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보들의 배 - 어리석은 삶을 항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팀 구텐베르크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바보들의 배 >
-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 364p
■ < prologue >
“이 낡은 목선은, 온갖 어리석음을 머금은 별난 인간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실어 나른다. (...) 이 여정은 온통 잃어버린 길, 부패한 조타, 지친 노 젓기, 그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어리석은 무리들의 끝없는 독백이다. (...) 위장된 미덕은 없고, 교훈도 없다. 오직 무지와 허언, 헛된 욕망만을 휘감은 이들이 어둠 저편으로 미끄러져 갈 뿐이다.” _ p.4~7
- ‘바보들의 배(The ship of fools, 1494)’는 르네상스 시대의 베스트셀러이며,
<우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낳았습니다.
책에는 총 60가지 바보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
- 책을 펴자마자 등장한 첫 번째 바보 ‘쓸모없는 책 수집에 집착하는 자’ ㅋㅋ
보자마자 시작부터 뜨끔하고,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ㅋㅋㅋ
하지만 ‘쓸모없는 책을 모으는 것은 아니니, 괜찮다.’ 스스로 자위해 봅니다.
“까마귀처럼 ”내일,내일“(cras, cras)을 외치며 자신을 고칠 기회를 미루는 자는, 우리 어리석은 이들의 배에 탑승해 함께 노 저어가야 할 인물이다. (...) 신께서 그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을 허락하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_ p.185
- 이 외에도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며 변화하지 않는 자‘, ’사소한 일에 크게 노하는 자‘ 등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의 바보 이야기들도 많았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저는 ’탐식과 주정으로 파멸하는 자‘를 사진으로 찍어 남편에게
보내주기도 했어요. ㅋㅋㅋ
■
-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바보들의 모습도 많아요. ’빚을 지고 돌려막기를 하는 자‘, ’학식과 덕이 부족해도 재물이 많아서 존경받는 부자‘, ’회개 없이 신에 대한 믿음만으로 죄를 면하려는 자‘ 등등.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오직 탐욕으로 성직에 오른다. 그 결과 신의 재화와 그리스도의 유산은 어린 어리석은 자들에 의해 헛되이 낭비되고, 세속적 사치와 방탕에 사용된다.” _ p.181
- 르네상스의 특징인 기독교 중심의 인본주의. 부패한 교회와 성직자에 대해 탄식하며 정화하고자 하는 의지. 인본주의라고는 하나 바탕에는 기독교적 믿음이 깔려있으므로 성서를 멸시하거나, 신의 섭리에 맞선다거나, 탐욕스러운 성직자, 교회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 등의 바보들도 여럿 등장합니다.
“탐욕이라는 질 나쁜 뿌리 하나가 천 가지 해악을 낳는다. 거기에 시기, 오만, 비참함, 수치까지 더해진다.” _ p.29
-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것보다 이성의 가치를 높게 사는 경향이 강했나 봐요. 탐욕, 식욕, 성욕 등 무절제 삶을 사는 것, 나태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 것 등을 통렬하게 꼬집습니다.
■ < epilogue >
“결코 쉽사리 끊어낼 수 없는 이 고질적인 굴레는 인류가 지속되는 한 멈추지 않을 항해 같다. (...)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과거가 필연적으로 다음 세대로 전수될 때, 그 흐름을 끊어내는 일은 더없이 지난하다. 쉬이 사라지지 않는 세월의 먼지와도 같다. (...) 바람은 여전히 불고, 바다는 흔들린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 닻을 들어 올릴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묵직한 결연함이 깃든다.” _ p.362
- 바보들의 일러스트도 보는 재미가 있었고요. 이 책의 본문도 공감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좋았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참 인상적이고 좋았어요.
나 또한 스스로 <바보들의 배>에 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건 각자의 선택일 거예요. 제 어리석음을 인지하고 후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사소한 것이나마 노력해 봐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흔한 고전이 아닌 책을 찾으신다면 <바보들의 배>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