책들의 내용이 휘리릭 지나갔습니다. 우수상인 <코로니스를 구해줘>는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작용하는 가상현실 호러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이 들어간 호러 게임 속 상황에 저도 함께 푹 빠져서 스릴러 혹은 호러를 느끼면서 동시에 인간의 인식 혹은 기억이 무엇일까 떠올렸습니다. 가작인 <네 번째 세계>는 상당기간 이후 태양계가 배경인데, 주인공이 태양계 내부의 특정 행성에서 발견한 '시아'라는 미지의 물체로 인해 겪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어느정도 읽다보니 대번에 최근에 읽은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에 나오는 1차부터 4차까지 존재하는 다중우주가 떠올랐습니다. 테그마크 책을 읽을 때 우리 세계에서 진리라고 여겨지는 물리법칙이 뒤집어진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일지 상상도 잘 안되는데, <네 번째 세계>를 통해서 다른이의 상상을 잠시 엿볼 수 있는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2017/Life] - [새물결아카데미/과학과 신앙의 대화] 신경과학이 철학을 만날 때 -우리는 무엇인가?

[페이스북 그룹]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2017/Book] -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 우주 속에서 어떻게 살지는 각자에게 달려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상인 <피코>보다는 우수상인 <코로니스를 구해줘>가 좋았고, 우수상인 <코로니스를 구해줘>보다는 가작인 <네 번째 세계>가 좋았습니다. 딱히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셔도 대답하지는 못할듯한데, 순서대로 읽었은데다 뒤로 갈수록 작품이 길어지는터라 최근에 읽었고 오래 읽은 작품이 더 좋은 인상을 남긴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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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 - 물리학자 이종필의 잃어버린 10년
이종필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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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당별로 경선이 끝나서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서 19대 대선 구도가 본격화되었던 지난 달 이맘때 즈음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재미있는 표지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하얀 표지 한가운데 아래와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종필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건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를 통해서였습니다.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는 상대성이론으로 통칭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 특히 일반상대성이론을 함축하고 있다는 장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직접 도출해보려는 사람들과 함께 1년 동안 수학아카데미를 이끈 기록을 쓴 책입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직접 수학적으로 따라가면서 이해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제게 이종필 교수의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일반인들과 함께 고등학교 수학부터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까지 훑어나갔던 이종필 교수가 교양과학 책 만큼이나 열심히 쓰는 글이 시사평론입니다. 저자와 일면식도 없지만, 책을 읽기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팔로우 하면서 혹은 다른 경로로 종종 저자의 칼럼을 읽은 경험은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무슨 정치칼럼을 써요?"

"취미가 시사평론이에요."


 무엇보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 사실 과학자만 나라를 걱정하는건 아닙니다. 작년 10월달부터 주말마다 광장으로 나와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나라를 걱정합니다. 여건이 허락하지 못해서 촛불을 들지 못한 사람들도 나라를 걱정합니다. 촛불 대신 태극기를 든 사람들도 나름대로 나라를 걱정할껍니다. 모두가 나라를 걱정할테지만, 왜 나라를 걱정하는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과학이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위대한 학문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가 과학의 방법론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자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인문학자들의 그것과는 다르고 우리 사회에 전자가 빈약하다고 주장합니다.(11쪽) 과학자의 방식과 대비되는게 인문학자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대한민국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결여되어있다는데 동의합니다. 저자는 이 고민을 문명화에 대한 고민이라고 표현합니다.


 지난 10여년 간 각종 매체에 쓴 글 중에서 일부를 엮어서 만든 이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과학자의 눈에 비친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사회 전반적인 여러 문제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이고 2장과 3장은 각각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정치에 대해 쓴 글을 모아뒀습니다. 각 글마다 서두에 언제 기고된 글인지 나와있고, 일부 글은 끝에 그 글이 쓰인 배경이나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추가할 말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각 장 안에서는 기고 순서대로 글이 담겨있고, 2장과 3장은 시간순서지만 2장 마지막 글만 3장 첫 글보다 뒤에 실린 글입니다.


 처음 책을 펴서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지금 다시 훑어보면서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일을 시간이 흐른 후에 복기하는 맛이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이 실종된 사회를 살아온 댓가를 너무 크게 치뤘음에도 일련의 사태를 겪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과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하는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배웠는지는 훗날 되돌아보면서야 알게될터입니다. 그래서 최근 6개월여를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10여년의 세월을 담아내다보니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국정농단·탄핵·대선에 대한 글은 제일 끝에 두 꼭지 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글 서두에 언제 실린 글인지 나와있는데 어떤 매체에 기고된 글인지도 함께 표기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기고된 매체에 따라 글의 길이나 성격이 확연히 다를터라 독자 입장에서 읽을 때 궁금한 글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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