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 - 실재에 대한 통전적 앎을 위한 과학과 신학의 연대
이안 바버 지음, 김연수 옮김 / 샘솟는기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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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와 현대를 가르는 기준이 어디쯤인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세가 신학의 시대였고 현대가 과학의 시대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중세와 현대의 시간차 만큼이나 신학과 과학 사이는 멀어만 보입니다. 중세 이후 인류가 발전해서 현대 문명을 이룬 것처럼 신학보다 과학이 우위에 서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신학과 과학은 함께 하기엔 너무 먼 사이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의 저자인 이안 바버는 핵물리학자입니다. 동시에 종교학을 가르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안 바버는 스스로의 삶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나는 20대에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데에, 30대에는 종교학을 가르치는 일에, 40대에는 '과학과 종교'를 연결하는 일에, 50대와 60대에는 '기술과 윤리'를 연결하는 일에에, 그리고 70대에는 '진화와 인간의 본성과 환경윤리'를 연구하는 데에 헌신했다."


이안 바버는 아서 피콕, 존 폴킹혼 등과 함께 과학과 신학 양쪽을 잇기 위해서 노력한 대표적인 학자입니다. 이안 바버의 저술 중에서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만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이 번역되었고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의 원서가 22년 전인 2002년에 출간되었지만, 과학과 신학의 관계를 바로잡는 시작으로는 넘치는 책입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 제일 앞에 있는 '책에 들어가기 전에'서 저자는 오늘날(책이 저술된 2002년이 기준이지만 2024년인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현대 과학이론들이 종교적 사유를 향해서 다섯 개의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말합니다. 그런 다섯 개의 질문 하나하나를 2장부터 6장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2. 하나님과 진화

3. 진화과 유전학 그리고 인간

4. 신경과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인간

5. 과정 신학적 관점에서의 하나님과 자연

6. 신학과 윤리학 그리고 환경


서문에 해당하는 '책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다음에 나오는 1장의 제목이 또 '들어가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네 가지 모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각 갈등 모델 Conflict, 독립 모델 Independence, 대화 모델, 통합 모델 Integration 입니다. 이 네 가지 모델은 저자의 전작이자 유일하게 번역본이 있는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에 소개했던 내용입니다.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는 특정 과학 분야들마다 각각의 모델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살펴보는 책입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에서는 네 가지 모델 중에서 이안 바버 스스로 가장 밝은 전망을 가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는 네 번째 통합 모델에 한정해서 의견을 개진합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부인하는 견해들에 관한 반박 사안을 검토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 긍정적이라고 여기는 견해를 발전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이 무언가 결론을 내리려는 책이라기보다 신학과 과학 양쪽을 이어나가고 양측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책임을 감안하면 적절한 방향입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을 읽기 위해서 과학에 대한 지식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학이나 철학 이론이 배경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마도 유사 자연과학도인 제가 과학적 사고는 익숙하지만 신학이나 철학 이론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의 시대라 할 수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와 유사한 상황일꺼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은 20여년 전 책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긍정적이라고 여기는 견해를 더 발전시키는 시작점으로는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저자가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을 저술한 2002년 서구 사회과 비교했을 때 현시대 대한민국에서 과학과 신학의 관계는 전혀 발전이 없는 상황이기에 <자연 인간 그리고 하나님>이 반갑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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