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그리스도인 - 소설은 한 사람을 알게 하는데 그게 나일 수 있다
이정일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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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로빈 훗을 읽었습니다. 영국 설화 속 로빈 훗이 혹은 제가 읽은 소설을 쓴 작가의 로빈 훗이 뛰어다닌 셔우드 숲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시절 제가 알던 로빈 훗은 제가 학교를 오가던 길에 있던 소나무밭 한가운데 있는 공터에 살았습니다. 소나무밭 저쪽 끝에 있던 개울에서 리틀 존과 몽둥이 싸움을 했고, 소나무 밭 주변에 있던 아파트와 소나무밭 사잇길을 지나던 터크 수사를 만났고, 제가 친구들과 오르내리던 코끼리 바위와 거북이 바위에서 동료들과 모임을 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 이렇듯 한 시대와 다른 시대가 교차하고, 소설이 제 삶 속으로 들어오거나 혹은 제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소설 읽는 그리스도인>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소설 읽는 그리스도인>의 작가는 영문학과 신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에서 영어권 소설, 과학소설, 세계문학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2022년부터 소설 읽기 멘토링을 하고 있고, 독서 모임을 하면서 소설을 통해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영적 자극을 받는 경험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별 생각없이 지나간 책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 중 독서 모임과 소실 읽기 멘토링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 책을 읽은 후 눈에 들어왔습니다. 짧은 호흡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고 느껴졌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책은 '삶의 의미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면의 변화는 나이테 같은 흔적을 남긴다', '어떻게 소설이 묵상을 힘 있게 만드는가' 이렇게 총 3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각각은 3~4개씩의 장을 포함하고 있고, 각각의 장 속에서는 소제목 아래에 글이 이어집니다.


프롤로그인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구'와 '하나님의 꿈은 우리 모두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는 것'이라는 에필로그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을 제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찬찬히 읽다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지면서 동시에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어버리고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어버라고 살았던 부분, 잊고 살아도 당장 삶을 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였지만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할만큼 중요한 무언가를 다시 볼 수 있기 위해서 소설을 읽어야만 합니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책 후반부에 나오는 '소설의 쓸모'라는 소제목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산업혁명 시기에 소설이 장르로 자리매김 하면서 개인의 발견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사회 혹은 인류 전체에게도 의미가 있었고, 소설을 읽는 한 사람의 개인에게도 똑같이 작용합니다.


책 내용은 작가가 다른 이야기를 읽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제목은 '소설 읽는 그리스도인'이지만 소설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아예 프롤로그부터 처음 다루는 작품이 영화이기도 하고,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야기 형태'가 '문자 언어로 표현'되다가 '20세기가 되면서 음악, 영상, 사이버 세계'로 스토리텔링이 확장되면서 '이야기'라는 단어로 부족해지자 '내러티브'라는 용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형식이 무엇이건 간에 빈칸을 두고 표현될 수 밖에 없고, 그 빈칸을 채워나가던지 그 속으로 들어가던지 결국 읽어가던 우리는 변하게 됩니다. 바로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작가는 주장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책에서 작가는 소설, 영화, 드라마, 산문집 등 다양한 작품을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되도록 많은 말을 해주고 싶어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선에 따라선 산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가장 원하는 바가 자신이 소개한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아니 꼭 그 작품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읽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제게는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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