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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 자기만 집 >
- 전경린 지음
- 288p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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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작가의 <엄마의 집>이 출간 18년 만에 돌아온 개정판 <자기만의 집>
▪️ <주옥같은 문장들>
✔️“을씨년스러운 늦겨울 아침이었다. 창문을 여니, 회색 하늘 위에서 서커스 소녀들이 공중그네를 타는 듯 휘파람 섞인 바람이 불어왔다.” _ p.9 첫 문장
✔️“세상의 어둠과 시간이 점액질처럼 끈끈하게 고여 영영 흐르지 않고 나를 가둘 것만 같았다.” _ p.86
- 전경린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하는 거였다.
그런데 책을 펴고 첫 문장을 딱 읽는 순간, ‘아, 이 책, 보통 아니다. 느낌이 온다, 와.’하고 바로 생각했다.
문장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 시작부터 밑줄 한번 치고 시작했는데, 그 뒤로 책을 덮기까지 엄청난 양의 인덱스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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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란, 아홉 살이나 된 아이를 눈앞에 두고도 제멋대로들이다.” _ p.62
- 뿔뿔이 흩어진 가족, 이기적인 아빠와 세속적인 엄마.
그 사이에서 상처받아 방황하며,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는 호은.
✔️“내가 얼마나 많이 나이를 먹어야, 타인의 인생처럼 엄마 아빠와 거리를 둘 수 있을까.” _ p.241
- 아빠가 맡기고 간 승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연대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엄마에게 있어서 ‘집’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천천히 이해하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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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란 뭘까? 작가가 말하는 ‘집’이란 안정을 찾아가고,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곳.
그림을 그만두고 돈이 되는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점점 세속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던 엄마 ‘윤선’에게 ‘집’이란 앞으로 나아갈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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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엄마인 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 일, 집, 생활>
제목 때문일까,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의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얼마 전 우리 아이가 나에게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은 일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꿈? 글쎄, 00이가 행복하게 잘 자라는 거?”라고 급한 대로 얼버무렸다. 그러곤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예전엔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나이에 꿈? 되고 싶은 거?
생각해 본 지 오래라는 것을 깨달았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한창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잘 지내고 있는 요즘.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며, 내가 먼저다.” 생각하자 결심했었는데, 자아를 놓고 지낸 게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윤선’이 더 대단해 보였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상처를 받을지언정 나아갈 용기를 놓지 않고, 끝에 가서는 가족의 행복과 본인의 행복 사이의 균형을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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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_ p.121
- 문장들도 너무 좋아서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과 인덱스로 엄청난 흔적을 남기면서 읽었다. 잔잔한 내용과 여성이 연대와 사랑, 이해의 과정들에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집중력이 좀 떨어져서 온전히 몰입해서 읽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쉬워서, 꼭 재독해 보고 싶은 책 중 한 권.
✔️“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omonade! 생은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 _ p.278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설을 원하시는 분들 꼭 한번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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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아빠에게서 엄마에게로 가서 태어났다. 그토록 자발적으로, 그토록 맹렬하게 달려가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내가 태어난 이유는 모른다 해도 그 의미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_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