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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철학과 심리학을 시작으로 나오던 시리즈는 벌써 일곱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시리즈 세 전째 책인 '훔친 부'와 네 번째 책인 '사랑은 오해다' 까지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짐작이 되었는데 시리즈가 다섯 권이 넘어가면서는 짐작도 잘 못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는 시리즈 일곰 번째 책인 '서열의 교양'도 제목만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짐작이 힘들었습니다.
교실에는 두 명의 왕이 있었다
일진과 학생회장
그 작은 교실은, 첫 판에 불과했다
책을 받아들고 펼치기 전에 표지 아래에 있는 위 문구를 본 순간 어릴 적 영화로 접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이상적이라면 모두가 평등해야하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 서열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의 설정 때문인듯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건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 엄석대가 사라진 학교를 다닌 주인공이 졸업한 후에 사회에 나와서 엄석대에대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고 회상하는 대목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엄석대를 떠올린게 바로 '서열의 교양'에서 말하는 '서열'이 존재하는 사회이기 때문인가봅니다.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인간을 읽는 법을 배웠고, 돈의 구조를 알았고, 사랑의 공식을 봤고, 싸움에서 한 수 위를 읽는 법을 익혔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길을 걸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모든 것 아래에 깔려 있던 게임이다. 위와 아래,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해왔으면서, 하고 있다고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게임. ... 일곱 번째 책을 펼쳤다면, 여정은 가장 깊은 바닥에 닿는 중이다.
'세계척학전집' 시리즈는 책 제일 앞에 '이 책을 읽는 법'이 나옵니다. 해당 부분의 두 번째 글은 보통 시리즈 전체와 해당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있는데 '서열의 교양'의 두 번째 글인 '긴 여정의 일곱 번째 책'에는 위와 같은 글이 실려있습니다.
Part1.각인 -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모두 알고 있다
Part2. 판독 - 서열은 언제나 다른 이름으로 온다
Part3. 도취 - 오른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
Part4. 초연 - 게임이 끝난 자리에 남는 사람
학생들이 서열에 의해서 억압받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학교'라는 공간이 오히려 인위적인 공간이고 인간이 모인 이상 서열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03 필요한 순간에 펼쳐라'에선 책의 내용을 위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파트는 평균 6명의 사상가를 소개하고 있는데, 솔직히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있던 사람은 열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책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남는 부분이자 책을 읽기 전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가장 유사한 부분은 바로 '마이클 영의 디스토피아'였습니다. 영국인 마이클 영은 1958년에 시험을 통해서 능력에 맞는 자리를 차지하게되는 '능력주의(meritocracy)'를 능력에 의한 귀족정, 즉 메리트(merit)와 아리스토크라시(귀족정 aristocracy)를 합쳐서 만들어내었습니다. 신분에 의해서 자리를 차지하는 신분제 귀족정 보다는 능력주의에 의한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일 수도 있지만, 말년에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를 반대한다'는 글까지 썼다고 합니다. 관건은 '능력주의'에서 '능력'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기준이 뭐가되었던지 위가 아닌 아래에 위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 또한 생각해야만 한다는게 '능력주의'가 만능이면 안된다는 마이클 영의 주장이었습니다.
마이클 영 한 사람의 주장도 그렇지만, '서열의 교양'에 나오는 많은 사상가들의 주장은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자는 책을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지 말라고 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펼쳐서 읽으라고 합니다. 종교 경전이나 고전처럼 끊임없이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는 못해도, 책에 나오는 20여명 넘는 사상가들의 주장을 한 번 읽는걸로 훑어보고 끝낼 책은 아닙니다. 목차만 봐서는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처음 한 번은 통독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읽던지 기간을 정해서 한 사상가를 읽던지 적당한 반복과 되짚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