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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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 <톰 행크스 최초의 장편소설>



✔ “사람들은 다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_ 톰 행크스



세계적인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인 톰 행크스가, 그가 평생 몸담았던 영화 세계를 소설로 풀어냈다. 그의 첫 장편소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



✔ “난 어떤 영화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싫다는 감정을 합리화하기에는 영화는 너무나 만들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p.13)



-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히 ‘톰 행크스의 소설’이라서가 아니다.

나도 잠시나마 영화인을 꿈꿨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화 현장에 있었고, 그 세계의 힘듦에 지쳐 도망치듯 떠났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고, 그런 미련과 그리움을 안고 책을 펼쳤다.



▪️



-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빈티지 히어로 만화책에서 영감을 받은 감독 ‘빌 존슨’이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완성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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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만들기란 자기가 일으킨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군요. (...)

쫄보는 못 할 짓이네요.” (p.170)



✔ “영화 만들기는 제 생각에, 약한 사람이라면 뼈가 부러질 만한 압박감을 안겨요. 인정사정없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고......” (p.185)



- 촬영 53일간의 에피소드들, 장소 헌팅, 캐스팅, 스태프 회의 등 영화의 ‘화려함’보다는 그 뒤를 지탱하는 ‘성실함’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읽는 내내 내 첫 회의, 첫 촬영 날의 설렘이 떠오르기도 하고…

약간 PTSD 오는 기분도 들었다. ㅋㅋ



▪️



- 책엔 은근한 유머도 많은데, 특히 여기서 터졌다.



✔ “OKB는 길 이쪽저쪽을 지그재그로 오가면서 그럴 거라는 예고를 듣지도 예행연습을 하지도 못한 포커스 풀러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p.359)



- 감독 빌 존슨과 대립하는 주연배우 OKB. 얄밉지만 귀엽게 보이기도 했던 캐릭터다.

그런데 지난 촬영 재촬영하자는 건 선 넘었지... 현장 세팅 어쩔 거야... 스태프 생각 하나도 안 하는 놈. 넌 아웃이야.



하지만, 이 혼란 속에서도 감독은 큰 결단을 내리고, 스태프들은 빡센 일정 속에서도 프로페셔널하게 움직인다.



진심과 사랑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영화지.





▪️



- 이 책은 흔한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 소설이 아니다.

영화라는 ‘한 편의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 과정이 아주 디테일해서 소설이라기보다 다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촬영의 고됨과 제작진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원래도 영화 끝나고 엔딩 크레딧 다 보고 나오는 편인데, 이젠 거기 나오는 모든 이름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또한 톰 행크스가 ‘배우’라는 이름을 넘어 영화 제작자이자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분들,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 그리고 시네필이라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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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 - 우리는 왜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김정 지음 / 호밀밭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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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


▪️<8년만의 개정판>

 

✔ “너를 통해 나의 보잘것없던 세상은 놀랍도록 확장하고 있다.

너는, 너는, 쏟아지는 너는, 축복이다.” (p.11)

 

- 저자 김정의 육아 에세이 <딸, 엄마도 자라고 있어>가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

✔ “너와 네 동생을 목숨보다 아끼고 사랑하지만 온전히 나를 내어놓은 채로 시간과 공간의 공백을 떠받들고 살아내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어. 더 비참한 사실은 그 고통 뒤에 엄청난 죄책감이 폭풍처럼 밀려와 엄마를 너덜너덜하게 만들고서야 끝난다는 거야.” (p.21)

 
✔ “나는 매번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61)

 
- 나도 어느덧 아들을 키운 지 8년이 되어 간다.

작가님이 육아를 할 당시의 상황이 나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근무지 이동으로 난생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지내게 되었고, 남편의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인해 오롯이 혼자 육아를 감당했다.

항상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밖에서 걷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는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길에서 유모차 밀며 울기도 하고, 화를 내고 죄책감이 몰려와 아이를 끌어안고 또 울기도 했다.


