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동물의 탄생 -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
베서니 브룩셔 지음, 김명남 옮김 / 북트리거 / 2025년 2월
평점 :
< 나쁜 동물의 탄생 >
-508p
#베서니브룩셔 지음
#북트리거
■ < 유해동물 >
- 유해동물이란 뭘까? 어떤 동물이 유해동물일까? 흔히 유해동물이라고 칭하는 동물들은 처음부터 미움받았을까?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책의 시작은 ‘청설모’로 시작한다.
“유해동물이란 결국 관점 문제다.” _ p.21
- 내게는 산이나 나무가 많은 곳에 가면 운이 좋게 만날 수 있는 친구이지만, 저자에게는 정성껏 기른 토마토를 먹지 못하게 만드는 ’그 망할 청설모(이름은 케빈)‘,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쥐만 보아도 어느 곳에서는 신성한 동물이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역병 취급을 받는다.
■
- 책에서는 위와 같은 관점으로 여러 동물을 바라본다.
청설모, 쥐, 비둘기, 뱀, 코끼리, 고양이, 참새, 라쿤 등.
이러한 동물들이 어떻게 지금의 장소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어떻게 개체수를 늘려가는지, 과거에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 현재는 어떠한지, 다양한 동물의 역사를 들여 볼 수 있다.
■
“생쥐는 우리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살려고 그러는 거죠.” _ p.137
- 동물들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인간일 수도 있다. 자연은 인간의 것이 아님에도 인간들은 필요 없고, 목적이 없는 동물들을 죽이고 없애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다. 유해하다 느껴지는 동물들을 죽이는데 죄책감 또한 거의 없다.
동물들은 바뀐 것이 없다.
그저 먹을 것이 있으니 사람들 주변으로 향하고, 지낼 곳이 있으니, 그곳에 있는 것일 뿐. 과거엔 쓸모 있던 동물(예를 들어 비둘기)이 지금은 대체제가 생기고 보기 싫은 존재가 되었을 뿐, 동물에게는 죄가 없다.
“유해동물은 우리가 자연을 속속들이 이해한다고 자신할 때 자연이 우리에게 들어 올리는 가운뎃손가락이다.” _ p.42
■
“더 나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게으름과 범죄와 유해동물을 보지만, 실제 그곳에 있는 것은 인종차별의 영향과 기회의 부족, 또는 단순한 가난이다.” _ p.37
“궁극의 이유는 식민주의입니다.” _ p.191
병균이 옮을 거라며 피하고, 하수구에 살고, 쓰레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유해동물이라 불리는 동물들, 그러한 인식이 가난에 대한 혐오, 또한 질병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식민주의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나는 저런 동물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내 주변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오만하다.
■
“코끼리가 케냐의 자연과 경제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존중하지만, ’친화적‘이라는 표현은 차마 쓸 수 없다. (...) 그들에게는 대체 어떤 코끼리가 있는 거죠?” _ p.210
반대로 코끼리와 같은 예도 있다.
초원을 걸어 다니며 인간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코끼리, 무리와 평화롭게 살아가는 코끼리. 이것도 서구사회, 돈을 들고 관광 하러 오는 사람들의 인식이라 말한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굶주린 코끼리에 의해 집이 망가지고 농사를 망치지만, 함께 살지 않는 이들은 코끼리는 생각해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이기적이라 할 수 있다.
■
책을 읽는 내내 유해동물은 인간이 아닐지 생각했다.
쥐, 벌레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면 동물을 없애는 게 우선이 아니라, 최대한 모두가 청결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계속 자연의 주인인 양 살아가다가는 우리의 안온한 일상 또한 금세 흔들리게 될 수 있다.
나도 덕분에 동물과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유해동물에 관한 인식의 전환에 대해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