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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희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19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5월
평점 :
첫사랑이 학교에서 단체로 궁으로 견학온다기에 무작정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가 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덕분에 할 수 있었던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당시에 견학을 왔던 궁궐이 창덕궁입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서울 생활을 시작한 저는 창덕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지하철, 버스에 이어 택시까지 타고서 창덕궁 앞에 도착하고서야 시내로 오가는 길에 자주 다니던 길목이라는걸 알고 어찌나 허탈했는지 모릅니다. 뛰어서 가는 편이 더 빨랐을텐데 괜히 여러 교통편을 이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늦어져서 엇갈릴뻔 했었습니다.
멀지 않은 서울 속에 있는 궁궐에 너무 관심이 없었고 잘 모른다는걸 그 때 깨닳았습니다. 그 뒤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궁을 알아가려 했고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운현궁 등을 여러차례 찾아가보고 사람들을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경희궁 : 궁궐로 떠나는 힐링 여행>> 제목을 본 순간 경희궁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분입니다. 2000년부터 시민 NGO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의 배잘견' 소속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셨다고 하는데,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등 개별 궁 뿐만 아니라 궁궐에 있는 문양에 대한 책도 저술하셨습니다.
책은 광해군 시절 경덕궁으로 시작한 경희궁의 역사로 시작합니다. 조선 5대 궁궐 중 하나였던 경희궁은 그에 걸맞는 규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다양한 공간이 있었기에 각각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경희궁은 워낙 훼손이 심한 상태인지라 책에서는 현재 사진과 함께 과거 경희궁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서궐도안>과 <서궐도>도 곳곳에 많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가장 기억나는 대목이자 안타까운 대목이 바로 14장 '훼손된 경희궁'입니다. 특이한 점은 경희궁 훼손의 시작이 일제시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희궁은 고종 시절 경복궁 중건을 위한 건축재로 활용하기 위해 헐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궁역이 잘려나가는 등 훼손이 계속되었고, 그런 상황은 광복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아서 경제 상황이나 잘못된 역사 인식 등으로 인해서 훼손이 심회되었습니다.
비단 14장에서 뿐 아니라 책 전체에서 훼손 후 가장 복원률이 낮은 경희궁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잘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경희궁이 대충 어디쯤에 있다는것만 알았지 현재 경희궁이 이렇게 훼손이 심하다는걸 전혀 몰랐습니다. 아니 책 서두에 저자의 설명처럼 해머링 맨을 언급할 때서야 정확한 경희궁의 위치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경희궁 : 궁궐로 떠나는 힐링 여행>>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경희궁에 대한 책 뿐만 아니라 다른 궁을 다룬 저자의 다른 책도 구입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