그땐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나만 나쁜 엄마, 부족한 엄마,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데,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다들 그러면서 아이 키우는구나. 그래, 나는 최선을 다했어.”


▪️


✔ “잘 해내고 싶었으나 번번이 잘 해낼 수 없었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너무 미웠고, 너무 행복했지만 너무 불행했다.” (p.139)

 

- 두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동지애와 함께 안쓰러움도 느껴졌다.


항상 농담처럼 말한다.

아이는 100만큼 예뻤다가 갑자기 95만큼 미워지고, 그러다 금세 또 100만큼 예뻐진다고 ㅋㅋ (나만 그런가?)

 
아이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가도, 아이 때문에 바닥까지 우울해지는 날도 있다.

 
그래도 95만 미워지는 게 어디야. 금방 또 100만큼 예뻐지니까, 매일 조금씩 아이에 대한 사랑도 더 커지는 거겠지.

 
▪️

 
✔ “결과도 성과도 없는 이 육아라는 전선에서 그냥 살면 좀 어떤가. 경력 단절 전업주부로 그냥 좀 살면 어떠하리. 누구도 그냥 살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가만 보니 비난은 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 (p.153)

 
- 전업주부로 지내는 게 가끔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한때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고.


소극적이고 사교적이지 않은 나와 달리, 동아리에도 나가고 친구도 사귀며 글을 써보는 작가님은 참 멋져 보인다. 나에겐 인스타그램에 글 몇 자 올리는 것도 큰 용기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조금 더 대담해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개정판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변화가 있다. 1부의 짧은 글 끝마다 작가님의 딸이 직접 코멘트를 달아주었는데, 이 부분이 정말 따뜻하고 좋았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편지를 한번 써볼까?

그리고… 나도 답장 받고 싶다. ㅋㅋ

 
요즘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듦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육아에 지쳐있는 분들, 혹은 아이는 없지만 책을 통해 과거의 엄마를 이해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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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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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

▪️<신박한 표지>


- 일단 이 책은 독특한 책 디자인을 꼭 집고 넘어가야 한다.

이 책의 목차는 간단하다.

<김혜정>, <노균탁>, <작가의 말>


김혜정은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대표하고, 노균탁은 사건의 가해자, 가해자 가족을 대표한다.

책에는 뒤표지라는 것이 없다. 어느 쪽을 보아도 뒤집혀 있을 뿐 앞표지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경험을 하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런 딜레마를 나타내주는 뛰어난 표지이다.


▪️ <피해자 김혜정>

✔ “실수는 남의 발을 밟은 게 실수야, 물을 엎지른 게 실수라고!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_ p.53


-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엄마 김혜정. 답답할 수도 있는 노인 민원을 처리할 때도 항상 친절하다. 그런 혜정의 딸 연희가 어느 날 등굣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것도 70대 노인의 운전미숙으로.

나도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혜정에게 몰입해서 읽다 보면, 저 속이 얼마나 괴로울까? 나까지 속이 뒤집히면서 눈물 난다. 말 그대로 정말 환장하는 거다.


✔ ‘지금 그녀에게 노인은 미숙해서 어떤 사고를 낼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_ p.72


- 장례를 마치고 출근했을 땐 노인을 대하던 혜정의 태도는 달라졌다.

내 딸을 죽게 한 노인, 잠재적 범죄자.

그리고 너무 괴로운 나머지 남편 영준을 탓하기도 하고, 둘째 아이에게 화풀이도 한다.

어린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어미의 마음이 오죽할까.


▪️ <가해자 노균탁>


✔ ‘균탁이 운전하는 게 편한 것은 지영 같았다.’ _ p.19

- 노인 ‘균탁’은 효도하겠다는 딸 ‘지영’의 권유로 딸 가족과 합가한다.

