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 - 우리는 왜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김정 지음 / 호밀밭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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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


▪️<8년만의 개정판>

 

✔ “너를 통해 나의 보잘것없던 세상은 놀랍도록 확장하고 있다.

너는, 너는, 쏟아지는 너는, 축복이다.” (p.11)

 

- 저자 김정의 육아 에세이 <딸, 엄마도 자라고 있어>가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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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네 동생을 목숨보다 아끼고 사랑하지만 온전히 나를 내어놓은 채로 시간과 공간의 공백을 떠받들고 살아내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어. 더 비참한 사실은 그 고통 뒤에 엄청난 죄책감이 폭풍처럼 밀려와 엄마를 너덜너덜하게 만들고서야 끝난다는 거야.” (p.21)

 
✔ “나는 매번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61)

 
- 나도 어느덧 아들을 키운 지 8년이 되어 간다.

작가님이 육아를 할 당시의 상황이 나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근무지 이동으로 난생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지내게 되었고, 남편의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인해 오롯이 혼자 육아를 감당했다.

항상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밖에서 걷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는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길에서 유모차 밀며 울기도 하고, 화를 내고 죄책감이 몰려와 아이를 끌어안고 또 울기도 했다.


그땐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나만 나쁜 엄마, 부족한 엄마,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데,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다들 그러면서 아이 키우는구나. 그래, 나는 최선을 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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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해내고 싶었으나 번번이 잘 해낼 수 없었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너무 미웠고, 너무 행복했지만 너무 불행했다.” (p.139)

 

- 두 아이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동지애와 함께 안쓰러움도 느껴졌다.


항상 농담처럼 말한다.

아이는 100만큼 예뻤다가 갑자기 95만큼 미워지고, 그러다 금세 또 100만큼 예뻐진다고 ㅋㅋ (나만 그런가?)

 
아이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가도, 아이 때문에 바닥까지 우울해지는 날도 있다.

 
그래도 95만 미워지는 게 어디야. 금방 또 100만큼 예뻐지니까, 매일 조금씩 아이에 대한 사랑도 더 커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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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도 성과도 없는 이 육아라는 전선에서 그냥 살면 좀 어떤가. 경력 단절 전업주부로 그냥 좀 살면 어떠하리. 누구도 그냥 살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가만 보니 비난은 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 (p.153)

 
- 전업주부로 지내는 게 가끔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한때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고.


소극적이고 사교적이지 않은 나와 달리, 동아리에도 나가고 친구도 사귀며 글을 써보는 작가님은 참 멋져 보인다. 나에겐 인스타그램에 글 몇 자 올리는 것도 큰 용기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조금 더 대담해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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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변화가 있다. 1부의 짧은 글 끝마다 작가님의 딸이 직접 코멘트를 달아주었는데, 이 부분이 정말 따뜻하고 좋았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편지를 한번 써볼까?

그리고… 나도 답장 받고 싶다. ㅋㅋ

 
요즘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듦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육아에 지쳐있는 분들, 혹은 아이는 없지만 책을 통해 과거의 엄마를 이해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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