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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평점 :
🌊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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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포미닛의 메인 보컬. 화려한 외모의 연예인.
그래서 어쩐지 차갑고 도도할 것 같았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허가윤의 첫 에세이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차츰 흐려졌다.
페이지를 따라가다 보니,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나처럼 불안에 휘청이며, 결국엔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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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가윤이 발리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단순히 ‘발리에서의 생활을 엮은 책일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가벼운 이야기만 담긴 책은 아니었다.
무대에서 반짝이던 사람이,
왜 무대를 떠나 발리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 끝에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깊고 개인적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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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한 가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미루지 말자.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별거 아닌 것들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자.
완벽한 타이밍과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때의 내 시간과 건강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p.31)
- 허가윤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꿈을 이룬 뒤로는
그걸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몰아붙이며 살았다.
그러다 사랑하는 오빠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일을 계기로,
‘인생이란 거 부질없구나.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후회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질문의 끝에서, 그녀는 발리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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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가는 대로 막살고 싶다.
먼 미래까지 정해진 계획 없이 ‘잘한다, 못한다’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즐기듯 살아가고 싶다. (p.194)
-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를 벗어나,
천천히 숨을 쉬고,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들여다본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도 아니다.
온전히 오늘 하루, 허가윤으로서 편히 존재하는 그런 삶이
발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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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경력이 아니다. 날짜순으로 쭉 나열하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유도,
더 과장하거나 꾸며 낼 필요도, 굳이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p.206)
- 책에 나오는 공간인 ‘발리’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내게 더 크게 다가온 건 ‘지금의 허가윤’이라는 사람이었다.
화려함을 내려놓은 자리에 여유와 단단함이 자리 잡았다.
그런 내면의 건강함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났고,
그게 참 보기 좋고, 어쩐지 부럽기도 했다.
‘행복해 보이는 삶’이 아니라 ‘진짜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예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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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만 좇다 보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과 조급함을 주기도 한다. (p.266)
-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또는 가져야만 가치 있는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롯이 나로서 후회 없이 살아가는
하루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무언가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고민하고 있는 분
📚 느리고 단단한, 진심 어린 에세이를 찾는 분에게 추천한다.
✔ “국화처럼 살아라. 씨가 바람에 날려 여기서 피고 저기서 피는 국화처럼. 어디에서 어떤 색으로 필지 모르는 생명력 강하고 향기로운 국화처럼 살아라.” (p.269)