합가 후, 자연스레 손자 등교, 육아를 책임지게 된다. 운전대를 놓은 지 오래되어 불안한 균탁은, 버스로 다솔을 등교시키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정류장은 찾는 일도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냉대도 뭘 하든 눈치만 보인다.


딸의 계속되는 권유로 결국 운전대를 잡게 되고, 그렇게 처음 차로 손자를 등교시킨 날.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킥보드에 놀라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고 만다.

✔ ‘균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람을 죽였는데, 자신은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라는 게 이상하게 들렸다.’ _ p.42


- 우리가 생각하는 뻔뻔한 가해자는 이 책에 없다.

균탁은 자신이 원인 제공자가 되어 어린 학생이 죽은 것에 싶은 괴로움을 느낀다. 노인이 차 없이 다니기 괴로울 정도의 시선들, 손자 육아를 도맡아 하는 고충, 끊임없이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가해자.


읽다 보면 균탁에 내 아버지를 대입해서 읽게 된다. 여기에서 독자의 딜레마는 발생한다.


▪️<내 생각>


- 요즘 뉴스를 보면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70세가 넘으면 운전면허를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에 사는 노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지하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도 노인이 눈치 볼 상황이 여럿 생길 테지만)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지하철이 없는 곳도 많고, 버스를 한 번 타려면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 농촌으로 가면 정류장도 흔치 않고, 있다 하더라도 하루에 3~4번 운행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몸이 아픈 농촌의 노인들은 차가 없으면 병원에 다니기도 힘들다.


노인에게 무작정 면허를 회수해야 한다 얘기하기 전에, 노인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 면허 회수만이 답이 아니다.

어느 이유로도 가해자를 정당화할 순 없다. 하지만 선량한 시민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시스템을 우리나라가 갖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만하다.


▪️


- 읽는 동안 정말 너무 괴로웠다. 머리를 막 쥐어뜯으면서 볼 정도로 😭

하지만 어려울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아주 술술 읽히는 문체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한 번쯤 다들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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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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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수를 믿다 >


▪️<책 소개>


✔ ‘곰이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고 나는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짧게 자란 풀들로 뒤덮인 평원은 붉고, 내 손도 빨갛고, 부풀고 찢긴 얼굴은 더는 전과 같지 않다.’ _ p.13 (첫 문장)



- 저자인 나스타샤 마르탱은 인류학자이다. 2009년 알래스카에서 그위친인들과 생활하며 그 시간을 바탕으로 <야생의 영혼들>을 출간했다.

그 후, 2015년 시베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에벤인을 대상으로 연구하던 중 캄차카 화산 지대에서 곰의 습격을 받는다.

작가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곰의 습격과 그 이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가 바로 <야수를 믿다>이다.


▪️


✔ ‘내 얼굴에 맞닿은 곰의 키스를, 정면으로 닫히던 곰의 이빨을, 부서진 내 턱을, 부서진 내 머리를, 그의 입안의 어둠을, 축축한 열기로 훅 끼쳐온 숨결을, 엄습하던 이빨이 느슨해지던 순간을, 나를 끝장내지 않은 그 이빨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불현 듯 생각을 바꿔 끝내 나를 잡아먹지 않은 나의 곰을 생각한다.’ _ p.27



- 저자는 턱과 광대뼈가 부서지고, 피부가 찢기고, 다리까지 물리는 부상을 입게 된다.

함께 생활하던 에벤인에게 극적으로 발견되어 러시아 클리우치의 군사기지 병원으로 이송되어 턱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게 된다.



✔ ‘나는 고통의 어느 단계를 넘어섰고, 더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여전히 의식이 있고, 의식이 있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내 육체에서 분리되고도 동시에 여전히 그 안에 존재할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의식이 선명하다.’ _ p.17



- 부상을 입고, 상처를 꿰매고, 수술하고, 회복하는 그 과정은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정도였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낸 저자가 존경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저자의 괴로움은 이게 끝이 아닌데, 프랑스로 돌아간 이후 러시아의 의학을 믿지 못하는 프랑스의 의료진은 재수술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재수술로 인해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일까, 아니다.


