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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1 이어령 - 이어령 편 - 내일을 사는 우리 시대의 지성,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4년 11월
평점 :
새해 들어서 방영했던 KBS의 김정운 특강쇼 '오늘, 미래를
만나다'에서 이어령님의 최첨단 서재 동영상이 화재가 되었습니다. 화면 속 이어령님의 서재에는 3만권의 책과 함께 7대의 컴퓨터 및
각종 IT기기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 '디지로그'라는 책을 쓴 이어령님은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지털의
비트Bit와 아날로그의 아톰Atom이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1967년 분지 필화사건때 서슬 퍼렇던
공안 사건의 증인으로 나섰던 이어령님은 본인의 반공 의식이 약한게 아니냐는 공안 검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 내 사상은
내가 써 온 글과 저작물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기점으로 이어령님을 본격적으로 접하긴 했지만, 제가 살아온 기간의 두 배가 넘는 삶을 살아온
이어령님을 알기엔 너무 부족했습니다.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사실 그 사람의 수많은 단면들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인 이상 누군가를 완전히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단면들을 알게 된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조금은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령이라는 한 사람을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의 단면들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biography ISSUE1 LEE O-YOUNG'을 펼쳤습니다.
일반적인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 혹은 매거진은 글로만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자가 누구인지 짚어보는 것보다 저자들이
어떤 책을 만들고 싶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의미있다 하겠습니다. 그 의도는 Creative Direction &
Copy 라고 소개되어있는 이연대님이 쓰신 prefce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사람을 말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람을 논하고 싶었다. 풍경이 된 인물을 무대 위로 끌어내 하나의
사건으로 제시하고 싶었다. ...(중략)... 우리는 한 인간이 외부 세계를 의식하고 사유하는 방식에 천착해 세상의 전모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 인간의 뒷모습을 관찰하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에게 작동하는 신념에 가까운 감각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낯선 서술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거진 형식을 택했다. ...(중략)...
표
현법에도 원칙이 있다. 텍스트는 객관적 사실만을 진술해야 한다. 형용사와 부사는 본질을 왜곡하기 쉽다. ...(중략)...그래픽은
인물이 발산하는 원형의 심상을 포착해야 한다. 텍스트의 한계와 의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광경을 제시하고, 오브제
자체가 아니라 오브제가 현출되는 양상을 표현해야 한다. 고정된 텍스트와 생동하는 그래픽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오래된 관념이
무너지고 새로운 관념이 떠오른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최대한 '앙상한 문장'과 그래픽을 함께 제시하면서 본질을 말하려는 책입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이의 수많은
'특정한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판단을 유보하고 보여주는 그런 생소함을 받아들인 독자들에 의해서 판단되기를 바라고
만든 책입니다.
박스에서 꺼낸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느낌은 '사진집 같다' 였습니다. 텍스트와 그래픽을 함께 보여주겠다는 서문의 글처럼 책은
수많은 사진들을 책 속에 배치했고, 화려한 색체의 사진들 때문에 처음에는 책 속의 글들이 쉽사리 눈에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어령이라는 깊은 사람을 표현한 글인만큼 어느 귀퉁이고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기 어려웠습니다.
책
은 ' IMPRESSION, PREFACE, WORKS, TALKS AND TALES, PORTRAITS, BIOGRAPHY,
SIMILARITY, ARGUMENTS, IN-DEPTH STORY, STILL LIFES, SAYING '의 열 한 부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글보다 그래픽이 우선시 된 부분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어느 파트든지 땡기는 부분부터 펼쳐서 읽어나가면 됩니다.
저 또 한 이어령님의 서재를 보여주는 IN-DEPTH STORY 부분부터 펼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1 LEE O-YOUNG' 의 서평을 한다는 것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1'의 서평을
하는것이면서 동시에 'LEE O-YOUNG'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것입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1'에서
한 사람을 보여준 방식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두번째 세 번째 인물이 누가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어령이라는
사람의 새로운 많은 단면을 보여준 것처럼 그들에 대해서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이어령이라는 한 사람의
탁월함을 보여준 만큼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나와 같은 인종이라면, 그가 삶의 수고로움을 통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만큼 스스로의 젊음이 부끄럽지 않도록 깨어서 탐구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님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고 하면서 책 속에 나오는 말을 옮기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
우린 백 년 이상 못 살지만 옛날로 치면 수백 년 걸릴 일을 할 수 있어요. 팔십 먹은 노인네가 디지로그를 하는데 요즘 젊은
아이들은 댓글이나 달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Biography ISSUE 1',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