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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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갖가지 OTT 서비스가 많습니다. 몇 달 전 우연히 시작하게 된 OTT 덕분에 오래 전 드라마를 몇 개 챙겨봤습니다. 그렇게 본 드라마 중에 작품 속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쓰였습니다.


새는 힘들게 싸워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숴야만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드라마 속에서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여자주인공이 신입PD인 남자 주인공에게 인용된 구절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구절이 궁금해서기도 했지만, 사실 남주 주인공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여자주인공은 소속사라는 그 때까지 쌓여있던 알을 성공적으로 깨고 나왔습니다. 한 세계를 부수는데는 성공했지만, 신을 향해 날아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어떡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래도 그런 과정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여자주인공은 만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에서 데미안이라는 작품을 가져다 쓴걸 보면서 그리고 인용구를 보면서 성장하려는 누군가에게 참 어울리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데미안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나온 데미안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릴 때 읽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에 저는 데미안보다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더 좋았습니다. 아마도 작품을 읽을 때 쳐해있는 상황이 데미안의 주인공 보다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과 더 비슷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데미안이 워낙 유명하다보니까 이상하게 데미안 보다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직관적인 성장소설은 누가 뭐라해도 데미안입니다.

 

 열림원에서 이번에 나온 데미안은 서강대학교 유럽문화학과 김연신 교수가 2013년에 suhrkamp에서 출간된 책을 대본으로해서 새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책 말미에 번역가인 김연신 교수가 직접 쓴 작품 해설이 있습니다. 데미안 작품의 해설에 그치지 않고, 우리말로 번역된 데미안의 역사에서부터 새로운 번역에서 지향한 점 등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최신 번역이 무조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품 번역으로 끝나지 않고 어떤 점을 지향했는지 알려주는 이런 번역가의 글이 번역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작품을 접할 수 밖에 없는 독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장점을 알아주는 독자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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