구경거리 보듯 쳐다보는 사람들, 이전과는 달라진 친구들의 시선.



이것들에 벗어나 인류학자로 살기 위해 다시 캄차카반도로 떠나게 된다.


▪️


✔ ‘나는 너무나도 다른 짐승의 세계를, 병원에선 너무나도 인간적인 세계를 봤다. 나는 내 자리를 잃었고, 그 중간을 찾는다. 나를 재구성하기 위한 공간. 이 피정은 내 영혼이 다시 회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_ p.125



- 다시 향한 그곳에서 그녀는 에벤인들로부터 ‘미에드카’, 즉 ‘반은 인간, 반은 곰’인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 여겨지는데, 이후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경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마르탱의 사유를 엿보면서 독자 또한 인간/자연, 문명/비문명의 관계와 경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수 있다.


▪️


✔ ‘사건은 곰 한 마리와 한 여자가 만나고 세상의 경계가 파열한 것이다.’ _ p.160



- 단순히 ‘곰에게 습격당한 인류학자’라는 타이틀에 흥미를 느꼈었는데, 생존기만 쓴 책은 아니었다.



글이 몽환적으로 꿈꾸는 듯한 느낌이 들고,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상징적이고 시적인 요소들이 많이 섞여 있어 술술 읽을 수 있는 글이라기보다 문학적 깊이와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읽기보다 충분히 사유하며, 음미해 가며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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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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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사람 >

#고수경 지음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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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순간.’ _ p.244 (옆사람 中)

✔ ‘발치에 깔린 화단에는 학생들이 심은 묘목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화단은 딱 한 걸음의 폭이었다. 창 너머 목소리가 들릴 만큼의 거리.’ _ p.42 (새싹 보호법 中)

 

- 고수경 작가는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다.

어떤 책인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폈는데, 8편의 단편이 모두 울림과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연인, 부부, 친구, 이웃 등 책 등장인물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했을 때 가장 가깝다고 느낄만한 관계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들 간의 가깝지만 멀게, 타인으로 느껴지는 순간, 그 찰나를 불편함보단 공감과 이해를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상적이었던 단편>

 
-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소설은 표제작인 <옆사람>이다.

 
✔ ‘그녀가 아는 남편은 그녀와 함께 사는 삼 년 동안 그녀가 자는 척하는 걸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다.’ _ p.233 ( 옆사람 中)


- 주말 부부 소설 속 주인공은 남편이 지갑을 분실하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내는 남편의 태도에 대한 묘한 거리감과 이질감을 느낀다.

 

부부 사이라고 언제나 가장 가깝게 느껴질 수는 없다는 걸 나도 안다.

나도 남편과 대화하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지점,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은 간혹 생기고 만다.

 

하지만 이건 나로서뿐만 아니라, 남편도 같은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소설 전체가 나를 들여다보게 해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이해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책이었다.

 

▪️
 

✔ ‘방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같이 자는 침실과 같이 쓰는 옷방 겸 서재 외에, 용도도 없고 이름도 없는, 그저 한 시간만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이.’ _ p.77 (다른 방 中)

✔ ‘어쩌면 지금이 우리에게도 좋은 시기일지도 몰라. (...) 이제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정도면 밭을 불태우는 곳을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끝도 없이 이어져 산 중턱을 밝혀 놓은 그 불길을. _ p.145 (분실 中)



- 어떤 ‘사건’을 계기로 타인에 대한 시선, 나와 주변인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모든 8개 단편의 공통된 점이다.

아이가 사라지고, 가방을 분실하고, 지갑을 잃어버리고, 집에 새를 데려오게 되고, 열쇠를 찾고, 현관이 잠기고.

 
이런 사건의 끝이 해방감과 신선함, 따뜻함을 준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거나, 고요한 마음의 울림을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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