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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ㅣ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무협지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무협지 속 무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실력을 전부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체계적인 배경을 가진 무인일수록 서푼의 실력을 감추는걸 당연시 합니다. 돈이 걸린 싸움 도박장에서 실력을 키운 무인 하나는 반대로 실력 이상을 가진듯이 행동했습니다. 길고 짧은건 대봐야 하는 판에서 실력을 감추는건 미련한 짓이라고 하면서, 소위 명문정파 출신들은 자신들처럼 상대방도 실력을 감추겠거니 짐작하다보니 오히려 허세를 부리는 자신을 더 높게 봐주기에 유리하다는 지론이었습니다.
세상은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 없다.
어떤 '척'을 내보이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세계척학전집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싸움의 교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문구를 읽는 순간 위에 말한 무협지 속의 무인이 떠올랐습니다. 그 무인은 실제로 자신의 실력보다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허세만큼의 실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과 노력도 있었음은 당연합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바로 무협지 속 대부분의 무인들과 같은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진 것을 다 내보이지 않고 살짝 감추는 편이었습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내가 실수한게 있어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보다 적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겁니다. 여태까지 스스로 예상하고 있던 것보다 적게 가지고 있었던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싸움의 교양>> 표지 제일 아래쪽에 쓰여진 '같은 힘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한 수'가 어떤게 있을지 진심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세상은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 없다.
사람들은 당신의 본질에 반응하지 않는다. 당신이 내보인 신호에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배웠다. 진심이 통한다고. 실력이 있으면 알아봐 준다고. 노력하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하지만 따라오지 않았다.
제가 딱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진심은 통한다'를 믿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렇다고 '노력'에 항상 결과가 따른다고 생각하거나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진심'이 있다면 누군가 알아봐줄꺼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싸움의 교양>>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같은 힘이 있어도 설계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고, 이런 설계를 "척"이라고 지칭합니다. 세계척학전집 시리즈 다섯 번째 책에서 비로소 시리즈의 이름이 세계'척학'전집인 이유를 알게되었습니다.
척학(尺學)이란 무엇인가. (중략) 진실을 가장 강한 형태로 배치하는 것이다.
<<싸움의 교양>>은 시리즈의 이전 책들처럼 챕터별로 한 사람 씩을 다루고 있습니다. <<싸움의 교양>>은 전부 스물 네 개의 챕터가 있으니 스물 네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간파, 장악, 심전, 불패'라는 네 개의 파트로 나눠놓긴 했지만, 각각의 챕터가 별개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곳만 펼쳐서 읽어도 됩니다. 이전 책들처럼 <<싸움의 교양>>도 이 책을 읽을 때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고 원하는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도 있다고 책 속에 설명이 있습니다. 이전 책들에서도 두 가지 읽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둘 중에 더 권하는 방법을 추천했었는데, <<싸움의 교양>>을 읽을 때는 원하는 부분을 먼저 읽는 '작전 경로'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책을 읽는 것보다 독자가 원하는 판에 적용하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나온 네 권의 '세계 척학 전집'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던 내용이 <<싸움의 교양>> 책 말미에 나옵니다. 360쪽에 있는 '다음 판 앞에서'가 담고있는건 '질문'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각자가 서있는 판이 달라서 답을 줄 수는 없다고 합니다. 대신에 '다음 판 앞에서'에 있는 여러 질문들을 통해서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전에 나온 '세계 척학 전집' 시리즈를 다 읽었으니 <<싸움의 교양>>이 벌써 다섯 번 째 '세계 척학 전집'입니다. '세계 척학 전집'의 저자는 책을 순서대로 읽거나 필요한 부분부터 읽는 방법 말고, 천천히 읽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싸움의 교양>>이 담고 있는 스물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단순히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 천천이 읽기입니다. 천천히 읽고 나에게 적용할 때 비로소 책 속 내용이 멋진 장식에서 쓸모있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