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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평점 :
<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 원형준 지음
- 452p
- 비욘드날리지 (@beyond.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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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커버의 예쁜 책 :)
보라색 북자켓을 벗기면 유광의 멋진 표지가 드러나는데,
‘피에르 오거스트 코트’의 <폭풍우, 1880년>라는 작품이다.
나는 이 유광의 속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손으로 계속 쓰담쓰담, 몇 번을 보고 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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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술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그림 속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작가나 색, 구성보다는 그림에 담긴 내용이 알고 싶었다.” _ p.13 들어가는 말 中
- 미술 서적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책을 몇 권 봤었는데, 이 책은 여타의 다른 미술 서적과는 다르다. 미술 사조, 작가의 생애를 따라가며 만나는 책이 아니라 시간을 역행하며, 작품 속 메타포들을 살펴본다.
나처럼 미술에 무지한 사람이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치 미술관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미술 사조나 미술 용어, 개념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저자가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잘 몰라도 읽다 보면 ‘아, 르네상스가 이런 느낌이구나, 인상주의는 이런 느낌이구나.’ 감이 온다.
절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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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잊지 말라. 나는 결국 죽을 존재니 오만하지 말라. 매 순간순간 죽음을 삶의 지침으로 삼으라는 것이 바로 바니타스(vanitas) 그림이다.’ _ p. 20 (1관 ‘프랭크 캐도건 카우퍼’ <허무> 中 )
‘인간의 뿌리는 자연이며, 자연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자연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인간은 자신에 대한 감각의 상실, 불안, 공허, 외로움을 겪게 된다.’ _ p.129 (3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의 방랑자> 中 )
- 이 책이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작품을 설명할 때, 그에 반대되는 느낌의 작품을 함께 보여주어 그 차이를 명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의 작품과 신고전주의의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또한 작품의 디테일을 크게 확대해 볼 수 있게 해준 것 또한 아주 좋았다.
거대한 그림이나 천장화, 조각상들은 자세히 보는 것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확대한 사진으로 작품의 표정이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게 맘에 들었다.
■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
1. 카날레토 <대운하의 레가타>
- 나는 아직 다녀오지 못했지만, 여행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내 로망이 된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다. 카날레토는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예술가라고 한다. 책에서 소개해 준 베네치아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화집을 하나 사볼까 생각이 든다.
2. 프라 안드레아 포초 <성 이그나티우스의 영광>
- 교회의 기둥과 이어지는 천장에 있는 천장화이다.
진짜 건축물과 그림의 경계가 모호해 보일 정도로 아주 사실적인 그림인데, 끝도 없이 펼쳐진 천상의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3.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다비드>
-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다비드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너무 좋았다. 조각상이 금방이라도 골리앗에게 돌을 던질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자세와 입을 앙다문 표정이 살아있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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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만 쓱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메타포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그 설명이 또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서 미술관 감상하는 느낌으로 아주 천천히 읽었다.
미술 서적을 보면서 이렇게 세세하게 작품을 감상했던 건 처음인 것 같다.
판형이 큰 책은 아닌데, 작품의 사진이나 인쇄의 퀄리티도 꽤 만족스러웠다.
미술에 흥미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 감상해야 할지 모르는 초심자들이 읽어보면 아주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