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군주론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9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용준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평점 :
<<군주론 :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은 고전입니다. 고전은 누구나 읽으면 좋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책입니다.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고전이 읽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고전이 읽기 힘든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실제로 고전의 내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고전이 씌여진 시대가 지금과 차이가 많이 나서 쓰여진 배경이나 책 속 에피소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 익숙하지 않은 문체나 문장 등이 있을 것입니다.
'군주론'이 읽기 힘든 이유에 내용의 방대함은 거의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 굳이 따지자면 '군주론'이 읽기 힘든 이유 중에서 내용이 어렵다는 부분도 읽기 전에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두 가지는 당시 시대상을 잘 모른다는 배경 지식의 부족과 번역본들의 문체나 문장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는 군주론을 읽어나갈 때 걸림돌이 된 두 가지 중 문체나 문장의 어려움을 최대한 잘 제거해준 책입니다. 거기에 군주론과 함께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도 함께 실려있어서 마키아벨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주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대해서 책 한 권으로 모두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국의 여러 고전들이 한글로 번역된 양이 많지는 않지만, '군주론'은 비교적 많은 번역이 이루어져서 시중 은행에서 수많은 판본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제 책장에도 예전에 구입한 '군주론'이 한 권 있습니다. 비교를 위해서 꺼내든 책장에 있던 '군주론'의 역자 서문 속에는 '수많은 번역본이 출판되어 누가 정확하게 번역하느냐의 문제는 이미 끝난 얘기이고, 누가 유려한 문장과 충실한 주석과 아름다운 제책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군주론, 신복룡 역주, 을유문화사)'는 대목이 있을 정도입니다. 정확하게 번역하느냐의 문제는 이미 끝난 얘기라는 해당 책 역자의 의견에 동의하는바는 아니지만, '유려한 문장과 충실한 주석과 아름다운 제책'이 중요하다는 대목에는 완전히 공감합니다.
그런 면에서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는 최소한 유려한 문장과 아름다운 제책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이라는 부제를 달고있을만큼 '읽기 쉽게 풀었느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은 쉽게 읽혔습니다. 여전히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통일되지 않았던 이탈리아의 시대를 잘 알지는 못하기에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부분은 바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문장의 어색함이나 문체의 난해함이 책읽기를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 손에 잘 잡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름다운 제책이라는 부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충실한 주석이라는 측면에서는 애매합니다. 우선 '군주론'과 그 속편이라는 얘기도 듣는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가 동시에 들어있고, 책 앞 부분에서 청년기/공직기/저술기로 나눠서 마키아벨리의 일생을 다룬 부분이나 그의 저서에 대해서 알려준 부분 등을 봐서는 적절한 주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에 해당하는 '군주론'과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 부분에서는 주석이나 설명이 부족한 편입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는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을 강조하고 있는 책인만큼 읽기 쉬운 문장의 장점이 큰 책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결과물인 책은 충분히 읽기 쉽고 좋은데, 그 시작이 정확히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책 앞부분의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그의 저서'부분과 역자의 이력으로 짐작해보면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가 이태리어에서 직접 번역을 한 책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을 강조한 책이니만큼 굳이 원어에서 직접 번역해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번역의 원 저작이 무엇인지는 밝혀주어야 합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는 정말 쉽게 잘 읽히는 '군주론'입니다. 몇 번 시도끝에 어거지로 읽었던 '군주론'을 덕분에 제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주론'을 읽고나니까 읽을때는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군주론'의 내용이 어렵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공화주의자라고 알려져있고 '로마사 논고'로 공화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과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에서는 이상적인 군주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거기에 책을 읽는 동안 내도록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통일되지 않은 이탈리아가 현대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서평을 위해서 다시 책을 훑어볼 때 눈에 걸린 대목 때문에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옷을 잘 차려입고 재치 있고 예리하게 말하는 것이었으며, 가장 교묘하게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책 앞의 마키아벨리의 청년기에 대한 부분에 나오는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역사>>에서 언급한 당시 피렌체 젊은이들에 대한 묘사입니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가 당연히 같지 않겠지만, 그 본질은 유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군주론'을 비롯한 마키아벨리의 저서를 좀 더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아직 '군주론'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군주론을 읽어보고 싶어한다면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을 권하겠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그리고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가 완벽한 책은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은 후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혹시 읽은 후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저처럼 또다른 판본이나 마키아벨리의 다른 저작을 찾아 갈테니까 그 또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