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 완화의료 임상지침서
Jerry L. Old & Daniel Swagerty 지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옮김 / 메디마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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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치과의사입니다.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치아를 삭제하기도 하고, 치아를 빼기도 합니다. 


 지난 금요일, 지방에서 아버지가 올라오셨습니다. 예전부터 좋지 않았던 앞니 하나가 자꾸 흔들리고 아침이면 너무 불편하다고 하셨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앞니를 잡고있는 잇몸뼈 상당수가 녹아서 제 기능을 하기 쉽지않을것 같았습니다.(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가 시리거나 흔들리시면 꼭 주변 치과에 가셔서 잇몸치료 잘 받으세요.)앞이만 아니면 바로 치료에 들어갈텐데, 앞니라 당장 그럴 수가 없어서 임시조치만 해드렸습니다. 다행히 씹어먹는데 큰 기능을 하는 치아가 아니라 임시조치를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잘 하는 편이었고, 지금도 환자분들 치아 삭제하는거나 빼는걸 극단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매일 환자를 치료하면서 조금은 무뎌졌던가 봅니다. 치과대학에서 처음 배울때 느꼈던 치아 하나의 소중함을 가족을 치료하면서 다시 느꼈습니다. 동시에, 내 능력으로 다시 살려서 예전처럼 쓰시게 해드릴 수 없는 치아를 만났을때 내가 무엇을 해드려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요양병원 완화의료 임상지침서>는 바로 그 부분을 다룬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떤것인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개념인 ‘완화의료 (Palliative Care)’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의 시작은 냉정합니다.


“언젠가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환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의 사망률은 여전히 100%이다.”


 완화의료는 포기나 방치가 아닌, 애정과 보살핌으로 환자를 ‘에워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개념은  ‘온 힘을 다해서 돌보다’라는 뜻의 ‘안락치료(comfort care)’ 즉,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식의 치료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완화치료란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가 최대한 오랫동안 최상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증상의 완화를 돕는 적극적인 치료법을 말한다.”



 이 책은 완화의료의 개념을 설명하는 섹션 1을 시작으로 임종에 대해서 다루는 12섹션까지 총 12섹션에 걸쳐서 문화적인 접근부터 환자와의 관계, 통증 조절에대한 의학적인 고려, 소아환자라는 특수상황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완화의료가 갖춰야 할 요건에서 ‘개인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지원을 제공’해야한다고 말하면서 섹션 2에서 ‘인종 돌봄에 대한 다문화적 접근’을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모든 인간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만큼 언젠가는 사망하게 되지만,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나 자세는 어떤 문화권에서 자라고 살아왔는지에 따라서 너무나 다름을 보여줍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것은 죽어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많은 환자들을 대하는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대하라고 하셨는데, 과연 나는 환자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인간의 사망률은 언제까지나 100%겠지만, 과거보다 많은 치의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제가 노력하면, 그리고 환자분들이 따라와주신다면 얼마든지 그 여정에서 조금 더 편하게 맛있는거 드시면서 살아가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연 저를 믿고 찾아온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맛있는것을 맛보고 살 수 있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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